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휴가] 2박 3일, 단양여행 (5.4~5.6)


봄휴가를 다녀왔다. 본관이 단양이라 어릴적부터 많이 들었던 지명, 충청북도 단양을 다녀왔다. 여행지를 고를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두 가지 조건이 있다. 1번은 숙소, 나는 여행을 가도 새벽같이 돌아다니지 않고, 숙소에서 많은 시간 보내는 편이기 때문에 저렴하고 좋은 숙소가 있는 여행지를 좋아한다. 2번은 도시의 크기 혹은 교통수단, 자가용이 없기 때문에 걸어다니거나 택시로 이동하는 여행을 한다. 그래서 작은 도시를 좋아하는데, 그런 도시로는 여수가 좋았다. 혹은, 크지만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는 도시도 좋다. 부산이 나에겐 그런 도시였다. 단양은 앞서 말한 두 조건과도 일치하고, '단양 8경'이라는 유명한 여행지도 있으니 가볼만하다고 생각해서 여행을 떠났다.

우선 여행을 다녀온 일정부터 정리하자면 이렇다.

1일차
동서울 터미널 --(시외버스, 2시간 30분)--> 단양 시외 버스터미널 --(바로앞)--> 돌집식당 --(택시, 약 5천원)--> 도담삼봉, 석문 --(택시, 약 5천원) --> 숙소

2일차
숙소 --(도보 30분)--> 구경시장, 점심식사(마늘순대국밥, 마늘순대) --(택시, 약 3천원)--> 고수동굴 --(도보 30분)--> 단양시외버스터미널 앞 버스정류장 --(시내버스, 약 30분)--> 사인암 --(시내버스, 약 30분)--> 단양시외버스터미널 앞 버스정류장 --(도보 10분)--> 구경시장 --> 도보 30분 --> 저녁식사(락송정, 돼지갈비) --도보5분--> 숙소

3일차
숙소 --(버스 5분)--> 구경시장, 점심식사(흑마늘 닭강정, 마늘떡갈비만두) --(도보10분)--> 시외버스터미널 --(시외버스, 30분)--> 구인사 --(시외버스, 3시간)--> 동서울터미널



5시쯤 단양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놀랐는데, 버스 터미널 앞에 바로 고수대교, 남한강이 펼쳐져있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탁 트인 풍광을 보니 기분이 좋아져서 얼른 둘러보고 싶었지만, 단양 8경도 식후경, 일단 밥을 먹기로 하고 터미널 앞 '돌집식당'으로 향했다.


돌집식당은 인터넷에 잠깐만 검색해봐도 나오는 단양의 맛집이다. 이 식당에 유명한건 곤드레밥과 마늘떡갈비가 나오는 정식. 정식은 가격이 세가지인데, 우리는 중간껄로 먹었다. 한상 가득 나오는 정식이 일단 비주얼부터 만족스럽다. 그리고 맛도, 깔끔하다.




마늘 정식을 먹고 시내를 잠시 둘러보았다. 단양 시내는 크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방향으로도 뒤에 산이 너울너울 병풍져있다. 한적하고 예쁜 동네라고 생각했다.


동네를 좀 돌다가, 석양이 지기 시작하려 할때쯤, 택시를 타고 단양8경의 제 1경, 2경인 도담삼봉과 석문을 보러갔다. 여긴 교통버스 시간표 보는게 너무 어려워서, 그냥 택시를 탔다. 시내와 가까워서 기본요금에서 조금 더 내면 간다.


도담삼봉은, 강 한가운데 뜬금없이 솟아있다. 마치 누가 심은 것만 같다. 날씨가 좋을 때, 강물에 모습을 한껏 비추는 도담삼봉도 예쁘겠지만, 밤에 조명을 비춰놓은 도담삼봉도 멋졌다. 특히나 도담삼봉 넘어 산 능선에 보름달의 월출이 어우러졌던 그 날은 정말 아름다웠다.
석문도 모양이 신비로운데, 사진으로 담기도, 말로 표현하기도 어렵다. 그냥 신기하다.



첫날은 이렇게 도담삼봉, 석문까지 보았다. 그러고 둘째날, 느지막히 일어나 다시 길을 나선다. 남한강을 따라 강변길이 잘 되어 있어, 이 길을 타고 시내까지 나가기로 한다.





