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폼베 마구풀리 탄자니아 대통령: '사랑받는 권위주의 대통령'?

작년 11월 취임한 탄자니아의 존 폼베 마구풀리 대통령의 '불도저' 행보가 민주주의가 먼저냐 발전이 먼저냐의 논란을 다시 불지피고 있다. 마구풀리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관료들의 해외 출장 제한, 각종 행사 취소 및 예산 삭감, 부패 장관/공무원 퇴출 등 파격적인 행보로 국민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취임 직후 있었던 독립 기념일, 기념 행사 대신 거리 청소를 택했던 일화는 꽤 많은 언론에서 다루어졌고, 소셜미디어에서도 #whatwouldmagufulido (마구풀리라면 어떻게 했을까?) 해시태그를 유행시켰다.


독립기념일, 행사 대신 거리 청소를 택한 마구풀리 대통령. Photo: BBC

소셜미디어에 한때 유행이었던 #whatwouldmagufulido 해시태그

소셜미디어에서 유행이었던 #whatwouldmagufulido

지난 6월, 탄자니아의 모바일 여론조사기관 Sauti za Wananchi (시민의 소리)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813명 중 96%가 마구풀리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맡은 일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국회의원에 대해 68%의 응답자가 긍정적으로 답변한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응답자들은 마구풀리 대통령이 공공부문의 유령 직원들(Ghost Workers, 실재하지 않는 직책에 이름을 올려 일하지 않고 월급만 받는 사기를 저지를 사람들)을 청산한 일, 무상 기초 교육을 실시한 일 그리고 문제있는 관료들을 해고한 일을 높게 평가했다.


마구풀리 대통령이 가장 잘한 일은? 이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 Graphic: Sauti za Wananchi / Twaweza


마구풀리 대통령에 대해선 국내외에서 찬사가 이어지고 있지만, 동시에 탄자니아의 야권과 국내외 학자, 저널리스트들은 마구풀리가 민주주의 가치를 무시하고 권위주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기도 하다. 마구풀리가 정부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세수를 늘리고,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야 정부 각 부처를 깜짝 방문 하거나, 비리가 적발된 고위 공무원들을 가차없이 해고시키는 등 긍정적인 성과를 이루어 낸 것은 어느정도 사실이지만, 그 과정에서 민주적인 절차는 거의 무시된 채 독단적인 결정으로 이루어졌다는 점, 그리고 야권을 포함한 반 정부 세력의 표현과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 많은 이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옥스포드 대학교에서 아프리카 정치를 강의하는 닉 치즈만(Nick Cheeseman)은 케냐 신문 Daily Nation칼럼에서 마구풀리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행태가 우려된다며 그 증거로 잔지바 문제에 대한 마구풀리 대통령의 태도와 탄자니아 본토에서의 비 민주적 행위에 대해서 지적하고 있다. 마구풀리 대통령은, 그의 임기가 시작하기 전 일어난 일이긴 하지만, 여당이 선거 결과가 불리하게 나오자 무효화 시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 잔지바 선거 무효 사태에 대해서 친 여당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고, 탄자니아 본토에서도 야당의 정치 집회를 금지하거나, 집회 참여자들에 대해 최루 가스를 사용하거나, 반 정부적인 라디오 방송국을 폐쇄시켰다. 

탄자니아의 주목받는 젊은 국회의원 지토 카브웨(Zitto Kabwe / ACT Wazalendo / Kigoma Urban)도 탄자니아 신문 The Citizen기고한 글에서 마구풀리 대통령이 제 1야당인 CHADEMA가 이끄는 '반 독재' 운동인 UKUTA(Umoja wa Kupinga Udikteta Tanzania, 탄자니아의 독재에 반대하는 연대)에 대해 위협적인 발언을 쏟아냈다며, 마구풀리 대통령은 권위주의적이고 정치 탄압에 거침이 없다고 비판했다. 카브웨에 따르면, 마구풀리 대통령은 한 대중 연설 중에 "나를 시험하지 마라, 나는 그들을(야권을) 완전히 부셔버릴 것이다"라고 발언했다. UKUTA는 지난 8월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에 밀려 지금까지도 보류되고 있다.


