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부터 오늘 26일까지, 미국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케냐를 공식 방문하고있다. 사실 오바마 대통령이 이제서야 '아버지의 나라' 케냐를 방문했다는 사실은 약간 의외라고 생각했다. 2013년 6월 아프리카 순방에 오르면서 바로 옆 나라인 탄자니아도 갔었고, 남아공과 세네갈도 방문했는데, 그때 케냐를 안갔다가 2년 뒤, 임기 말이된 지금 케냐땅을 밟았다. 2013년 내가 탄자니아에 일할 때, 오바마 대통령이 방문했었는데, 오바마 대통령이 지나가는 길 마다 오마바 대통령의 사진을 세워놓았었고, 노점들도 싹 정리했었던 기억이 난다. 더불어 같은 시기 Bush Foundation일로 탄자니아에 왔었던 아들 부시도 갑자기 만났던 기억이 난다. 사업조사를 하러 시내에 있는 장애인들이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 공방에 갔었는데, 거기서 조지 부시를 만났고, 그도 외국인(?)인 내가 거기 있으니 신기했는지, 인사하고 악수하고 몇마디 했었다.
저기 줄무늬 카라티를 잎은 사람이 조지 부시
다시 버락 오바마 이야기로 돌아와서,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으로서 케냐를 방문한 것은 처음이지만, 오바마 개인적으로는 케냐방문은 세번째 방문인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버락 후세인 오바마의 아버지는 케냐 사람이다. 지금의 오바마와 같은 이름을 가져서, 보통 버락 오바마 시니어(Barack Hussein Obama Sr.)라고 부르는데, 하와이에 유학을 왔다가 오바마의 어머니 Ann Dunham을 만났고, 그녀와 두번째 결혼을 올린다. 그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나 사람이 버락 오바마이다.
이렇듯 케냐에 뿌리를 두고 있었던 버락 오바마는, 젊은시절,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하기 전, 1987(혹은 1988)년 케냐를 방문하여 친지들을 만났고, 2006년 상원의원을 하던 때에도 케냐를 방문했었다. African Leadership Magazine의 블로그에서 당시 사진들을 볼 수 있다.
출처: African Leadership Magazine, 1987년 케냐 친척집 앞에서
출처: Afrian Leadership Magazine, 1987년 케냐 친척들과.
출처: African Leadership Magazine, 1987년 오바마 가족사진.
출처: African Leadership Magazine, 1987년 케냐에서. 젊은 멋쟁이 오바마
출처: African Leadership Magazine, 2006년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오바마의 케냐 방문
오바마의 이번 방문의 목적은 Global Entrepreneurship Summit 라는 회의에 참석하고,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과 회담하는 것을 주로 하고 있다. Global Entrepreneurship Summit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집트 방문간 했던 연설에서부터 시작되어, 미국과 전 세계 무슬림 커뮤니티의 비지니스 관계 증진을 위한 연례 행사가 된 회의이다. 2010년 워싱턴 DC에서 첫 회의를 가진 후, 2011년엔 터키 이스탄불, 2012년엔 UAE의 두바이, 2013년엔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 2014년에는 모로코의 마라케스에서 개최되었고, 올해 케냐 나이로비에서 개최되었다. 유럽 정부들이 무슬림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미국 정부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게 상당히 신선하다.
이 회의에서 오바마는 개회연설을 하는데, 수줍은 스와힐리어 슬랭을 선보인다.
이 영상 앞부분에서 오바마가 쓴 스와힐리 슬랭은 Niaje Wasee와 Hawayuni다.
Niaje Wasee는 느낌살려서 번역하자면, '왓썹 여러분'같은 느낌이고, Hawayuni는 'How are you?'의 스와힐리 변형이다. 하와유를 발음나는대로 쓰고, 스와힐리어는 모든 단어가 모음으로 끝나야 하기 때문에, i를 붙여 hawayuni라는 말이 된 것이다.
오바마의 방케(?)에 앞서, 케냐 사람들을 화나게 했던 일이 하나 있다. CNN이 오바마의 케냐 방문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보도를 하면서, 케냐를 테러의 온상(Hotbed of Terror)라고 묘사했던 일이 있는데, 이에대해 많은 케냐사람들을 포함한 각처에서 비난을 받았고, 트위터에는 한때 #someonetellCNN 이란 해쉬태크가 유행했었다. CNN의 그 보도를 잘펴보니, 동아프리카 안보를 위협하고 있는 알 샤밥과, 케냐 방문 전 유출된 대통령의 방문 일정 등을 다루고 있는 기사였는데, 그런 맥락에서 안전에 대한 우려를 표시할 수는 있지만, 케냐를 '테러의 온상'이라고 칭한 것은 무식한 짓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튼 이렇게 CNN이 욕을 먹고 있는 가운데, 오바마의 일정은 끝나가고, 별일 없이 지나가는 듯 싶다. 아무래도 케냐도, 미국도 경호에 각별히 신경쓴 덕택이 아닌가 싶다. 오바마가 에어포스 원에서 내려 케냐땅을 밟을 때, 문득 탄자니아때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케냐 조모케냐타 공항에 내리는 오바마 대통령을 환영하는 사람들은 아주 조촐했고, 착륙 자체가 조용한 밤에 이루어졌다. 반면 2년 전, 탄자니아 줄리어스 네레레 공항에 내린 오바마는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일 수도 있지만, 경호적 측면에서 이런 차이가 생겨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2015년 케냐와 2013년 탄자니아 영상을 직접 보고 비교해 보면 재미있다.
케냐에 서 있는 오바마 대통령을 보니, 버락 후세인 오바마라는 풀네임이 참 어울린다. 그의 이름을 살짝 풀이해보자면, 버락(Barack)은 아랍어계통 스와힐리어에서 따온 이름인데, 행운을 뜻하는 Baraka의 변형이고, 후세인이란 이름은 범 아랍적으로 쓰는 이름이고, Obama라는 성은 케냐의 Luo민족이 많이 쓰는 이름이다. 과연 그의 이름만큼, 버락 오바마가 케냐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속적으로 케냐를 찾는 것은 보기 좋다. 기존의 미국대통령들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걷는 오바마이기에, 그 속에서 케냐의, 케냐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것은 없는지 생각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