걸어걸어 도착한 곳은, 단양 구경시장. 구경시장 구경을 왔다. 


이리저리 둘러보니 마늘순대라는게 유명한 것 같아, 아무집이나 들어가 순대국과 마늘순대를 시켜먹었다. 구수하고 깔끔한 순대국과 마늘이 들어가 그런지 비린맛이 전혀 없는 마늘순대를 뚝딱 비웠다. 거기에 생막걸리를 한통 먹었는데, 달달하니 정말 맛있었다. 지금 또 먹고싶다. 막걸리...





배도 부르겠다, 이제 다시 구경을 시작한다. 이날 찾아간 첫번째 장소는 고수동굴, 옛날에 한번 가본 것 같았지만, 또 가보기로 했다. 동굴 내부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사진은 없지만, 어마어마하다. 높낮이도 엄청나고, 세상이 뒤집어져있는 것만 같은 모습이 무섭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했다. 뭔가 어마어마한 자연을 만나면 새삼 나란 사람은 얼마나 작은가, 얼마나 약한가 생각하게 된다.


고수동굴 관람을 마치고, 아까 택시를 타고 왔던 길을 걸어서 돌아갔다. 돌아가니 마침 시외버스 앞, 시내버스 정류장에 사인암으로 가는 버스가 서 있다. 버스를 타고 30분정도 가니 사인암리가 나와, 거기서 하차했다. 내리기 전 버스기사님한테 돌아가는 차편을 물어보니, 45분쯤 뒤, 버스가 다시 사인암리로 돌아오니 나와있으라고 한다.

사인암은 단양팔경의 제 5경이다. 우리 집안의 시조인 우탁 선생이 '사인재관'이라는 벼슬을 할 때 자주 들렀던 곳이라 사인암이란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계곡가에 우뚝 서있는 사인암을 올려다보며 누워있으니, 세상 다 가진 기분이었다.



아까 그 버스기사님이 운전하는 버스를 제시간에 타고, 다시 시내로 왔다. 배가 고파서 숙소 부근 고깃집, 락송정으로 갔다. 돼지갈비집인데, 특이하게 뭘 시키든 간이랑 천엽이 나온다.  이렇게 두번째 날도 끝났다.


마지막 날, 일어나자마자 시장부터 갔다. 가서 그 유명하다는 흑마늘닭강정을 주문해두고, 시장을 어슬렁거리다가 마늘떡갈비만두를 판다는 가게를 보고선 1인분만 시켜보았다. 마포만두에서 파는 갈비만두와 맛이 비슷한데, 덜 달고 더 깔끔한 맛이다.


그리고 이것이 흑마늘 닭강정. 17,000원이다. 근데 가격이 비싸게 느껴지지 않게 정말 양이 많다. 맛도 좋았다. 많이 먹어도 느끼하지 않다. 그래서 많이 먹었다......


닭강정을 채 다 못먹고 다시 시외버스터미날로 왔다. 여행의 마지막 코스, 구인사로 가기 위해서인데, 동서울에서 오는 버스가 단양을 경유해서 구인사 종점으로 가기 때문에, 시외버스터미날을 이용하면 갈 수 있다. 버스를 타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지나 도착한 구인사 종점. 내리자마자 절인줄 알았는데, 내린 곳에서 500m 더 올라가야 절이 나온다.

구인사는 천태종 총 본산이라고 적혀있다. 보통 가는 절은 항상 조계종이었기 때문에, 천태종은 어떤 분위기인지 전혀 모르고 갔는데, 문화충격이었다. 절이 엄청 화려하고, 크고, 세련됐다. 절에 들어서니 마치 산속에 새로운 세상에 온 기분이 들었다.
구인사를 오르고 오르면, 온통 황금색으로 칠해진 커다란 법당이 나오는데, 거기가 대웅전일거라 생각한 나는 건물 내부를 들여다 보았는데, 거기 사람모습을 한 큰 불상이 놓여있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 사람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렇게나 큰 불상을 사람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건 무서웠다.
어쨌거나, 비현실적이고, 신비로운 구인사 구경을 마치고, 버스 타는 곳 근처에서 아까 남은 흑마늘닭강정을 먹으며 여행을 마무리했다.













단양, 여유롭고 조용하고, 또 한적한 도시로 기억할 것 같다. 언젠가 휴식이 필요할 때 다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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