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가장 패셔너블한 이들은 단연 아프리카 유학생들이다. 말도 안되는 원색 옷을 입어도 멋있어 보일땐 정말 부럽다. 가끔 작정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꾸민학생들을 만나면 이 사람들은 패션잡지에서 튀어나왔나 싶기도 하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멋쟁이들이 많이 살기로 유명한 나라는 콩고 공화국과 콩고 민주공화국이 아닐까 싶다. 콩고 강을 사이에 두고 이웃하고 있는 이 두 나라엔 사퍼스(Sapeurs - Societe des Ambianceurs et des Personnes Elegantes - 유행을 선도하는 우아한 사람들의 모임)라고 불리는 멋쟁이들이 산다. 이들은 아주 격식있고 우아한, 18-19세기 스타일의 서양 정장을 완전히 갖춰입고서 패션을 뽐낸다.
사퍼스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지금의 콩고 공화국(콩고 브라자빌)과 콩고 민주공화국(콩고 킨샤샤)은 각각 프랑스와 벨기에의 식민지였다. 이 식민정권 아래서 엘리트의 지위를 누리던 일부 사람들이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구분하기 위해 식민 지배자들의 옷을 따라 입었던 것에서 사퍼스의 전통은 시작되었다.
독립이후의 혼란과 경제불황, 내전 등으로 사퍼스 문화는 잠시 암흑기를 보냈다. 그리고 1960년대, 사퍼스는 자이르(콩고 민주공화국)의 팝스타 파파 웸바(Papa Wemba)에 의해 부활한다. 그는 사퍼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백인들은 이 옷차림을 만들었지만, 우리가 이것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White people invented the clothes, but we make an art of it.)". 1965년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은 모부투 세세 세코(Mobutu Sese Seko) 정권은 강력한 아프리카화 정책을 내세우며 나라 이름을 콩고에서 자이르로, 수도 이름도 레오폴드빌에서 킨샤샤로 바꾸고 있었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서양식 옷차림 대신 마오쩌둥의 인민복 스타일을 도입했다. 여러모로 악명 높은 독재자이지만, 사진들을 보면 표범무늬 모자와 옷을 즐겼던 나름 취향있는 남자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독립이후의 혼란과 경제불황, 내전 등으로 사퍼스 문화는 잠시 암흑기를 보냈다. 그리고 1960년대, 사퍼스는 자이르(콩고 민주공화국)의 팝스타 파파 웸바(Papa Wemba)에 의해 부활한다. 그는 사퍼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백인들은 이 옷차림을 만들었지만, 우리가 이것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White people invented the clothes, but we make an art of it.)". 1965년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은 모부투 세세 세코(Mobutu Sese Seko) 정권은 강력한 아프리카화 정책을 내세우며 나라 이름을 콩고에서 자이르로, 수도 이름도 레오폴드빌에서 킨샤샤로 바꾸고 있었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서양식 옷차림 대신 마오쩌둥의 인민복 스타일을 도입했다. 여러모로 악명 높은 독재자이지만, 사진들을 보면 표범무늬 모자와 옷을 즐겼던 나름 취향있는 남자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모부투는 독재자니까 그렇게 취향껏 입을 수 있다고 해도, 아프리카화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는 상황에 파파 웸바의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서양식 옷차림은 대담한 시도였을 것이다. 파파 웸바가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모부투나 다른 콩고 사람들이 보기엔 저항으로 보일 수 있는 표현이었다. 그의 저항정신에 반한것인지, 멋진 패션에 반한것인지, 사람들은 그의 옷차림을 따라하기 시작했고 사퍼스 문화는 킨샤샤와 브라자빌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콩고 킨샤샤와 브라자빌은 손에 꼽히는 빈곤국가들이다. 대부분의 사퍼스들도 보통의 콩고인들이기에 가난하다. 늘 새로운 패션을 선보이기 위해 옷을 빌려입기도 하고, 교환하기도 하며, 밥을 굶기도 하고, 심지어 도둑질을 하기도 한다. 게다가 옷만 잘 입는다고 사퍼스가 되는게 아니라고 한다. 말도, 행동도 입은 옷만큼 품위있어야 한다. 이렇게 그들의 일상이 빈곤하고, 품위없는 삶이라고 해도 옷을 차려입었을 때 만큼은 품위넘치는 신사로 완전히 변신하는게 사퍼스다. 나는 한번도 패셔니스타가 되어본적이 없어서 상상만 해보았는데, 그렇게 남의 시선을 받는 것은 정말 짜릿할 것 같다. 희망이랄 것도 별로 없는 척박한 삶을 살다가 멋쟁이로 변신해서 사람들의 시선과 박수를 받는다면? 짜릿함을 넘어서 살아있음을 느낄 것 같다.
다시 말하지만 이들의 현실은 밝지 않다. 그런데도 현실을 바꾸기 위해 정치적 투쟁을 한다거나, 돈을 모아 더 나은 미래를 계획하는 게 아니라 오로지 패션에 올인하는 이들을 보고 현실 도피라고 비판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의 패션은 그들의 미래를 실질적으로 바꾸는데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들은 대부분의 옷을 파리나 브뤼셀 등 유럽 본토에서 직수입 해오길 선호하기 때문에 콩고의 의류 산업발전에도 기여하지도 못했고, 엄청난 돈이 해외 명품숍으로 흘러들어가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사퍼스를 통해 행복하다면, 이미 엄청나게 큰 변화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발과 발전이 만들지 못하는 행복을 그들이 스스로 찾아냈다. 그래서 멋있고 대단하다고 하고 싶다.
Photo: BAUDOUIN MOUANDA |
마지막으로, 기네스가 만든 사퍼스에 관한 짧은 다큐멘터리를 소개한다. 기네스는 2014년 사퍼스를 주제로 광고를 만들었는데, 그 광고의 출연진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이다. 그들이 말하는 사퍼스의 정신을 들어볼 수 있다.
<참고자료>
Africafeed. The Sapeurs of Congo: Open Gutters and Gucci Loafers
The Surprising Sartorial Culture Of Congolese 'Sapeurs'
Les Sapeurs of the Eastern Congo: sharp, stylish, subversive?
Photo: BAUDOUIN MOUAND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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