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기자회의 WORLD PRESS FREEDOM INDEX 2016 - 아프리카 각국의 언론 상황 들여다보기.

국경없는 기자회(Reporters Without Borders)는 2002년부터 매해 세계 언론 자유지수 World Press Freedom Index를 조사, 발표하고 있다. 이 자유지수는 180개국 언론인들을 대상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와, 조사기간 (2014년 9월~2015년 8월)동안 언론인들에 대해 발생한 폭력, 억압 사건들의 양적 데이터를 합쳐 나온 결과이다. (2015년 결과에 대한 블로그 글은 여기서 볼 수 있다.)



설문지의 87개 항목은 다원주의, 언론 독립성, 언론 환경, 자기검열, 언론관련 법률, 투명성, 뉴스와 정보 생산에 도움이 되는 기반시설들의 질을 측정한다. 설문지는 영어, 아랍어, 중국어, 러시아어, 인도네시아어, 한국어 등으로 번역되었으며, 각국의 언론인들, 변호사 그리고 사회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이 진행되었다.

전 세계 결과만 살짝 보자면, 핀란드가 작년에 이어 언론 자유지수 세계 1위를 차지했고, 그 아래로 네덜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등 유럽 국가들이 뒤를 이었으며,  5위엔 뉴질란드가 올랐다. 한국은 작년보다 10위가 하락해서 역대 최저인 70위를 기록했다. 국경없는기자회의 코멘트에 따르면, 박근혜 정권이 비판적 언론을 받아들이지 않고, 간섭하는 경우가 늘어나, 언론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있다는 점이 지수 하락의 주요 원인이다. 그 외에도 명예훼손죄와 국가보안법이 언론인들이 '자기 검열'을 하도록 한다고 언급되어있다.


<주요 국가들의 언론 자유 지수 순위>

1위 핀란드
2위 네덜란드
3위 노르웨이
4위 덴마크
5위 뉴질란드
16위 독일
17위 나미비아
18위 캐나다
38위 영국
41위 미국
51위 대만
69위 홍콩
70위 대한민국
72위 일본
77위 이탈리아
133위 인도
148위 러시아
165위 사우디아라비아
176위 중국
177위 시리아
179위 북한
180위 에리트리아


아프리카 국가들의 순위는 극과 극을 달린다. 나미비아가 세계 17위로 아프리카 대륙 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가운데, 나미비아, 가나, 카보 베르데, 남아공, 부르키나 파소, 보츠와나 등 9개국은 '상당히 괜찮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등 6개국은 '아주 나쁨' 평가를 받았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순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언론자유지수 지도. 밝은 색으로 표시될 수록 자유롭다. ⓒReporters Without Borders

<아프리카 국가들의 언론 자유 지수 순위>

17위 나미비아 (이하 상당히 괜찮음: fairly good)
26위 가나
32위 카보 베르데
39위 남아프리카공화국
42위 부르키나 파소
43위 보츠와나
48위 모리타니아
50위 코모로
52위 니제르

56위 마다가스카 (이하 문제있음: problematic)
61위 모리셔스
65위 세네갈
66위 말라위
71위 탄자니아
73위 레소토
78위 베닝
79위 기니비사우
83위 시에라리온
86위 코트디부아르
87위 모잠비크
88위 토고
92위 세이셸
93위 라이베리아
95위 케냐
96위 튀니지
100위 가봉
102위 우간다
108위 기니
110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114위 잠비아 (이하 나쁨: bad)
115위 콩고공화국
116위 나이지리아
122위 말리
123위 앙골라
124위 짐바브웨
126위 카메룬
127위 차드
129위 알제리
131위 모로코
140위 남수단
142위 에티오피아
145위 감비아
152위 콩고민주공화국
156위 부룬디
159위 이집트
161위 르완다

164위 리비아 (이하 아주 나쁨: very bad)
167위 소말리아
168위 적도 기니
172위 지부티
174위 수단
180위 에리트리아


살펴볼만한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국경없는 기자회의 코멘트를 꼽아보았다.


나미비아 || 2015년 17위, 2016년 17위 (-)
나미비아의 비판적인 언론인들은 통제받지 않는 인터넷에서 안식처를 찾고있다. 반면 관영언론의 언론인들은 자기검열이 심하다. 사회질서와 안보에 관련한 법률들이 정보자유를 침해하고, 언론인들이 정치인들에게 공격받곤 한다. 2014 선거 땐 NBC 기자가 여당과 야당 양쪽에서 모두 공격을 받았다.


가나 || 2015년 22위, 2016년 26위 (-4)
2012년 취임한 대통령 존 드라마니 마하마 (John Dramani Mahama)가 민주적인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있긴 하지만, 가나의 언론 자유는 작년에 비해 악화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2014년, 서아프리카언론재단 (Media Foundation for West Africa)에는 언론인들에 대한 9건의 신체적 공격이 보고되었고, 몇몇 신문사들에 대한 경찰조사와 체포도 있었다. 이러한 공격들은 처벌받지않는 문화와 허술한 언론법들을 악용하여 일어났다. '잘못된 뉴스'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법률 조항도 언론인들을 괴롭히는데 악용되고 있다.


탄자니아 || 2015년 75위, 2016년 71위 (+4)
탄자니아는 언론탄압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2012년 이후 2명의 기자가 살해당했고, 십여명의 기자들이 공격받거나 협박받았다. 2015년, 탄자니아는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은 '공식' 자료나, 정부가 '기만적이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정확하지 않'다고 간주하는 인터넷 정보를 언론이 게재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정보접근법의 도입도 언론이 정부가 간주하기에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를 게재했을 때, 기소할 수 있는 권한을 정부에 주었다. 탄자니아 정부는 2016년 초, 한 주간지를 영구폐간시키고, 편집장들을 구금하기도 했다.

