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인들의 포용력에 대한 설문조사 Good neighbours? Africans express high levels of tolerance for many, but not for all | AfroBarometer


<2016 한국인 포용력 설문 조사>

Q. 내 이웃으로 다른 지역 사람이 이사온다면?
① 좋다, 괜찮다.  ② 별로 상관없다.  ③ 싫다.

Q. 내 이웃으로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이 이사온다면?
① 좋다, 괜찮다.  ② 별로 상관없다.  ③ 싫다.

Q. 내 이웃으로 이민자나 외국인 노동자가 이사온다면?
① 좋다, 괜찮다.  ② 별로 상관없다.  ③ 싫다.

Q. 내 이웃으로 에이즈 감염자가 이사온다면?
① 좋다, 괜찮다.  ② 별로 상관없다.  ③ 싫다.

Q. 내 이웃으로 동성애자가 이사온다면?
① 좋다, 괜찮다.  ② 별로 상관없다.  ③ 싫다.



한국엔 외국인과 별개로 인식될 수 있는 다른 민족이라는 개념이 없어 다른 민족에 대한 문항을 출신 지역으로 바꾸긴 했지만, 이 설문은 아프로바로미터가 아프리카 33개국에서 진행한 '포용력 (tolerance*)'에 관한 설문조사의 항목이다. 아프리카 각국에서 조사된 결과들과, 이 설문과 비슷한 항목으로 한국에서 진행된 기존의 인식조사들과 비교도 살짝 해 보았다. 사실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의 결과는 아주아주 조심해서 보아야 하는 것이니만큼, 이런 것도 있구나~ 하는 정도로 보았으면 좋겠다.

*tolerance의 번역을 두고 한참을 고민했다. 처음엔 '관용'으로 할까 했는데, 이웃에 들일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문제가 설문 문항이기 때문에 '포용력'으로 번역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포용력'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남을 너그럽게 감싸 주거나 받아들이는 힘."




아프리카인들의 포용력에 대한 설문조사 
Good neighbours? Africans express high levels of tolerance for many, but not for all

Afrobarometer Dispatch No. 74 |2016년 3월 1일 | Boniface Dulani, Gift Sambo, and Kim Yi Dionne


아프리카 대륙에서 일어난 많은 갈등들에 대한 소식은 '민족갈등'이나 '종교 갈등'같은 딱지가 붙여져 뉴스로, 기사로, 논문으로 다른 나라에 전해진다. 하지만 이런 식의 '게으른 해석'은 진짜 문제를 가려버리곤 한다. 아프리카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갈등은 세계 어느곳의 갈등과도 비슷하게 정치적, 경제적 자원을 둘러싼 갈등이다. 어느날 눈을 떠서 갑자기, 아무 이유없이 다른 민족을 공격하러 가자고 몰려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선거든 전쟁이든 숫자가 많아야 유리하니까, 특정한 목표를 가진 사람들은 민족과 종교라는 소속감을 이용하여 사람들을 '동원'한다. 요즘 많이 보이는 행태인데,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선거에서 지역감정이나 종교를 이용하는 것과 비슷하게 이해해볼 수 있다. 우리나라와의 차이라면 갈등을 해결 과정에서 규칙을 지키는게 얼마나 중요한지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규칙(법)을 어기면 벌을 받느냐 안받느냐, 법을 지키면서 원하는 것을 추구할 수 있느냐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말이다.


아프리카에 관련한 연구소들 중 '설문조사'를 특기로 하는 아프로바로메타가 아프리카 33개국, 5만명 이상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포용력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조사라는게 항상 조심해서 보아야 하는거지만, 일단 열린 마음을 가지고 결과에 집중해보자면, 결과는 상당히 놀랍다.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 중 하나가 민족과 종교로 인한 분쟁이 끊이지 않는 곳이라는 것인데, 설문결과는 아프리카인들은 대체로 민족과 종교, 그리고 이민자에 대해 높은 포용력을 보이고 있다며, 편견이 틀렸다고 외치고 있다. 설문은 시작하면서 보여줬던 것 처럼, 기본적으로 "다른 민족인 사람이 /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이 /  HIV/AIDS에 걸린 사람이 / 동성애자가 / 이민자 혹은 외국인 노동자가  이웃에 산다면 어떨 것 같은가?"라는 것이고, 대답은 '싫다', '상관없다', '좋다'는 식으로 구성되어있다. 대답에서 '상관없다'와 '좋다'를 택하면 포용적인 것으로 분류한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나왔다. 여러분들의 답과 비교해보기 바란다.

ⓒAfrobarometer

ⓒAfrobarometer
결과만 놓고 보면 어릴적 부르던 '아프리카 사람들은 마음씨가 좋아' 노래가 떠오를 정도인데, 세부 항목에 대한 결과는 어떤지, 정말 이 설문 결과를 진지하게 받아들여도 되는지 확인해보도록 하자.


