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아프리카를 쓰는가

내가 좋아하는 작가 조지 오웰은 <나는 왜 쓰는가> 라는 에세이에서, 사람들이 글을 쓰는 네가지 동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첫째는 순전한 이기심. 어떤 사람들은 남들에게 인정받고, 기억되기 위해 글을 쓴다. 둘째는 미학적 열정. 어떤 사람들은 아름다운 것들을 글로 옮기고 싶어서, 혹은 글 자체의 아름다움이 좋아서 쓴다. 셋째는 역사적 충동. 어떤 사람들은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고 진리를 발견해서 후대에 전하고 싶은 욕망에 글을 쓴다. 마지막은 정치적 목적. 어떤 사람들은 세상을 자신이 바라는 방향으로 이끌고 싶고,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싶은 목적에 글을 쓴다.



처음 내가 아프리카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할 땐, 정치적 목적이 강했다. 당시 나는 아프리카 하면 연관검색어 처럼 따라다니는 국제개발협력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고, 아프리카를 바꾸겠다는 '체인지메이커'들과 싸우고 싶었다. 지금은 많이 순해졌지만, 여전히 중요한 동기로 남아있다. 요즘 "아프리카에 대한 무지"에 대해 많이 듣는다. 나는 국제개발 종사자들, 선교사들, 외교관들, 언론인들이 아프리카에 대해 무지한 것은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일반 대중들이 무지한 것에 대해선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아프리카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프리카에 무지하다면 서슴없이 비난할 것이다. 하지만 일반 대중이 아프리카에 대해 무지한 것은 '교화'시켜야 할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모른다고, 다르다고 교화하려드는건 식민지시대부터 지금까지 백인들이 아프리카에 했던 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세계화 시대라지만, 일반 사람들이 세상 모든 것에 대해 이해해야하고, 알아야하는건 아니다.

나는 아메리카대륙에 대해 잘 모른다. 요즘 미국 선거 뉴스를 들으며 내가 얼마나 미국의 주들에 대해 몰랐는지 새삼 느끼고 있다. 이름도 낯설고 미국 어디에 자리하고 있는지도 감도 안온다. 남미의 국가들 중 어느나라가 스페인어를 쓰고 어느나라가 포르투갈어를 쓰는지 들은적은 있지만, 지금 기억이 안난다. 이렇게 모르는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모르니까 쉽게 이야기하거나, 쉽게 판단하지 않는다. 모르는데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판단한다면 거기서부턴 문제다.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모르는 것에 차별이 있다. 내가 만약 Michigan을 미치간이라고 읽는다면 사람들은 날 비웃고 무식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내가 스와질란드의 수도 Mbabane를 엠바베인 으로 읽는다면? 아마 Mbabane를 어떻게 읽는지 잘 몰라서 반응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이걸로 나의 지적수준을 평가하진 않을 것이다. 한국 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미국의 도시이름을 모르는건 이상하고, 스와질란드의 도시 이름을 모르는건 이상하지 않으니까. 무지에도 불평등이 있다. 참고로 Mbabane는 음바바네라고 읽는게 맞다.

나의 글쓰기에 정치적 목적이 있다면, 이런 것들과 싸우고 싶어서 글을 쓴다고 하겠다: 모르는데 판단하고, 모르는데 차별하고, 모르는데 바꾸겠다고 하는 것. 예전에 쓰고 싶었던 글 중에 아프리카에 관련한 책들을 소개하면서, '아프리카 어린이' 돕는 단체에 기부하는 것 대신, 여러분의 뇌에 기부하라는 제목을 붙여보고 싶었던 적이 있다. 너무 자극적인가 싶기도 하고, 아직 그렇게 여러 권의 책을 소개할 만큼 리스트를 쌓지 못해서 못썼지만, 한번쯤 써보고 싶은 제목이다. 제목처럼 사람들이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책 읽고, 좀 알아본 다음에 기부해도 늦지 않는다.




요즘 글쓰기의 가장 큰 동기라면, '순전한 이기심'과 '역사적 충동'인 것 같다. 이게 앞으로 계속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먹고살 수 있는 일이라고,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쓴다. 한편으로는 아프리카서 일어나는 일들이 흥미롭고, 한편으로는 그들이 만들어 나가는 역사가 존경스럽기 때문에 쓴다. 특히 한글로 남기는 것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두는데, 아프리카에 대한 글은 물론 영어로도 풍족하진 않지만, 한글로는 너무 적기 때문에, 많이 부족한 내 글이나마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나는 어떻게 아프리카를 바라보고, 다루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무례한 구경꾼이고 싶지도 않고, 오지랖만 넓은 참견꾼이고 싶지도 않다. 아프리카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해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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