**이때 영구폐간된 Mawio 스와힐리어로 새벽이라는 뜻이고, 논란속에 치러졌던 2015년 잔지바 선거에서 사실은 야당후보가 승리했다는 기사를 실었다는 이유로 '1976년 미디어법'의, '폭력을 조장한 혐의'가 적용되어 폐간되고 2명의 편집장이 구금되었다.


콩고공화국 || 2015년 107위, 2016년 115위 (-7)
콩고공화국은 드니스 사쑤 은귀소(Denis Sassou N'Guesso)가 장기집권하고 있다. 콩고공화국에는 각각 20개 가량의 민영 TV 방송국과 신문사와 40개 가량의 라디오방송국이 있지만, 자기 검열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고, 다수가 친정부 인사들이 소유하고 있다. 2014년 이후, 많은 언론인들이 망명의 위협에 시달리거나, 야당 정치인의 의견을 방송했거나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추방당하기도 했다.


나이지리아 || 2015년 111위, 2016년 116위 (-5)
나이지리아의 언론인들에겐 나이지리아 북동부 일부를 점령하고 있는 무장테러단체 보코 하람 (Boko Haram)에 대처하는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는 일이 위험한 일이 되었다. 지방관료들과 경찰들이 언론인들을 위협하고 있고, 막강한 주지사들이 종종 언론이들에게 큰 위협을 가하기도 한다. 거리의 폭력이 만연하고, 대체로 처벌받지 않는 환경속에서, 언론인들은 군중의 공격 대상이 되거나, 특히 젊은 정당 지지자들의 공격 대상이 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이지리아엔 100여개 이상의 독립언론이 존재하고 있다.


르완다 || 2015년 161위, 2016년 161위 (-)
르완다에는 어디에나 검열이 존재한다. 제노사이드의 망령이 정부의 언론 제한을 정당화하는데 쓰이고 있다.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은 수감되거나 추방될 각오를 해야한다. 2015년, 르완다 정부는 BBC가 1994년 제노사이드 당시, 현 대통령 폴 카가메 (Paul Kagame)가 이끌었던 RPF의 대량 학살에 대해 다룬 TV 다큐멘터리를 방송하자, 키냐르완다어로 방송되는 BBC 라디오를 송출금지시켰다.  


에리트리아 || 2015년 180위, 2016년 180위 (-)
근 20년동안 에리트리아는 언론의 자유가 전혀 허용되지 않는 독재를 받고 있다. 최소 15명의 언론인들이 수감중이며, 그들중 일부는 독방에 갇혀있다. 에리트리아의 모든 것이 그렇듯, 언론도 대통령 이사야스 아프워키 (Issayas Afeworki)의 손에 달려있다. 8년 내내 에리트리아는 언론 자유 지수에서 꼴등을 기록하고 있다.




언론 자유지수는 중요하다. 물론 이런 설문조사를 무조건 믿을순 없지만, 그래도 이런 조사가 없는 것 보단 있는게 낫고, 비판적으로 보더라도 의미를 찾으려 해보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언론은 목소리다. 사람들이 자기목소리를 가지지 못하는 나라는 거대한 연극무대와 같다.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사라진 사회는 그저 정부에 비판적이지 않은 '척', 불만이 없는 '척', 동의하는 '척', 민주주의인 '척' 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그 침묵 속에서 문제와 갈등이 소리없이 쌓여간다.

대표적인 예는 르완다이다. 르완다에선 누구든 제노사이드의 또 다른 이야기인 '투치 PRF의 후투 대량학살'에 대해 이야기하면 '제노사이드 거부자'라고 불리며 위협받고, 사회에서 거부당한다. 카가메와 정부인사들은 완강하게 이 다른 이야기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권리조차 제한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인권을 위협하는 행위이다. 르완다의 '기적적인'성공담이 달갑지 않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인구 다수를 차지하는 후투민족에게 집단적 죄책감을 강요하고, 자신들을 제노사이드를 끝낸 영웅으로 묘사하는 역사를 강요하는 카가메가 르완다에 진짜 평화를 가지고 올 수 있을까? 모두가 그냥 평화로운 '척'하고 있다면, 국민통합이, 경제성장이 다 무슨소용일까?





언론 자유지수가 발표되고서 JTBC 뉴스룸에서 이 지수를 다룬적이 있다. '손석희 당신마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실망스런 보도였다. 위에서 볼 수 있듯 한국의 순위는 몇몇 아프리카 국가들보다 낮다. 이에 이성대 기자는 이렇게 말한다.

 "참고로 좀 우리나라 앞쪽에 어디가 있는지 보면서 설명을 드리면요. 우리나라 앞에는 어느 나라가 있냐. 65위에 세네갈이라고 있습니다, 세네갈. 아프리카에 있는 갈치가 유명한 나라죠. 우리나라보다 위에 있는 나라고요. 66위에 나와 있는 말라위라는 나라 역시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입니다. 우리보다 하나 밑에 있는 나라 보시면 탄자니아라고 써 있는데요. 역시 말라위 옆에 있는 아프리카 국가입니다."

비슷한 수준으로 조사된 아프리카 국가들의 언론 상황에 대한 언급도, 왜 한국의 순위가 낮아졌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이성대 기자의 말을 듣고 난 손석희 앵커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JTBC 뉴스룸 4월 20일 자 방송 캡쳐.

"코멘트는 하지 않겠습니다."



아프리카 각국의 동료 기자들에 대한 존중, 아프리카에 대한 이해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이런식으로 다루진 않았을텐데, 우려했던 일이, 평소 좋아하던 손석희 앵커의 뉴스룸에서 일어나니 많이 실망스러웠다. JTBC 사이트에서 방송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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