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세계 행복 보고서 - 아프리카 각국은 얼마나 행복한가요?



행복. 뭔가 낯간지럽지만 내일은 더 행복했으면 좋겠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것이다. 그런데 행복은 도대체 뭘까. 손에 잡히지도 않고, 눈에 보이지도 않고, 행복하다고 말할 때도, 그 느낌은 그때그때 다르다. 

'행복'에 대한 논의는 아리스토텔레스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약 2천 3백년전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 존재에 있어 가장 궁극적 목표는 무엇인지에 대해 논한다. '궁극적'이라는 것은 다른것에 영향을 받지 않고 그 자체로 충분해야하는데, 그런 점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이야 말로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그런 궁극적 목표라고 주장한다. 돈을 많이 벌고 싶어하고, 즐거움을 찾고, 명예를 추구하는 것 등등 우리의 모든 행동들은 결국 '행복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리스어로 행복은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이다. 하지만 이것과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행복은 조금 다르다. 우리가 더운 날 시원한 물 한잔 들이키며 '아 행복하다'라고 하는 그런 행복은 일시적 마음의 상태로써의 행복이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행복, 즉 에우다모니아는 한사람의 삶을 포괄하는 최종 목표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행복(에우다이모니아)은 어떤 상태라기 보다는 우리가 얼마나 잘 살고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궁극적 목적이라고 볼 수 있고 인간은 계속해서 에우다모니아를 향해 가는 존재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말한다.  "한 마리의 제비가, 하루의 좋은 날씨가 봄을 만들지 않듯, 하루나 짧은 시간이 인간을 축복받고 행복하게 하진 않는다." 

이렇게 행복을, 에우다이모니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국가는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가? 이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대답이 2016 세계 행복 보고서에 언급되어 있다. 제프리 삭스가 쓴 보고서의 마지막 장 "행복과 지속가능발전: 개념들과 증거들"의 첫 문단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인용되었다. “to consider what form of political community is best of all for those who are most able to realize their ideal of life”  ([정치학의 목표는] 가장 이상적인 생활방식을 추구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형태의 정치공동체는 어떤 것인가 고찰해 보는 것이다.).  제프리 삭스는 이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제가 마키아벨리, 존 롤즈 등 윤리학자와 철학자, 정치가들을 고뇌하게 만들고 많은 이론들을 내놓게 했지만, 늘 경험적 증거가 부족했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행복'이란걸 측정해내기 시작한 최근 발전의 의미를 강조했다. 


행복 보고서는 UN 지속가능발전네트워크(Sustainable Dvelopment Solutions Network SDSN)에 의해 2012년 처음 발간되었다. 이후 2013년, 2015년 발간되었고, 올해 3월 20일 UN 세계 행복의 날을 앞두고 네번째 보고서인 2016년 판이 나왔다. 156개국을 다루고 있고, 각 나라당 1,000명의 인원을 설문한 결과와 각종 경제, 건강지표를 통해 삶의 질을 수치화했다.  올해 보고서는 최초로 행복의 분배에 대한 특별 조사를 진행했다.

과연 '행복'이란건 어떻게 측정하는 것일까? 이 보고서에서는 6가지 지표를 중심으로 행복도를 산출한다. 

- GDP

-  기대수명

- 사회적 지지: "만약 당신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언제든 도움받을 수 있는 친척이나 친구가 있나요?"라는 예/아니요 설문의 결과값

- 선택의 자유: "당신은 당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지에 대한 결정의 자유에 만족하시나요?" 라는 예/아니요 설문의 결과값

- 관대함: "지난달 기부를 한 적이 있나요?" 라는 예/아니요 설문의 결과값을 GDP에서 제한 값을 통해 산출

- 부패에 관한 인식: "정부에 부패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나요?"와 "비즈니스에 부패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나요?" 라는 두 예/아니요 설문의 결과값

위 여섯 지표와 별개로 Dystopia라는 항목과 긍정적 영향, 부정적 영향이라는 항목이 있는데, 이 지표들은 어떻게 작동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디스토피아는 가장 최악의 국가를 상상해서, 그를 기준으로 지표값을 비교, 모든 지표값이 양의 그래프를 그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한다. 잘 모르겠으니 SDSN의 설명을 그대로 옮겨보겠다. 

"Dystopia is an imaginary country that has the world’s least-happy people. The purpose in establishing Dystopia is to have a benchmark against which all countries can be favorably compared (no country performs more poorly than Dystopia) in terms of each of the six key variables, thus allowing each sub-bar to be of positive width. The lowest scores observed for the six key variables, therefore, characterize Dystopia. Since life would be very unpleasant in a country with the world’s lowest incomes, lowest life expectancy, lowest generosity, most corruption, least freedom and least
social support, it is referred to as “Dystopia,” in contrast to Utopia."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은 "어제 얼마나 웃었나요?" "얼마나 즐거웠나요?" 혹은 "얼마나 슬펐나요?" 등의 설문을 통해 산출한 결과값을 통계에 적용했다고 하는데, 통계 잘 몰라서 이해할 수 없었다................ 


어쨋든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통해 산출된 결과에 의하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덴마크이다. 복지와 관련된 지수를 이야기하면 항상 상위권에 랭크되니 새삼스럽지도 않다. 간단히 상위권 결과를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1위 덴마크 
2위 스위스 
3위 아이슬란드



북아메리카 1위: 세계 캐나다 6위
중동 1위: 세계 11위 이스라엘 
남아메리카 1위: 세계 14위 코스타리카 
아시아 1위: 세계 22위 싱가폴
아프리카 1위: 세계 38위 알제리

그 외 국가들은
뭔가 어두운 분위기가 많아 순위가 낮을거라고 생각했던 영국은 23위였고, 이웃나라 일본과 중국은 각각 53위, 83위 였으며 우리나라는 58위에 올라 있었다. 



