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석사논문 Opposition parties and Democratic Consolidation in Tanzania: Challenges and Opportunities

한국에 돌아왔다. 귀국 직전에 논문도 제출하고 왔다. 논문 제목은 '탄자니아 야당과 민주주의 공고화: 어려움와 기회 (Opposition parties and Democratic Consolidation in Tanzania: Challenges and Opportunities)'다. 제목이 내용에 비해 좀 과한 것 같아 언급할때마다 쑥쓰럽다.


나의 논문에 대해 이야기하면 (논문에 대해서라기보다는 '제목을 이야기하면'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몇가지 공통 질문들을 받는다. 1. 왜 탄자니아? 2. 왜 야당? 3. 왜 민주화가 아니라 민주주의 공고화? 논문 내용에 대해 설명하기 전, 이런 질문들에 대해 답변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왜 탄자니아?
학술적으로 설명하고 정당화하자면 다른 이유를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나는 탄자니아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가본 곳이 거기뿐이었으니까.' 나는 아프리카대륙에서 케냐(2주)와 탄자니아(1년)만 경험해 보았다. 암만 생각해도 한 번도 안 가본 곳, 그곳의 사람들과 냄새와 풍경과 느낌을 모르는 곳에 대한 논문을 쓰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래서 탄자니아였다.


2. 왜 야당? 
대학원에 가기 전, 친구에게 농담 반 진담 반 했던 이야기가 있다. '나는 굉장히 쓸데없어 보이는 연구를 할 거야'. 하지만 공부를 하면서, 그 누구도 손대지 않았던 주제의 논문을 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되었다. 그렇게 현실과 타협한 결과가 '탄자니아 야당'이었다. 민주주의에 대한 연구도 많고, 정당에 대한 연구도 많지만 독립 이래 단 한번도 여야가 바뀐 적 없는 탄자니아에서 야당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한 사람은 드물었다. 그래서 내가 해보기로 했다.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야당에 대한 언급과 분석을 모아 하나로 모으기만 해도 재미있는 게 나올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게 꼭 그렇지는 않았다.


3. 왜 민주화가 아니라 민주주의 공고화?
민주주의를 정의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모든 사람의 생각을 포함할 수 있는 정의란 존재할 수 없으므로, 모든 사람이 부정할 수 없는, 그런 최소의 정의를 찾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으로 보인다. 내가 그동안 들어온 정의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민주주의를 '야당이 있는 정치체제'로 정의하는 것이다. 야당이 없으면 시민은 자신들과 관련된 일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 선택할 수 없고, 선택할 수 없으면 '사람들에 의한 지배'대신 '한 사람/집단에 의한 지배', 다른 말로 '독재'가 된다. 물론 야당이 있어도 권위주의적인 행태와 태도가 지배적인 나라들이 많다. 탄자니아도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나라들을 정의하기 위해 '혼합 정권 (hybrid regime)'같은 말을 만들어 새로운 범주화를 시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탄자니아의 민주주의의 상태를 진단해보는 것이 목표지, 탄자니아 정치를 권위주의, 민주주의, 혼합 등등의 말로 정의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가장 평범한 용어인 '민주주의'를 최소주의의 관점에서 사용했다. 
지금 탄자니아엔 의심 가는 정황이 있긴 하지만 선거도 정기적으로 그럭저럭 잘 치러지고 있고, 그 선거에 참여하는 야당들도 있으며, 선거의 결과들을 민주주의 외의 다른 수단(예를 들면 이웃 나라 케냐의 2007-2008 선거 후 폭력사태)으로 뒤집으려 시도하거나, 뒤집은 적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잔지바를 포함하여 이렇게 일반화하는 것은 위험하긴 하다) 그래서 이미 1992년 탄자니아에 다당제가 도입될 당시 민주화가 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 민주화가 아닌, 민주주의 공고화를 다루기로 한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논문은 영문으로 약 만 오천 자다. 논문이 아직 심사 중이라 (11월 결과 발표 예정) 전문을 공개할 수는 없고, 일단 초록만 우리말로 옮기자면 다음과 같다.


이 논문은 탄자니아의 민주주의 공고화가 당면한 어려움과 기회를 야당의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다. 탄자니아는 1992년 다당제 정치 체제를 재도입하며 절차적 민주주의를 달성했고, 그 이후로, 잔지바의 선거 관련 갈등을 예외로 한다면, 5번의 총선을 평화롭게 치렀다. 하지만 독립 이래로 여당 CCM이 상항 지배적 위치를 지켜왔고, 야당은 여당을 권위주의적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다루기 위해 이 연구는 탄자니아 내 야당의 저발전에 초점을 맞춘다. 그동안 탄자니아에서의 야당은 약하고, 정치에 미치는 영향도 미비하다고 인식되어왔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는 탄자니아의 민주주의 공고화는 상당 부분 야당에 의존적이라고 주장한다. 
논문은 1958년 이후 탄자니아에서의 다당제 정치의 역사를 간략하게 소개하고서, 야당의 저발전이 강력한 국가에 의한 '통제된 전환'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민주화 과정에서 시민의 참여는 부족했고, 근본적인 민주화를 위한 더 넓은 의제들은 배제되었다. 그 결과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제도들과 정치 문화가 민주화된 이후의 탄자니아에도 계속해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논문은 탄자니아의 야당들을 분석하여 사회적 기반이 미비한 이 정당들이 대중에게 책임을 지기 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좇는 도구로 전락했음을 지적한다. 결론적으로, 야당들의 발전과 그와 연관된 몇몇 민주적 진보를 볼 수 있기는 하지만, 탄자니아의 민주주의는 제도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부분적으로만 공고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탄자니아의 야당을 분석하는 것은 부분적인 공고화와 아프리카의 신생 민주주의, 특히 지배적 정당 체제(Dominant party system) 상황에 놓인 국가들에서의 야당의 역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귀국 일정에 맞추어 논문을 제출하려다 보니, 완전히 마음에 드는 상태에서 제출하지 못했다. 지금도 자다가 고치고 싶은 부분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또 맘에 안 드는 부분이 눈에 들어올까 봐 제출 이후 한 번도 다시 펴 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아쉬움이 부끄럽기 보다는, 이제 처음이라는 생각이 앞선다. 이번 경험을 출발점으로, 원동력으로 삼아 더 열심히 글 쓰고 연구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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