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에 다녀왔었다. 2년전에.


킬리만자로에 올랐던건 2013년 9월이다. 그 해 10월 초, 1년동안의 탄자니아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마지막 여행을 하고싶어서 남은 휴일을 모두 붙여 1주일이 약간 넘는 휴가를 만들었다. 장소는 두 곳을 두고 고민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폭포인 빅토리아 폭포를 갈 것인지, 대륙에서 가장 높은 산인 킬리만자로를 갈 것인지가 고민이었는데, 내 두 다리로 산을 오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리라, 킬리만자로를 택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과는 달리, 산을 오를수록 점점 걷는일에만, 호흡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내가 갔던 루트는 마차메 루트(Machame Route), 킬리만자로 등반에는 몇가지 루트가 있는데, 마차메 루트는 계속 캠핑을 하며 올라가는 루트이며, 경관이 좋다고 알려져있다. (다른 루트를 안올라가봐서 비교는 안되지만 어딘가에 그렇게 나와있었다.) 마차메 루트의 일정은 5박 6일. 첫날 3,000m까지 올라가고, 셋째날이되면 4,000m에 위치한 바랑코 캠프(Barranco Camp)에 도달한다. 아마 고산증세는 그날쯤 부터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
정산등반은 넷째날에서 다섯번째날로 넘어가는 밤부터 아침까지 이어진다. 넷째날, 스와힐리어로 얼음이나 눈을 뜻하는 단어로 된 이름을 가진 캠핑장, 바라푸캠프(Barafu Camp)에 가까워지면서 그때부터 눈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라푸캠프에서 일찍 잠을 자고, 자정이되면 정상을 향해 출발한다. 정상은 고도가 높아 해가뜨면 탈수증세가 심해 머물기 힘들어서 최대한 태양이 위력을 떨치기 전에 정상을 찍고 내려가도록 하는 일정에 맞추다보니 그렇게 출발한다고 했다. 
밤에 출발하다보니, 그리고 이미 4,600m가 넘는 고산에 있다보니 정상을 정복하는 일은 엄청나게 힘들다. 일단 구토를 하고서 출발했다. 그리고 오르는 내내 어지럽고, 졸렸고, 그 와중에 배가 아파 바위 뒤에서 큰일을 보기도 했는데, 힘을 줄때마다 아찔하게 어지러워서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힘들게 한발한발 옮겨 킬리만자로의 정상, 아프리카에서 최고로 높은 곳, 우후루피크(Uhuru Peak)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7시 30분. 완전히 다른 세상에 있는 것만 같았다. 저 넘어로 보이는 빙벽들, 그리고 움푹 파인 분화구와 설원들. 지금 다시 사진으로 보지만, 그때의 감동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아래는 오르며 찍었던 사진들이다.


Day1. 마차메 게이트 ~ 마차메 캠프





Day2. 마차메 캠프 ~ 쉬라 캠프



Day3. 쉬라 캠프 ~ 바랑코 캠프










Day4. 바랑코 캠프 ~ 바라푸 캠프





Day5. 바라푸 캠프 ~ 우후루 피크 ~ 밀레니엄 캠프















Day5. 밀레니엄 캠프 ~ 므웨카 게이트





어떻게 킬리만자로의 우후루피크까지 갔는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 이 산을 오르면서 한가지 깨달았던 것은, 목적지만을 맹목적으로 생각해선 그곳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킬리만자로를 오르며 우후루피크를 생각하면 힘들었다. 정상이 보이면 보이는대로 도저히 가까워지지도 않고 또 다른 세상아보여 힘들었고, 정상이 안보이면 안보이는대로 어디로 가고 있나 싶어 힘들어하기도 했다. 그렇게 목적지만을 생각하면 힘드니까, 한 걸음 한 걸음, 호흡 하나 하나에 집중했었는데, 그것이 킬리만자로 등반 성공에 큰 도움이 되었다. 살아가면서 이루는, 혹은 이루고 싶은 일들도 이런 식으로 이루어지는 건가보다 생각했다. 

2년이 지났다. 여전히 또 킬리만자로를 가겠노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킬리만자로는 특별하다. 내가 올랐던 가장 높은 산,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산 인것도 특별하지만 무엇보다도 특별한 것은 무려 5,895m나 되지만, 특별한 장비나 특별한 등산 기술 없이도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쉽게말해서 일반인이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킬리만자로는 아주 특별하지만, 그렇게 사람들을 품을 줄 아는 산이라 더 특별하다.






마차메 루트 메모.

Day1. 
Machame Gate - Machame Camp(2,980m) / 18km, 6시간
Day2.
Machame Camp - Shira Camp(3,840) / 9km, 5시간
Day3.
Shira Camp - Lava Tower(고산적응을 위해 고도를 높였다 내려감, 4,630m) - Barranco Camp(3,950m) / 9.5km, 9.5시간
Day4.
Barranco Camp - Barafu Camp(4,550m) / 9.5시간
Day5.
Barafu Camp - Uhuru Peak(5,895m) - Barafu Camp - Millenium Camp(3,950m) / 정상까지 7.5시간, 밀레니엄 캠프까지 6시간
Day6.
Millenium Camp - Mweka Gate / 6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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