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글을 쓰려고 뉴스 기사들을 보니, 논문 쓰는 기간 동안 놓친 이슈들이 너무 많아서 따라잡기가 어려웠다. 그동안 있었던 일들은 천천히 보기로 하고, 지금은 논문에 다 쓰지 못한 이야기들을 준비운동 삼아 풀어보려고 한다. 이번 글은 선거제도에 관한 이야기이다.
탄자니아의 2015년 선거에 22개의 정당이 참여했다. 하지만, 5개의 정당 (여당 CCM, 야당 CHADEMA, CUF, NCCR-Mageuzi, ACT-Wazalendo)만이 의석을 얻을 수 있었고, 그마저도 NCCR-Mageuzi와 ACT-Wazalendo는 각각 1석밖에 얻지 못했다. 탄자니아는 비교다수대표제 (First-Past-The-Post)를 택하고 있는데, 이론적으로 이 비교다수대표제는 군소정당에 불리하고, 사표(死票)를 늘리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졌다. 같은 선거제도를 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비교다수대표제의 문제를 발견할 수 있고, 탄자니아에서도 야당과 민주주의 연구가들이 이 문제를 꾸준히 지적하고 있다. 1995년부터 2015년까지의 총선 내내 여당 CCM은 총 득표 비율보다 더 많은 의석수를 얻어 '과대대표'되어 왔고, CUF를 제외한 야당들은 득표수보다 의석수가 적게, '과소대표'되어왔다. 2015년 총선 결과와 총 득표율, 의석수, 의석 비율, 차이를 아래 표에 정리해 보았다.
Source: Own calculations built on Parliament of Tanzania, National Electoral Commission, Institute for Democracy and Electoral Assist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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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총선에서 득표한 만큼 의석수를 배분했다면, 제1야당 CHADEMA는 약 30석을 더 얻어야 하며, CCM은 약 50석 정도 덜 얻어야 한다. 재미있는 부분은 CUF이다. CUF는 ACT-Wazalendo에 비해 4배 정도 많은 표를 얻었는데, 의석은 무려 42배나 많이 얻었다. 이 이상한 현상의 비밀은 '탄자니아 연합 공화국'에 있다. 탄자니아는 아프리카 유일의 연합 공화국(United Republic)이다. 탕가니카가 1961년, 잔지바가 1963년 영국에서 독립하고서 1964년 연합 공화국을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연합 공화국은 본토와는 사뭇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던 잔지바의 준 자치(Semi-autonomous)권을 허용한다. 이 연합 공화국의 구조는 약간 이상한데, 연합 공화국의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가 존재하고 여기에 따로 잔지바의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가 존재하고 있지만, 탕가니카만의 정치기구가 없다. 이에 관련하여 헌법개정 논의가 진행 중이다. 탕가니카-잔지바의 불균형은 정치기구뿐만 아니다, 연합 공화국 입법부, 즉 Bunge에서도 잔지바 사람들이 본토(탕가니카)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대표를 가지고 있다. Suksi(2011:476)는 본토의 선거구가 최대 20만 명의 시민으로 이루어졌지만 잔지바의 선거구는 1만 명에서 1만 5천 명 사이의 규모라고 분석하고 있다.
비교다수대표제는 야권의 연대를 방해하기도 한다. 1995년과 2005년 NCCR-Mageuzi와 CHADEMA가 야권 연대에 합의하고 단일 대통령 후보를 냈지만(탄자니아는 대선과 총선이 함께 열린다), 국회의원선거에서는 지역구 단일후보 합의에 실패하고 각자 후보를 내어 야당의 분열로 여당이 이익을 보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런 제도적 어려움과 그동안의 실패를 딛고, 2015년엔 4개의 야당이 대선과 총선 후보 단일화에 성공했고, 역대 선거 중 가장 높은 지지를 끌어냈다. 1995년부터 2015년까지 5번의 총선 내내 야당 의원들의 의석 점유율은 증가 추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