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을 비하한 무함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

무함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Photo: BBC

지난 10월 12일에서 15일, 독일을 공식 방문한 나이지리아의 무함마두 부하리(Muhammadu Buhari) 대통령이 그의 부인 아이샤 부하리(Aisha Buhari)를 공개적인 석상에서 비하하며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번 부인 비하 발언은 아이샤 부하리가 BBC와의 인터뷰에서 나이지리아 정부가 대통령이 아닌 다른 세력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다며, 대통령이 이런식으로 계속 한다면 다음 선거에서 그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한 그의 입장을 밝히며 벌어진 일이라 더욱 화제가 됐다.

무함마두 부하리는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최근 아이샤 부하리가 무함마두 부하리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그녀가 어느 정당에 속해있는진 모르겠지만, 그녀는 주방에 속해있고, 거실에 속해있고, 그리고 또 다른 방에 속해있습니다."라고 답했다.

뒤이어 그는 "내 부인이 내가 20년동안이나 현장에 있었고, 3번이나 대권에 도전했고, 4번째에 결국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처음 3번의 시도는 결국 대법원까지 끌고간 뒤에야 끝났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지식에서 더 우위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고, 다른 야당들보다도 더 우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결국엔 성공했으니까요."


하필이면 이 발언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진 여성 지도자로 꼽히는 메르켈 총리 바로 옆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은 참 아이러니하다. 메르켈 총리는 부하리가 자신의 부인이 주방에 속해 있다는 말을 할 때,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짧게 소리내 웃었다. 메르켈 총리가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아이샤 부하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무함마두 부하리가 최근 임명한 대부분의 고위 공직자들이 누군지 모르겠다며, 소수의 사람들이 대통령의 결정을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이유로 아이샤 부하리는 무함마두 부하리가 만약 다음 선거에 출마한다면, 그를 돕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힌 것이다. 아이샤 부하리는 아프리카의 영부인들 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는 사람 중 한명이며, 최근 벨기에에서 열린 '아프리카 여성 포럼'에서 국제평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수상하러 가는 모습을 올린 아이샤 부하리 Photo: Aisha Buhari's Official Twitter.






부하리 대통령의 대변인은 이 발언은 농담이었다고 변명했지만, 부하리는 뒤이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 발언이 뭐냐는 리포터의 질문에 "당신도 집이 있지요? 그리고 주방이 어딘지 알지요? 거실이 어딘지 알이죠? 그리고 저는 제 부인이 직업이 있을지라도, 그것들을 돌보는(look after)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합니다."라고 대답하며, 농담이 아니었음을 보여주었다. 이 인터뷰는 아래에서 볼 수 있다.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활동하는 변호사이자 기자인 세데 알론게(Sede Alonge)는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그의 발언을 73살 나이든 아재의 실언으로 취급할 수도 있었겠지만, 슬프게도 그의 발언은 나이지리아의 뿌리깊은 가부장제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론게가 지적한대로,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에서 최대규모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고 있지만, 양성 평등이나 여성 인권에 관해선 세계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UN개발계획(UNDP)이 인간개발보고서(Human Development Reports)에서 발표한 양성평등지수(Gender Inequality Index)에서 나이지리아는 188개국 중 152위를 차지했고(이 지표에서 노르웨이가 1위를 차지했고, 한국은 17위를 차지했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 발표한 2015년 세계 젠더 격차 보고서(Global Gender Gap Report)에서 나이지리아는 145개국 중 125위를 차지했다. (이 순위에서는 아이슬란드가 1위를 차지했고, 한국은 115위를 차지했다.)

젠더 격차 보고서에 보고서에 따르면, 나이지리아는 양성간 교육의 격차와 정치참여에서의 격차가 특히 심하다. 예를 들면, 나이지리아 남성의 문해율이 69%인데, 여성은 50%에 그치고 있고, 국회에서 여성의원은 6%뿐이고, 장관도 24%만이 여성이 맡고 있다. 또한 유니세프는 한 자료에서 나이지리아를 '가장 많은 어린 신부들이 사는 곳'이라며 2천 300만명의 소녀들이 미성년일때 결혼을 했다고 밝혔다.


이런 지표들을 보고 나니, 여성은 주방에서 남편을 위해 요리하고, 남편을 위해 거실을 정돈하고, 남편을 위해 '또 다른 방'에 있어야 한다는 그의 말이 섬뜩하기까지 하다. 이런 대통령과 대통령과 같은 생각을 가진 수 많은 남성들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하루하루 생존해가는 나이지리아 여성들의 문제, 테러리스트 조직인 보코 하람보다 더 심각하다.





한편, 부하리 대통령의 독일 방문에 대해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그가 건강 이상때문에 독일을 방문했다는 소문이 퍼졌으나, 대통령측은 그 사실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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