국가의 부패, 일상의 부패 (나이지리아의 419 Scams)


A Culture of Corruption이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의 저자 Daniel Jordan Smith는 인류학자인데, 나이지리아의 비정부기구에서 일하며 생활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 사람은 나이지리아 각지의 사이버카페를 다니며 아주 흥미로운 연구를 했는데, 쉽게말하면 사기 이메일과 관련된 연구였다. 놀랍게도 나이지리아의 이메일을 통한 금융사기는 꽤나 유명한데, 그 역사는 198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70년대 석유로 호황을 누리던 나이지리아는 1980년 유가의 급락으로 경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쿠데타도 일어나 군사정권이 들어섰고, 경제는 급속도로 기울게된다. 1970년 석유로 호황을 누렸던 시기 교육받고 자라난 젊은 세대가 불황으로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자신들이 꿈꾸던 삶을 더이상 이어나가지 못하게 되자, 많은 청년들이 금융사기에 많이 뛰어들었고, 그때무터 나이지리아의 금융사기는 국제적 명성(?)을 쌓아가게 되었다. 

나이지리아 형법 제 419조가 금융사기 관련 사기죄를 규정하고 있어 국제적으로는 419사기라고 불린다. (419 Scams) 이런거에 누가 낚이나 했는데, 미국 Secret Service Agency 추산에 따르면, 1990년대 419사기로 인한 피해액은 50억달러가량이 된다고 하니 장난아니구나 싶다. 

이 금융사기는 아주 느슨한 조직으로 운영된다. 주로 이메일을 보내는 사람들을 이 조직에서 가장 말단인 사람들, 혹은 프리랜서처럼 오가는 청년들이다. 이 책을 쓴 연구자는 이들 이상의 더 높은 사람들과는 접촉에 실패하여, 정확히 어떻게 운영되는 조직인지는 밝히지 못했지만, 사이버카페(PC방)에 앉아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들인 정보들을 활용해 다른 나라로 사기메일을 보내는 청년들을 통해, 나이지리아의 부패문제가 어떻게 이 청년들의 일상에 침투했는지를 보여주었다.  

아부자의 사이버카페, 출처: http://soulmediamarketspotafrica.blogspot.co.uk/

한 청년의 인터뷰가 인상깊고도 안타깝다.

For me, I am just struggling. I could not finish university because my parents did not have the money and our government does not care about the people. Obasanjo and his boys are stealing so much money while the rest of the society is falling apart. That's the real 419. What I am doing is just trying to survive. I would not be here sending these e-mails looking for rich, greedy foreigners if there were oppertunities in Nigeria.  How much do I really get from this anyway? The people getting rich from this are the same people at the top who are stealing our money. I am just a struggle-man.

이 청년들은 나이지리아의 부패를 이용하고 있다. 부패한 나이지리아의 관료들이나 은행가, 기업가들을 사칭해 그들이 하는, 할만한 부정들에 참여할 것을 호소하며 송금을 유도하고 있다. 때론 나이지리아를 넘어 이라크 재건 사업이나, 앙골라의 무기거래 등의 국제적인 이야기들로 사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들의 부패에 대한, 국제적 불평등에 대한 이해는 생각보다 높아 보인다.



탄자니아에 있던 1년동안, 만났던 수많은 젊은 사기꾼들이 생각났다. 물건을 한번에 제값주고 사기가 어려울정도로, 일상적으로 사기를 치는 녀석들이 많았다. 버스티켓을 구입하거나, 여행지에서 투어를 예약하거나, 택시요금을 협상하거나 하는 일상 속에 많은 청년들이 사기를 치려했었다. 일상의 문제 뿐만 아니라, 탄자니아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는 한국인 사업가나 NGO들도 자신들의 직원들을 항상 믿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고, 횡령도 가끔 일어나곤 했다. 

아주 간헐적인, 혹은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대박'을 노리는 것 말곤 자신이 꿈꾸는 인생을 성취할 수 없어보인다면, 게다가 사회에서 성공했다는 사람들 모두가 부패로 성공했다면, 누구라도 이런 유혹에 빠지게 되는 것 같다. 

대한민국도 정직이 대우받지 못한지 오래되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신뢰는 그나마 유지되어왔는데, 최근만큼 청년들이 좌절했던 시기가 없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어느순간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Daniel Jordan Smith, A Culture of Corruption: Everyday Deception and Popular Discontent in Nige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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