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동안 단 4명. 수상자 찾기 힘든 '이브라힘 상'

수단출신 영국인 사업가 모 이브라힘(Mo Ibrahim)은 2006년 아프리카의 거버넌스와 리더십을 중심에 둔 아프리카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딴 재단 '모 이브라힘 재단'을 설립했다. (모 이브라힘 재단 홈페이지)

모 이브라힘. Photo: Mo Ibrahim Foundation.

모 이브라힘 재단에서는 모범적이고. 뛰어난 업적을 남긴 전직 아프리카 국가 지도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브라힘 상(Ibrahim Prize)'을 2006년부터 제정, 수여하고 있고, 아프리카 거버넌스 연구 발전을 위한 장학금 지급과 펠로우십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작년엔 아프리카 국가들의 거버넌스 지수를 측정한 '이브라힘 지수(Ibrahim Index)'를 발표하기도 했다.

얼마전 모 이브라힘 재단에서 2015년 '이브라힘 상' 수상자는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2006년 만들어져 매년 수상자를 찾아왔지만, 아홉 해동안 단 4명의 수상자만이 나왔다. 역대 수상자는 모잠비크 전 대통령 요하임 치사노(Joaquim Chissano, 2007년 수상), 보츠와나 전 대통령 페추스 모개(Festus Mogae, 2008년 수상), 카보 베르데 전 대통령 페드루 피레스(Pedro Pires, 2010년 수상), 나미비아 전 대통령 히피키푼예 포함바(Hifikipunye Pohamba, 2014년 수상) 그리고 2007년 명예 수상자로 선정되었던 남아공 전 대통령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까지, 총 4(+1)명이다.

위에 언급되지 않은 나머지 년도에 수상자가 없는 이유는, 심사 위원회에서 수상 조건에 맞는 지도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상의 수상자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 조건에 모두 해당되어야 한다.

1. 전직 국가 최고 지도자일 것.
2. 임기를 끝낸지 3년 이내일 것.
3. 헌법에 정해진 임기 제한을 준수했을 것.
4. 특출한 리더십을 발휘했을 것.

상식적으로 보았을 때, 4번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그렇게 엄격한 조건이 아님에도 아프리카 대륙에선 조건에 맞는 지도자를 찾는게 어렵다. 지금도 집권 중인 우간다의 요웨리 무세베니, 부룬디의 피에르 은크룬지자 등등 몇몇 지도자들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않고 정권 연장을 시도하여 성공한 사람들이고, 장기집권이나 권위주의 지도자로 꼽자면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르완다의 폴 카가메 같은 경우에도 정권 연장을 위해 헌법을 개정했다.

헌법에 정해진 임기 제한을 준수한 대통령들일지라도 다수가 부정선거나 부패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위 4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는 전직 국가 지도자를 찾는일은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그리고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후보군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번 발표에 앞서 수상 후보로 최근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탄자니아의 자카야 키퀘테(Jakaya Kikwete), 나이지리아의 굿럭 조나탄(Goodluck Jonathan), 모잠비크의 아르만두 게부자(Armando Guebuza) 등이 언급되었고 4번 항목을 제외하곤 모두 충족하는 것 처럼 보였지만, 위원회는 결국 상에 걸맞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

키퀘테가 수상하지 못했다는 기사를 1면에 실은 탄자니아의 The Citizen. 신문의 그래픽을 보면 그동안 수상자들 대부분이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배출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 이브라힘은 올해 수상자가 없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사회는 시상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합니다. 10년전 이 상을 때, 우리는 일부러 아주 높은 기준을 설정했습니다. 우리는 이 상이 뛰어난 지도자들을 조명하여 사회 전반에 롤 모델을 제공하고, 수상자들이 계속해서 그들의 지혜와 경험을 나눌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2014년도 수상자 포함바 전 나미비아 대통령의 수상 소감 모습. Photo: Mo Ibrahim Foundation



이 상에는 어마어마한 부상이 딸려있다. 우선 선정되면 10년에 걸쳐 5백만 달러가 지급되고, 그 이후부턴 평생동안 매년 20만달러씩 지급된다. 이런 파격적인 조건에 때문에 부패로 벌어들일 수 있는 돈과 이 상금이 종종 비교되곤 하는데, 모 이브라힘은 뇌물로 벌 수 있는 돈과 상금을 비교하는 사람은 우리가 찾는 사람이 아니라며 상금이 동기가 되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역대 수상자

역대 수상자들.

모잠비크 전 대통령 요하임 치사노(Joaquim Chissano, 2007년 수상)
내전 이후 모잠비크에 평화와 화해, 안정적인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을 이룩함.

남아공 전 대통령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 2007년 명예 수상)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에 헌신적으로 맞서 싸웠고, 남아공의 첫번째 대통령으로 많은 업적을 남김.

보츠와나 전 대통령 페추스 모개(Festus Mogae, 2008년 수상)
보츠와나를 위협하던 에이즈 위기에 맞서 보츠와나의 안정과 번영을 공고화하는데 기여함.

카보 베르데 전 대통령 페드루 피레스(Pedro Pires, 2010년 수상)
카보 베르대의 민주화 이행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함.

나미비아 전 대통령 히피키푼예 포함바(Hifikipunye Pohamba, 2014년 수상) 
나미비아의 화합을 구축하며 민주주의 공고화와 경제 발전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함.




모 이브라힘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대학교(University of Alexandria)에서 전기공학을 공부하고, 영국 브래드포드 대학교(University of Bradford)와 버밍엄 대학교(University of Birmingham)에서 각각 전기·전자 공학 석사, 모바일 통신학 박사를 취득한 모 이브라힘은 브리티시 텔레콤부터 시작하여 통신업계에서 오랫동안 일 하다가 1989년 직접 MSI라는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했다.



이후 MSI에서 MSI-Cellular Investments라는 회사가 쪼개져 나오는데, 이 회사는 이후 Celtel로 이름이 바뀌고, 2005년까지 아프리카 14개국 2천 4백만 사용자를 가진 거대 통신사로 성장한다. 모 이브라힘은 2005년 Celtel을 쿠웨이트 회사 Zain에 매각하고, 그 이후부턴 모 이브라임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후 Zain은 인도계 통신사에 매각되었고, 지금은 Airtel이란 이름으로 아프리카 17개국에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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