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대륙에는 지역 공동체가 정말 많다. 주요 공동체만 꼽아봐도 15개 국가로 구성된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nomic Community of West African States: ECOWAS), 10개 국가로 구성된 중앙아프리카 경제공동체(Economic Community of Central African States: ECCAS), 15개 국가로 구성된 남부아프리카 개발 공동체(Southern African Development Community:SADC), 6개국으로 구성된 동아프리카 공동체(East African Community: EAC), 7개 국가로 구성된 정부간 개발기구(Intergovernmental Authority on Development: IGAD), 5개 국가로 구성된 아랍 마그레브 연합(Arab Maghreb Union: UMA), 19개 국가로 구성된 동남부 아프리카 공동시장 (Common Market for East and Southern African States: COMESA) 등을 꼽을 수 있다. 지역 공동체가 이렇게 많다보니 각 나라들은 2-4개의 지역공동체에 가입되어 있다. 과연 이 지역공동체에선 무슨 일들이 벌어지는지 궁금해서 지난주 3월 2일, 탄자니아 아루샤에서 열린 제 17회 동아프리카 공동체 정상회담의 기사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아프리카 각국의 지역 공동체 가입 현황. 어지럽다. Figure: World Politics Review |
지역 공동체 지도, 아프리카에 유독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Figure: Wikimedia |
3월 2일, 탄자니아 아루샤에서 제 17회 동아프리카 공동체 (East African Community, EAC)의 정상회담이 열렸다.(공식이름은 17th Ordinary Summit of EAC Head of State, 정기적으로 열리는 회담은 Ordinary Summit이라고 하고, 주요한 사안이 있어서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회담은 Extraordinary Summit이라 부른다.) 이 회담에는 탄자니아 대통령 존 마구풀리, 우간다 대통령 요웨리 무세베니, 르완다 대통령 폴 카가메, 케냐 대통령 우후루 케냐타, 부룬디 부통령 조셉 부토레, 남수단 부통령 제임스 와니 이가가 참석했다.
Photo: Government of Rwanda |
정상회담은 마구풀리 탄자니아 대통령이 EAC 정상회담 의장을 1년 더 연임하기로 결정하며, 그의 진행에 따라 진행되었다. 마구풀리 대통령은 연임을 받아들이며 자신의 모든 역량은 국내문제에, 특히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를 근절하는 일에 쓰고 싶지만, 동아프리카 지역을 위협하는 문제들 때문에 연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참 한결같은 사람이다.
정상회담의 가장 큰 의제는 부룬디 사태였다. 작년 4월 부룬디 대통령인 피에르 은쿠룬지자가 3선에 도전한다고 밝히며 시작된 부룬디 위기는 지금까지 450명 이상의 사망자와 약 25만명의 피난민을 만들었고, 은쿠룬지자가 결국 3선에 성공하여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지금도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위기의 발생과 쿠데타에 대해 썼던 블로그 글들 (1)(2) 참고)
EAC는 작년 7월 우간다 무세베니 대통령을 중재자로 임명했었는데, 이번 정상회담에서 전 탄자니아 대통령 벤자민 음카파를 추가로 임명하며 무세베니 대통령과 함께 일하도록 했다. 무세베니 대통령이 최근 선거에서 비민주적인 행태를 보이며 사실상 중재자로서의 권위를 잃어 음카파 전 대통령이 임무를 이어받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우간다 선거 관련은 여기) 음카파는 1995년 탄자니아 3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2000년 재선에 성공하며 10년간 대통령직 수행했었던 인물이다. 아프리카식 사회주의 Ujamaa 노선을 걷던 탄자니아에 자유시장경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인물이기도 하다. 임기 이후엔 국제 무대에서 많은 활동을 했는데, EAC 국가들과 관련해서는 2011년 남수단 독립과정에 UN 패널로 참여했었던 경력이 있다. 탄자니아는 초대 대통령 줄리어스 네레레때부터 전통적으로 지역의 중재자 역할을 했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혹자는 부룬디 위기 초반에 탄자니아가 선거중이 아니었다면 미리 개입해서 성공적으로 중재했을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조기 진화에는 실패했지만 마구풀리와 음카파가 이번에 부룬디 사태를 잘 중재해낸다면 다시 지역 중재자로써의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무세베니의 중재자 역할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던 부룬디 내 반대세력도 음카파에 대해선 호의적이다.
부룬디 다음으로 큰 이슈는 남수단이었다. 남수단은 2011년 독립 직후 케냐와 르완다 대통령의 권유로 EAC 가입 신청을 했고, 이번 정상회담에서 6번째 회원국으로 승인되었다. 남수단이 아직도 정치적 불안을 겪고 있어 남수단의 가입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었지만, EAC 정상들은 남수단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고, 남수단에게 회원국으로서 갖춰야할 정치, 경제, 사회적 수준에 대해 주문했다.
