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동북부 일주기] 제 3화 : NOT TODAY

* 이 글은 2013년 10월 3일 다른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1년 넘게 지난 여행기라, 지금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제 3부. NOT TODAY,

하루에 버스가 두대 다닌다는 하우비의 버스 중 하나를 타고서 다시 콘도아로 나왔습니다. 오후늦게 도착하여 저녁을 먹으려 어슬렁 거릴때부터, 시내엔 먹구름이 가득해 안그래도 황량한 도시가 더 황량해 보였습니다. 잔지바르 사람이 한다는 식당에서 대강 저녁을 먹고, 정말이지 허름한 숙소에 누웠습니다. 예전에 할머니댁에 있었을 법한 그런 TV에서는 알수없는 기독교 채널과 다레살람에 비가 많이와서 홍수난 곳을 취재하는 오락(?)프로그램을 하는 채널만 나왔고, 화장실엔 뜨거운 물은 커녕, 아예 물이 잘 나오질 않았으며, 바퀴벌레도 한마리 슥 지나가주었습니다. 
'아, 내가 어제 묵었던 곳이 그 아름다운 하우비가 맞던가..' 하며 잠자리에 드는데, 밖에 비가 억수로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비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그땐 몰랐습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이렇게되었습니다.




콘도아 ~ 아루샤 구간은 산을 두개정도 넘어가지만 모두가 '비포장'인 도로라 간밤 폭우로 길이 엉망이 되었습니다. 창가에 앉았던 나는 이 버스 분명 넘어질 거라고 겁먹었고, 실제로 이 버스는 세번이나 길가 고랑에 박혔습니다. 두번째 빠졌을 때 였을까? 다들 차에서 내리기 바빴을 때, 여유로운 표정으로 자기자리를 지키던 아저씨가 나에게 한마디 했습니다. 'NOT TODAY,' 아마 '오늘은 안죽어,'라는 의미로 했을 것입니다. 마치 그 말이 영화속 대사같아 아직도 그 장면, 그 표정, 그 대사가 기억납니다.

처음 버스가 고랑에 빠졌을 때, 사진을 찍다가 돌맞을뻔 하고는 사진기를 왠만하면 안꺼내고 나무랑 돌을 주워나르면서 돕고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고랑에 빠졌을 때(가장 심하게 빠졌을 때) 버스회사 직원이, 이 아름다운 장면을 찍지않고 뭐 하느냐며, 얼른 찍으라고 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러곤 같이 밀었는데요, 사진속에 빨간 옷을 입고 머리에 천을 두른 사람이 보이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옆자리에 앉았던 여자분인데요, 무슬림입니다. 우리 차가 자꾸 빠지고, 남자들이 힘을 합쳐 버스를 미는걸 보고는, 부르카를 머리위로 말아올리고, 치마를 바지로 갈아입고선 같이 버스를 같이 밀어 기억에 남습니다. 

여튼, 버스가 고랑에 빠질 때 마다 땅을 파고, 돌을 깔고, 나무를 깔아 길을 만들어 겨우겨우 나아갔습니다. 6시간 걸리는 거리를, 14시간만에, 그것도 무섭다는 아루샤에 한 밤중에 도착하게 되어 걱정했지만, 그래도 내가 차 밀었다고 좋아하던 버스 승객들, 그 중에서도 점잖은 신사분이 나를 호텔까지 데려다주었습니다. 

2*3좌석 버스에서 장장 14시간을 보낸 무진장 힘든 여정이었지만, 다들 진흙탕에서 함께 차 밀고 소리치고 기뻐하던 그 순간은 정말이지 너무 신났습니다. 또 호텔에서의 따뜻한 물은, 너무나 상쾌했습니다.


여행을 마치며,

중간에 생겼던 수많은 변수들 덕분에, 목표했던 모시 구경은 하지 못하고 탕가로 직행해 일을 보고, 다레살람으로 돌아왔습니다. 모시 시내는 못봤지만, 킬리만자로는 봤습니다. 

참 잘생긴 산. 킬리만자로.


만약 누군가 나에게 탄자니아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곳은 어디었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내가 갔었던 '하우비'를 꼽습니다. 하우비의 소박하지만 아름다웠던 풍경, 소박하지만 아름다웠던 사람들. 그리고 여행 과정에서의 에피소드들은 그 다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나에겐 진짜 탄자니아 여행이기 때문입니다.



동북부 일주기 이동 루트. 다레살람-도도마-콘도아-하우비-콘도아-아루샤-모시-탕가-다레살람



동북부 여행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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