알제리가 38위에 오르며 선전했지만, 하위 20개국 중 4개국을 빼면 모두 아프리카국가일 정도로 아프리카 국가들의 성적은 좋지 않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행복지수 순위 (앞 순위는 아프리카 내 순위, 국명 뒤 순위는 세계 순위)

1. 알제리 38위
2. 모리셔스 66위
3. 리비아 67위
4. 소말리아 76위 
5. 모로코 90위
6. 소말리랜드 97위 - 아직 UN 승인을 못받았는데 포함되어있는 점이 신기하다.
7. 튀니지아 98위
8. 나이지리아 103위
9. 잠비아 106위
10. 시에라리온 111위
11. 나미비아 113위
12. 카메룬 114위
13. 에티오피아 115위
14. 남아프리카공화국 116위
15. 이집트 120위
16. 케냐 122위
17. 가나 124위
18. 콩고 민주공화국 125위
19. 콩고 공화국 127위
20. 세네갈 128위
21. 모리타니아 130위
22. 짐바브웨 131위
23. 말라위 132위
24. 수단 133위
25. 가봉 134위
26. 말리 135위
27. 보츠와나 137위
28. 코트디부아르 139위
29. 앙골라 141위
30. 니제르 142위
31. 남수단 143위
32. 차드 144위
33. 부르키나파소 145위
34. 우간다 146위
35. 예맨 147위
36. 마다가스카 148위
37. 탄자니아 149위
38. 라이베리아 150위
39. 기니 151위
40. 르완다 152위
41. 베닝 153위
42. 토고 155위
43. 부룬디 157위

이 순위를 보면 의외라고 생각되는 점들이 많다.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부룬디가 꼴등인 점은 그럴 수 있다고 보이지만, '잊혀진 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오랜 내전에 시달리는 소말리아와 콩고민주공화국이 중간 이상의 순위에 (아프리카 기준으로) 올라있는 점은 특이하다. 평화를 위협하는 큰 요인이 없는 탄자니아와 내전이후 안정화를 상당히 이룬 르완다가 낮은 순위인 점도 특이하다. 

(보고서에는 감비아나 스와질란드같은 나라들이 빠져있는데, 이 보고서의 주요 자원인 Gallup World Poll에 응하지 않은 국가들이 제외되었다고 한다)



행복 지수의 변화를 통해 예전에 비해 더 행복해진 나라를 꼽아볼 수도 있다. 시에라리온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짐바브웨는 세계에서 13번째로 '더 행복해진' 나라로 조사되었고,  세계에서 가장 행복 지수 상승이 높은 나라는 니카라과로 조사되었다. 
가장 '불행해진' 나라는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로 조사되었고, 아랍의 봄 이후 비 민주적인 시시 정권이 들어선 이집트는 두번째로 더 불행해진 나라로 조사되었다. 


앞서도 말했듯 이 보고서에서는 행복의 분배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국제적인 행복의 분포는 다음과 같다. 





표준편차를 통해 산출한 바에 의하면 가장 행복이 평등하게 분배된 나라는 부탄이다.


행복 표준편차 작은 나라 (행복이 평등하게 분배된 나라)

1. 부탄
2. 코모로스
3. 네덜란드

아프리카 내에서 가장 표준편차가 작은 나라는 세네갈이고, 대륙 내 순위는 다음과 같다.

1. 세네갈 8위
2.모리타니아 12위
3. 마다가스카 15위
4. 콩고 킨샤사 16위
5. 니제르 28위


행복 순위에서 한참 뒤에 위치했던 아프리카 국가들이 분배 순위에 있어선 상위에 올라, "많이 행복하진 않지만, 다들 비슷하게 행복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한국은 세계 한국 96위로 95위인 남아공과 97위인 멕시코 사이에 위치했다.



제프리 삭스는 이 보고서에서 행복에 관한 연구가 이상적 정치체제를 찾아가는데 중요한 경험적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행복은 '좋은 사회'로 가는데 있어 세가지 역할을 한다. 
첫째, 아리스텔레스가 강조한대로, 행복은 모든 사회와 정치가 지향해야할 최대선(summum bonum)의 원천이다. 
둘째, 행복은 이제 계량가능한 양적 기준점이 되었다. 심리학자와 사회과학자들의 기여로 주관적 행복을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셋째, 행복지수는 행복과 사회적 선에 대한 대안적 이론을 시험해 볼 수 있게 했다. 그동안 윤리학자들은 그들의 이론을 놓고 토론하기만 했는데, 이제 테스트할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제프리 삭스는 이 보고서를 통해 경제적 자유가 인간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라는 자유주의적 주장이 틀렸음을 증명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경제적 자유는 소득이나 고용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인간 삶의 질에는 직접적 영향이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분명 재미있는 보고서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한 나라당 1,000명에게 설문을 한 결과와 경제, 건강 지표들을 함쳐 한 나라의 행복도를 측정해 냈다고 하니, 아직까진 재미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행복도가 낮은 국가로 조사된 국가의 정치인들이 이 보고서를 통해 반성하는 기회를 가지고, 행복에 대한 논의가 사회적으로 활발해진다면 보고서가 진짜 가치, 에우다모니아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보고서는 아래 주소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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