민족에 대한 포용력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람들은 민족에 대해 아주 포용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아프리카 전체 평균 91%). 지역적으로 북아프리카(모로코, 튀니지)만 상대적으로 낮게 조사되었다 (75%). 사실 북아프리카가 낮게 조사되었다곤 하지만, 나는 91%라는 결과에 대해선 믿을만 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익명의 설문에도 민족에 대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아직 어색한건 아닐지 생각이 든다. 앞서 민족이라는 개념이 종종 동원에 이용된다고 했지만, 후투와 투치의 이름아래 내전을 겪었던 부룬디(98%)같은 나라에서 민족에 대한 포용력이 이렇게 높게 조사된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에 사례엔 어떻게 대입해 볼 수 있을까 아무리 고민해도, 요즘 선거철이라 그런지 지역감정만 생각나서, 너무 낡은 개념이지만 지역감정에 대한 인식조사 자료를 찾아보았다. 역시나 옛날 개념이라 그런지 무려 13년전 자료밖에 찾을 수 없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03년, 출신지역때문에 피해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22%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이런 경험은 없었다.

동아일보 (2004.12.8) "교육기간 따라 소득差 더 커져… 영호남 지역감정은 크게 완화"



종교에 대한 포용력

설문에 따르면 종교에 대한 포용력도 아주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아프리카 전체 평균 87%). 역시 북아프리카 국가들에서만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이는 경향을 보였다 (66%). 다른 분류에서 무슬림들이 종교 포용력이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아마 이런 경향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조사 국가 중 북아프리카로 분류된 두 국가, 모로코와 튀니지 모두 이슬람이 국교다.

우리나라에서 종교에 대한 포용력를 조사한 비슷한 설문은 찾을 수가 없었다.



이민자 /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포용력

만약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일하게 된다면, 카보베르데(94%), 부르키나 파소(94%), 베닝(94%)을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세 나라에서 이민자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포용력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대륙 평균은 81%다. 한편 모리셔스 (66%)와 잠비아 (64%), 레쇼토 (57%)에선 상대적으로 덜 포용적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코트디부아르는 이민자 /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89%나 되는 응답자가 포용적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하지만 코트디부아르 내 이민자에 대한 차별 문제는, 2010년 대선 후 폭력사태를 일으킨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이와 비슷한 설문은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불교사회연구소 (2013) "다문화사회와 한국불교의 역할"

이 인식조사는 종교별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거리감을 조사한 설문인데, 전체 결과만 두고 보면, 95.4%의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동네 이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 '한 직장에서 일할 수 있다.' + '친구가 될 수 있다.' + '결혼할 수도 있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이정도면 아프리카에서 가장 외국인 노동자에게 포용적인 나라들과 견줄만한 결과라고 해볼수도 있을 것 같다.

아산정책연구원 2013년 연례조사
다른 조사에서도 대체로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다행이다.



HIV/AIDS 감염자에 대한 포용력

아프리카 대륙에서 HIV/AIDS는 여전히 심각한 사회문제이다보니, 이런 항목도 조사하였다. 결과는 민족과 종교 등에 비해 전체적으로 포용력이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아프리카 전체 평균 68%), 보츠와나 (96%), 나미비아 (94%), 짐바브웨(94%)등은 그 와중에도 상당히 높은 포용력을 보였다. 반대로 시에라리온(23%), 마다가스카(23%), 니제르(22%)는 아주 낮은 포용력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에이즈 환자 대한 포용력를 조사한 비슷한 설문은 찾을 수가 없었다.



동성애에 대한 포용력

위의 항목들이 대체로 아주 포용적인 경향을 보였다면, 동성애에 대하선 대체로 포용적이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아프리카 전체 평균 21%). 이웃집에 동성애자가 사는 것이 괜찮거나 별 상관없다는 응답이 50%가 넘은 국가는 카보베르데(74%), 남아프리카공화국(67%), 모잠비크(56%), 나미비아(55%) 뿐이었고, 기니(4%)와 세네갈(3%)과 같은 국가에서는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국서도 동성애에 대해선 인식이 좋지 않다. 2013년 동아일보, 아산정책연구원의 국민 인식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21.5%만이 거부감이 없다고 응답했다. 설문 항목은 다르지만, 호, 불호만 따져보면 탄자니아(21%)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과 동성애 인식이 비슷하다고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동아일보, 아산정책연구원 (2013) "국민 인식조사"



종합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보았을때, 아프리카에서 제일 포용적인 나라(!)는 나미비아이고, 그 뒤는 말라위, 부룬디, 가나, 토고, 탄자니아 순으로 조사되었다. 가장 안 포용적인 나라는 니제르였고, 그 다음 안 포용적인 나라는 튀니지, 모로코, 마다가스카 순으로 조사되었다.



"매일 민족과 종교때문에 싸우는 줄 알았는데, 사실 아주 포용적이더라!" 라며 신나하고 싶지만, 이 설문 조사를 진지하게 사실로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선 확신이 들지 않는다. 몇몇 나라의 역사적 배경과 조사 결과의 괴리 (부룬디, 코트디부아르) 문제도 있고, 사회에 따라선 '이웃'의 의미가 다를수도 있으며, 오히려 적대감이나 두려움이 너무 커서 부정적인 답변을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렇게 '인식'을 간접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는 자료는 많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된다면 전체 보고서를 한번 보길 권한다. 영어지만, 그래프가 많아서 어렵지 않다.


원문 보고서 Good neighbours? Africans express high levels of tolerance for many, but not for all

댓글 쓰기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