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속의 민주주의 (DEMOCRACY AGAINST THE ODDS) / Nic Cheeseman 박사 인터뷰

옥스포드에서 아프리카 정치학을 강의하는 닉 치즈만(Nic Cheeseman) 박사의 신간 Democracy in Africa:: Successes, Failures, and the Struggle for Political Reform (2015, Cambridge University Press) 과 관련한 인터뷰 내용을 일부 번역해 보았다.

닉 치즈만과 관련해서 벌써 세번째 블로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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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는 옥스포드 대학교 정치학과 블로그 (OXPOL)에 게재된 내용이다. (원문보기)

닉 치즈만 박사 ⓒUniversity of Oxf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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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민주주의 낙관론자인'가요 '민주주의 비관론자'인가요?

A. 저는 제가 '민주주의 현실주의자'였으면 합니다만 많은 사람들은 저를 낙관론자로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책을 쓸때 의식적으로 아프리카의 민주주의에 대한 기존의 비평과 불평들만을 반복하는 것을 피하려고 하다보니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기존의 이야기들 대신 저는 간과되고 있는 다른 면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어요. 저는 헤드라인이 온통 코트디부아르나 콩고민주공화국 같은 나라에서의 갈등, 내전, 민주주의 붕괴와 같은 일들로 뒤덮일때 좌절감을 느낍니다. 저의 책 Democracy in Africa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 중의 하나는 성공적인 민주주의 정치를 하고 있는 베닝, 가나, 세네갈 같은 나라에도 똑같은 관심을 기울였다는 점이에요.

상당히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종종 무시되었던 이런 긍정적인 사례들에 관심을 가지면 그림이 완전히 다르게 보입니다. 베닝과 가나는 지난 20년동안 엄청난 진전을 보였구요, 보츠와나와 모리셔스는 이미 50년동안 잘 해내고 있었죠. 이런 사례들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역경에 맞서 민주화를 이루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례들에 집중하고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었는지 살피면서 아프리카에서의 민주화에 대한 긍정적인 해석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Q. 최근 나이지리아에서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가 있었죠. 이것이 린드버그가 주장한 '민주화 동력으로써의 선거'를 증명하는 사례라고 생각하나요?

2006년, 스테판 린드버그(Staffan Lindberg)는 선거를 반복적으로 치르는 경험이 시민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면에서 그 나라의 민주주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유명한 주장을 펼쳤습니다. 설령 선거가 완전히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러지진 않았다고 해도 말이죠. 선거를 통해 시민들은 '민주주의의 기술'에 익숙해지고 개혁을 찬성하는 세력들은 연합하여 개혁을 요구할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주요 근거였어요. 린드버그는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광범위한 데이터를 제시했지만, 그의 주장은 계속 논란거리였습니다.

나이지리아에서 야당이 승리를 거둔 것 처럼, 권력이 이동하는 현상들은 린드버그의 이론에 힘을 보탭니다. 선거관리위원회와 선거의 질이 2007년에서 2015년 사이에 향상되었구요, 이에 힘입어 10년전만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야당이 승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어요. 하지만 린드버그의 이론은 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어요. 선거를 반복하는 것이 민주화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선거의 질도 아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형편없이 치러진 선거는 좋은 영향보다 나쁜영향을 훨씬 더 많이 미쳐요. 린드버그도 최근 연구에서 이 점을 인정했습니다.



Q. '민주주의의 단계적 발전 (Democratic Sequencing)'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 주장은 민주주의 개혁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각 국은 효과적인 정부와 조화로운 사회, 튼튼한 경제를 가진 이후에 다당제 정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말인데요, 경쟁적인 선거제도의 도입이 정치적 불안과 폭력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을 돌이켜 볼 때, 한 나라가 강력한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기반을 갖추기 전엔 민주화를 시도해선 안된다는 주장은 그럴싸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아프리카의 맥락을 고려했을 때 두가지 이유에서 설득력을 잃습니다. 우선, 대다수의 아프리카 국가들이 다당제 선거를 치르고 있고, 민주주의에 대한 사회적 지지도 높은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종의 '좋은 독재정치 (benign dictatorship)'로 돌아가는 것은 비현실적으로 보입니다. 둘째로 민주주의를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전략이 아프리카에서 성공했다는 역사적 증거가 없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에 들어선 민간-권위주의 정부들이 강력한 정부 건설, 경제성장을 위해 노력했지만, '나누어 통치하기'식의 정치와 심각한 부정부패는 경제 침체와 사회 갈등 심화로 이어졌습니다. 이런 정치체제를 지금 다시 도입한다해서 더 나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게다가 1970년대와 1980년대, 국가 건설과 경제발전에서 가장 성공적이었던 국가들은 권위주의 정권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보츠와나나 모리셔스 같은 민주주의적 정치체제를 가지고 있던 나라들이었죠. 제가 보기엔 아프리카에서 장기적인 성공을 거둔적 없던 '좋은 독재정치' 체제를 다시 시도하려고 하기 보다 긍정적인 사례들을 통해 교훈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 더 합당해 보입니다.


Q. 정치학자로써 우리는 구조가 가진 힘이 민주주의를 공고화하거나 방해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대통령들이 이 점에 대해 어느정도 영향력이 있다고 보시나요?

좋은 질문이에요! 제 대답은, 정치 지도자들에 따라 한 나라의 민주주의가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치 지도자들은 그들이 선택하지 않은 상황 안에서 일합니다. 무슨말이냐면, 어떤 대통령이 개혁을 요구하는 국내외 반대세력을 억압하기로 마음먹는다 하더라도 반대세력이 강하고 통합되어있고, 주요 국제 파트너들이 변화를 바라고, 국가 경제가 사실상 파탄상태에 있고 군경에 투자를 할 여력이 없다면, 그렇게 마음먹은대로 할 수가 없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한 개인에 너무 많이 집중하는 것은 잘못된 이해을 낳습니다. 이런 점에서 저의 책은 각국 리더들(케냐타, 무가베, 주마)의 생각과 태도에 대해 다루곤 있지만, 우리는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할 수 없는지 결정하는 구조의 힘을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결국 아프리카의 정치는, 어디서든 그렇지만, 가능성의 기술(the art of the possible) 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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