이에대해 탄자니아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Sauti za Wananchi8월 실시했던 모바일 설문 조사 결과를 참고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602명의 응답자들 중 16%의 응답자가 "상황에 따라서 비 민주적인 정부도 받아들일 수 있다(In some circumstances, a non-democratic government can be preferable)"고 응답했고, 무려 80%의 응답자가 "선거가 끝나면, 야당은 패배를 받아들이고 정부를 도와 국가 개발에 기여해야 한다(Once elections are over, the opposition should accept defeat and help the government develop the country)"고 응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10%만이 현 정권이 독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민주주의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 야당 지지지가 비 민주적 체제에 대해 약간 더 포용적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Graphic: Sauti za Wananchi / Twaweza


선거기간 외 야당 활동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 Graphic: Sauti za Wananchi / Twaweza

현 정권이 독재적인지 여부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 Graphic: Sauti za Wananchi / Twaweza



재미있는 점은 그러면서도 선거기간 외 야당의 정치 운동에 대해선 51%의 응답자가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선거기간 외 야당의 정치 활동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 Graphic: Sauti za Wananchi / Twaweza



당장에 부패한 관료들이 쫓겨나고, 여기저기서 세금을 아끼게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와중에 마구풀리 대통령을 싫어할만한 시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닉 치즈만(Nick Cheeseman)은 Daily Nation의 칼럼에서 이 모든 일이 법과 절차에 따라 이루어 진 것이 아니라, 마구풀리 대통령 개인에 의해 이루어진 업적들이라며, 마구풀리가 권력을 잃었을 때 혹은 예측하지 못한 경제 불황 등의 이유로 지지를 잃었을 때, 지금의 성과들이 유지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마구풀리는 사타(잠비아의 마이클 사타 전 대통령, 치즈만은 사타 전 대통령이 독특한 포퓰리즘 정치를 통해 권력을 하나의 정당에 집중시켰고, 이는 결과적으로 선거기구의 약화, 야당에 대한 차별, 그리고 부패 청산의 실패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그의 대표적인 업적들, 부패를 청산하거나 비효율적인 관료들을 청산하는 일들에서 정해진 과정을 따르지 않았다. 기관에서 정해져 있던 직원 평가나 해고 규정들을 모두 무시한 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다. 또한 마구풀리 대통령의 대표적 개혁안들은 여당과의 사전 협의가 거의 없이 진행된 사안들이기 때문에, 사타 전 잠비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이런 개혁안들은 마구풀리 대통령의 임기 내에, 그것도 그의 지지율이 높은 동안에만 유지될 것이다.

Magufuli is following a similar path. Many of his most celebrated acts, such as dismissing corrupt or ineffective government employees, did not follow due process. Instead, institutional rules for reviewing performance and removing staff were ignored in favour of presidential directives. Similarly, many of his most eye-catching reforms were announced with little or no prior discussion with his own party. Thus, like Sata, they are only likely to last while the president remains in office and retains his high popularity.


마구풀리 대통령을 두고 엇갈리는 평가는 아프리카 역사에서 수없이 되풀이 되었던 포퓰리즘 지도자들의 실패를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우리나라의 박정희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이 지도자들은 강력한 카리스마와 화려한 정책들로 대중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국가를 통합시켜 '개발'을 일궈내는 것 같았지만, 동시에 민주주의를 퇴행시켰고, 민주주의자들을 가두고 죽였으며, 비정상적인 경제 구조를 만드는 등 그들의 재임기간보다 더 오래 남는 상처를 남겼다. 지금까지 그의 말과 행동에서 드러난 마구풀리 대통령의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을 보았을 때, 마구풀리는 역사를 답습할 것 같다는 슬픈 예감이 든다. 

지난 선거에서 역대 가장 많은 득표와 의석수를 확보한 야권이 '사랑받는 권위주의 대통령' 마구풀리에 대항하여 어떤 전략을 취할런지, 그들에게 약간의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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