이런 굵직한 사안들 외에도, 중고 의류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한 신 사업화 정책안을 통과시킨 점이 흥미로웠다. 몰락하는 의류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한 정책이라고 하는데, 탄자니아에 지낼 때 재봉을 가르치고, 판매까지 하는 직업학교에 일하며 느낀 상품 경쟁력에 대한 고민이 생각났다. 미툼바(중고시장)에 가면 2천원도 안하는 돈으로 입을 만한 바지나 셔츠를 살 수 있었는데, 원가만 해도 두배가 넘는, 학생들이 만든 의류를 어떻게 해야 팔 수 있을지 고민했었고, 결국 많이 팔지 못했다. 이번 정책안의 통과에 따라, 회원국은 국내법에 반영해야 하지만, 과연 실현 가능한 법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이 정상회담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인물은 존 폼베 마구풀리 탄자니아 대통령이다. 그는 작년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부패척결과 예산절감을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EAC에까지 그 전장을 넓힐 생각으로 보인다. 그동안 EAC는 안팍으로 예산 부정사용혐의을 받아왔고, 이에 존 마구풀리가 칼자루를 뽑아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 앞서 부룬디 출신의 리베라트 음푸무케코(EAC 재무, 행정담당 부 사무총장이었음)가 신임 사무총장에 취임했는데, 그에게 마구풀리는 "당신은 특별하지 않다"며, 사무총장의 임무는 가난한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라며 경고를 날렸다. 취임하자마자 경고를 받은 사무총장의 앞날이 험난해 보인다.
뿐만 아니라 마구풀리는 "왜 EAC의 사무국은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기 위한 생각을 시작하지 않는가?"라고 물으며, "이 호텔에 우리 정상들을 초대하기 위해 썼던 돈을 아껴 동아프리카의 여러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중요한 일들을 할 수 있었다." "사무국은 이 회담을 EAC 본부에서 열어 인당 20달러를 아낄 수 있었다."라며 아주 깐깐하게 따지며 사무국을 나무라기도 했다.
그의 EAC내 행보에 대해 탄자니아 사람들은 역시 마구풀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마구풀리가 취임하고서 얼마 안되어 독립기념일(12월 9일)이 있었다. 취임하자마자 정부예산을 줄이겠다며 공직자들의 해외 출장을 제외하는 등 '불도저'같은 행보를 보이던 마구풀리는 독립기념일에 앞서 이렇게 말한다.
Photo: BBC News |
"우리 국민들이 콜레라로 죽어가고 있는데, 독립기념에 돈을 쓰는건 부끄러운 일이다!"
이렇게 말한 마구풀리는 독립기념일에 거리 청소에 나섰다. 사진 찍으려고 청소에 나선게 아니라, 정말 청소를 열심히 한 것으로 보인다.
Photo: BBC News |
그가 이렇게 거리 청소에 나서자 여당인 CCM도 전국 조직을 활용하여 거리 청소에 나선건 물론이고, 시민들도 해시태그 #whatwouldmagufulido (마구풀리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유행시키며 거리 청소 인증샷을 올리기도 하고, 재미있는 페러디를 만들어 올리기도 했다.
다레살람 대학 학생들의 청소 인증샷. 마구풀리는 선거운동 때 건강을 과시하며 팔굽혀펴기를 종종 했었다. |
NGO단체 직원들도 청소 인증샷을 남겼다. |
"독립 기념일, 나는 파티에 가고싶었지만, 나 스스로에게 물었다, #마구풀리라면 어떻게 했을까, 나는 주변청소를 했다." |
"나와 친구들은 세레나호텔(고급호텔)의 헬스장을 쓰고 싶었지만,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물었다. #마구풀리라면 어떻게 했을까" |
마구풀리는 해야할 일은 안하고 예산절감, 부패척결에만 매달린다고 비판받기도 한다. 아직 취임한지 반년도 되지 않았기에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잔지바 사태에 대한 점을 제외하고는 꽤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다보니 마구풀리 대통령 이야기를 많이 썼는데, 마구풀리 대통령이 정상회담 의장으로 있는 EAC는 East African Community의 약자이며, 스와힐리어로는 Jumuiya ya Afrika Mashariki이다. EAC 가입국의 대부분이 스와힐리 언어권에 들어있어서 그런지 공동체 로고에 스와힐리어가 적혀있다.
EAC는 1967에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에 의해 최초 설립되었는데, 1977년 해체되었다가 2000년 다시 설립되었다. 2007년 르완다와 부룬디가 가입했고,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수단이 가입하면서, 부룬디, 케냐, 르완다, 탄자니아, 우간다, 남수단 6개국으로 구성된 지역 공동체가 되었다. 본부는 탄자니아 아루샤에 위치하고 있으며, 회원국의 전체 인구를 합치면 1억 7천만명 정도가 되고, 영토는 약 2,440,000km2로 세계에서 10번째로 크고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알제리와 비슷한 크기가 된다. 공동 시장과 화폐동맹을 체결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정치적 연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참고자료>
Olingo, A. (2016.3.10) Fresh plan seeks to revive East Africa’s troubled textiles sector. The East African.
http://www.theeastafrican.co.ke/news/Fresh-plan-seeks-to-revive-East-Africa-troubled-textiles-sector/-/2558/3110528/-/i6wpt2z/-/index.html
Ligami, C. (2016.3.3) Magufuli extends austerity, anti-graft drive to EAC. The East African.
http://www.theeastafrican.co.ke/news/Magufuli-extends-austerity-and-anti-graft-drive-to-EAC/-/2558/3102272/-/vn1jaez/-/index.html
Ihucha, A. (2016.3.3) Burundi's Libérat Mfumukeko to head EAC Secretariat. The East African.
http://www.theeastafrican.co.ke/news/Burundian-Lib-rat--Mfumukeko-to-head-EAC-Secretariat/-/2558/3101582/-/nohox3z/-/index.html
Gaffey, C. (2016.3.3) MEET THE FORMER TANZANIAN PRESIDENT TASKED WITH SAVING BURUNDI. Newsweek.
http://europe.newsweek.com/burundi-crisis-tanzania-benjamin-mkapa-432998?rm=eu
EAC 홈페이지
http://www.eac.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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