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팅가팅가니까, / 아프리카 현대미술전



탄자니아의 대표 현대미술 '팅가팅가'의 창시자인 에드워드 사이디 팅가팅가의 작품을 포함하여 500여점의 회화, 조각 작품들이 전시되는 '아프리카 현대미술전'이 부산에서 열리고 있다고 한다. 

KNN 창사 20주년 특별기획,
"아프리카 현대미술전"
일자 : 2015년 4월 2일 ~ 6월 21일
장소 : KNN 월석아트홀 (부산 해운대구 우동)
홈페이지 : http://blog.knn.co.kr/africa



아프리카 현대미술전, 그리고 팅가팅가 라고 하니, 탄자니아에 있을적에 썼던 글이 생각났다. 그 글을 그대로 옮기자면 이렇다.

어릴적엔 그림대회에서 상좀 꽤나 받았었는데, 크고보니 그림 못그리는 어른이 되어있었다. 왠지 어른들의 그림은 그리려고 하는 대상을 잘 묘사하는 것이어야만 할 것 같았고, 나의 그림은 '애들 그림 수준'으로보여 부끄러워했다. 그렇다고 내가 파플로 피카소 같은 거장도 아닌데 "내 그림은 추상화야."라고 하는 것도 쑥쓰러웠다. 그렇게 나는 그림그리기를 그만두었다.


다시 내가 그림그리기를 시작한건 탄자니아다. 탄자니아에는 팅가팅가라는 재밌는 이름의 회화양식이 있다. 우리나라 민화와 비슷하게 대상을 과장하여 묘사하고, 강렬한 채색을 주로하는 스타일을 팅가팅가라고 부른다. 민화와 다른점이라면 팅가팅가는 에나맬 페인트를 이용한다는 점인데, 나무나 철제를 칠할 때 쓰는 에나맬 페인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색이 아주 강렬하고 그림 전체가 좀 반짝거리는 느낌이 든다. 나는 팅가팅가가 주는 유쾌한 느낌에 끌려, 단순하고 화려한 스타일이 왠지 쉬워보여 팅가팅가를 배우기에 이르렀다. 



나에게 그림을 가르쳐 준 사람은 커스벨트 음세세(Cuthbert Msese)라는 동네화가다. 아직 프린팅하는 간판이 많지 않다보니, 동네마다 간판을 그려주거나 벽화를 그려주는 화가들이 살고 있고, 그 중 한명인 커스벨트와 어떻게 인연이 되어 그에게 그림을 배우게 되었다. 어디 소속없이 개인 작업실을 가진 동네화가이지만 스스로를 디자이너이자 미술가라고 생각하고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리버풀을 사랑하며 너무 자유로운 예술혼을 가져 내 수업을 빼먹고 놀러간적이 한두번이 아니긴 해도, 나름 컬리지에서 그림을 전공한 전문가다.



팅가팅가가 쉬운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연필 잡는법부터 다시 시작해서 구도와 원근법을 배우고서야 팅가팅가를 시작했다. 다른 그림을 카피하는것 까진 문제가 없었는데, 나 홀로 그리기를 시작할 때 어려움이 생겼다. 왠지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유치해 보이고, 다른 팅가팅가에서 느껴지는 유쾌함이 없는 것 같고, 색깔도 잘 못 고른것 같은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일 때마다, 내 그림선생이자 친구인 커스벨트는 '괜찮아, 팅가팅가잖아. 니 그림을 그려'라고 말해줬다. 





그런 선생친구의 응원덕분에, 끝가지 칭찬속에서 그림들을 몇점 완성할 수 있었다. 지금 봐도 그렇게 잘 그린것 같진 않지만, 커스벨트는 언제나 내 그림을 보고 '최고야', '재능이 있어', '멋있어' 라고 칭찬해 주었다. 그 덕분에 그림에 취미를 가지고 종종 그리게 되어, 요즘도 가끔 할일이 없으면 핸드폰으로 그림을 슥슥 그려보곤 할 정도가 되었다. 


요즘 또 자신감이 떨어진다. 탄자니아에서는 내가 뭘 그리든, 뭘 입든, 뭘 하든 그닥 뭐라하는 사람이, 혹은 내가 눈치보는 사람이 없었는데, 돌아오고보니 신경이 너무 쓰인다. 내가 색깔을 잘 못 골랐을지라도, 스케치를 엉망으로 했을지라도, '괜찮아' 라고 해준 커스벨트가 새삼 고맙다.

지금도 내 옆에서 내가 하는 일들에 누군가 '괜찮아'라고 해주면 좋을텐데, 그 말이 그립다.





지금 글을 다시 읽어보니, 당시 탄자니아 생활에서 팅가팅가 그리기에서, 그리고 팅가팅가를 가르쳐준 친구로부터 많은 위안을 얻었던 것 같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어떤 재료를 사용해서 그려야할지 감이 안와서 그리지 않았더니 이젠 스케치도 제대로 못하게 되고 말았다. 아쉬운대로 내 고향 부산에서  팅가팅가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작품들을 보기라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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