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킬리만자로 등반을 마치고 내려온 날 소식을 들었습니다. 21일날 정상을 찍고, 22일에 내려왔으니, 사건 바로 다음날에 소식을 들은건데요, 케냐 나이로비의 대형 쇼핑몰 '웨스트게이트'에 총기를 든 괴한들이 공격을 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사건 직후, 알 샤비브가 자신들이 행한 공격이라며, 소말리아에 아프리카 연합군으로 파병을 한 케냐에 대한 복수라고 주장했었는데요, 당시 저는 탄자니아에 있었기 때문에 다레살람의 대형 쇼핑몰들도 타겟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걱정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게다가 이 사건으로 쇼핑몰에 있던 한국인도 한 명 희생되었었으니 걱정이 더 컸었지요.
9월 21일부터 24일까지 진압작전이 이루어졌습니다. 4일동안 건물은 반파되고 67명이상이 사망했습니다. 전 이 사건을 떠올리면 기억에 남는 사진이 있습니다. 사건 당시에 외신들을 장식했던 사진인데요, 한 어머니가 기지를 발휘해 위기상황에서도 아이들을 숨기고 있는 모습을 담은 것입니다. 이 어머니의 이름은 Faith Wambua입니다. 언제 울음을 터뜨릴 줄 모르는 갓난 아이를 안고서 그녀가 어떻게 Westgate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아남았는지는 BBC인터뷰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웨스트게이트 사건 1주년, 나이로비에서는 많은 추모행사가 열렸다고 합니다.
사건당시 쇼핑몰에 있었던 사람들, 그리고 유가족들이 상처를 많이 치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다레살람에서 지낼 때, 그리고 잠시 나이로비를 방문했을 때 큰 쇼핑몰이나 은행을 보면 그 시설에 대한 보안문제에 의문이 들곤 했습니다. 무장 강도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는지, 쇼핑몰이나 상점, 은행에는 사설 경찰들이 장총을 들고 서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과연 저들이 긴급 사태에서 얼마나 잘 대처할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어떤 일련의 교육과정을 거치긴 하겠지만, 후줄근한 유니폼에 발사는 될지 의문인 장총을 들고 있는 사설 경비요원들이 미더워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땅히 공권력의 통제 하에 관리되어야 할 무기가 사설업체에게 맡겨져 있다는 것도 걱정되었습니다.
탄자니아 친구의 글, 페이지를 많이 구독하고 있는 터라 탄자니아에서 일어나는 각종 범죄나 사고에 대한 글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그럴 때 느껴지는 건 탄자니아에 산다는 것은 죽음을 가까이 하고 사는 것이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그곳에 살 때는 그렇게 느꼈었구요. 언제 어디서 범죄의 희생자가, 사고의 희생자가 될지, 그런 상황에서 외롭게 죽어갈 지 모르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지요.
그렇게 보면 어떤 경제적 투자, 개발협력보다 중요한 것은 '일상의 평화'를 찾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부자가 되어도 사설경비원을 두어야 하고, 언제 모든것을 잃을 지 모른다면 결코 행복할 수 없지 않을까요? 얼마나 삶이 아슬아슬 한가요.
시민을 지킬 수 있는 공권력과 시민들이 서로 해치지 않는 사회적 안정을 이루는 것이 진짜 발전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어쩌면 이런 모든 평화는 모든 것 이전에, 혹은 이후에 오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