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 to African Politics

한국의 대학원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난 학기당 세개의 수업만 들으면 된다. 그래서 이번 학기엔 Introduction to Peace Studides와 Introduction to African Politics 그리고 Political Violence and Terrorism을 듣고 있다. 그중 가장 좋아하는 수업은 African Politics이다. 아프리카 정치학은 배울수록 흥미로운게 많다. 그 광활한 대륙에 넓게 흩어져 살던 사람을이 갑자기 어느날 바다건너온 유럽인들에 의해 식민지배 당하고, 그들이 멋대로 그어놓은 국경선으로 인해 국가가 생겨나고, 독립이후엔 그 국경 안에서 안정된 국가를 건설하기위해 고난을 겪고 있다. 역사상 이런 대륙은 없었다.
'역사의 종언'때문에 아프리카의 거의 모든나라들도 민주주의를 택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과연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유럽의 미국의 민주주의와 다르듯, 아프리카에서 민주주의라고 부르는 것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탄자니아 있을때 정치적인 것들을 공부해보지 못한게 아쉽다.
사진은 탄자니아의 수도 도도마. 세종시처럼 나중에 만든거라 위엄이 없다


내용도 재밌지만 이 수업의 백미는 교수님 vs 학생들이다. 이 강의의 교수님은 영국사람이고, 서아프리카쪽을 전공으로 한 사람이다. 그리고 이 수업의 2/3은 아프리카의 각국에서 모인 청년들이다. 그러다보니 선생님이 약간의 틈만 보여도 거칠게 테클이 들어간다. 아주 재미있다. 아프리카학생들은 서구중심적인 시각이다, 아프리카는 다르게 보아야한다, 아프리카 안에서도 역사와 문화에 따라 다르게 보아야한다, 성급한 일반화다 등등 수업 곳곳에서 공격을 가한다.

나는 식민지통치를 받았고, 힘든 민주화과정을 거친 나라 사람이니까 가끔은 아프리카학생들의 편에서서 같이 공격하기도하고, 그냥 제 3자처럼 끼어들기도 한다. 하지만 아프리카 정치에 대해 말할땐, 우려되는 부분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나 최근 르완다 사례로 많이 토론했던 '권위주의정권'에 대한 부분이 민감했다. 르완다는 폴 카가메 대통령이 거의 권위주의 정권처럼 군림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어 지지율은 높다. 박정희를 생각나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다보니 이게 과연 민주주의냐 하는 부분을 토론하다가 많은 아프리카 학생들이 개발이 먼저다, 아프리카 식 정치는 유럽과 비교할 수 없다는 등의 이야기를 했다. 그들의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나는 계속 의심이 든다. '개발' (혹은 빈곤)그리고 '안보'라는 이슈를 이용해서 일부 정치엘리트들이 그들의 권력을 강화하는 것은 아닐까?

대한민국의 권위주의 정권이 개발과 안보를 이용했었다. 북한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강력한 정권,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 정말 그렇게까지, 했었어야 했을까. 다른 대안은 없었을까? 박정희가 쿠데타를 일으키지 않았었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사실 원래 강대국이 아니었던 국가들 중, 권위주의정권을 거치치 않고 선진국의 반열에 성공적으로 올라선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불가피 한 것인가 라는 생각도 든다. 국가가 튼튼히 서야 경제도 쌓아올리고 민주주의도 할 수 있는 것이라는 논리가 그럴싸해 보일 때도 많다. 그 말이 맞다 치더라도 나는 물어보고 싶다. 개발이, 안보가 그렇게 시급한 과제였던가. 그 과제는 권위주의만이 해결할 수 있는가. 나아가 누구의 개발이며 누구의 안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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