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월만에 돌아온 21명의 '치복 소녀'들

지난주 일요일 (16일), 나이지리아의 수도 아부자(Abuja)에서 '치복 소녀들(Chibok Girls)'이라고 불리는 21명의 여성이 가족들과 상봉했다. 이 여성들은 2014년 4월, 나이지리아 북동부의 치복 지역에서 보코 하람(Boko Haram)에게 납치된 276명 중 일부이며, 이렇게 가족들과 만나게 된 것은 30개월 만이다.

2014년 납치 직후 50여명의 여성들이 탈출에 성공했던 적은 있지만, 이렇게 보코 하람에 의해 석방된 것은 처음인데, 이 여성들이 풀려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나이지리아 정부가 명확히 밝히지 않아 추측만 무성하다.


보코 하람에게 납치당한 뒤 30개월 만에 가족과 상봉한 한 여성. Photo: Twitter/DIGICOMMSNG

BBC는 나이지리아 정부가 수감중인 보코 하람 지도자와 이 여성들을 맞교환 했을 것이라고 보도했고, AP 통신은 나이지리아 정부가 스위스 은행을 통해 보코 하람에게 송금했다고 주장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이 추측들에 대해서 어떤 교환도 이루어 지지 않았다며 부정하고 있지만, 이 여성들이 스스로 탈출한게 아니라 보코 하람에 의해 풀려났다는 점에서 어떤 식으로든 정부가 보코 하람과 협상했으리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한 와중에, 보코 하람의 분열이 이 여성들을 풀려나게 했다는 주장도 있다.

그동안 나이지리아 정부와 보코 하람은 이 여성들의 석방을 두고 끊임없이 협상해 왔고, 그 협상은 실패를 거듭했다. 언론은 최근 보코 하람의 지도부가 소위 Islamic State (IS)라고 불리는 무장 세력과의 불화로 혼란을 겪고있다며, 보코 하람 지도부의 태도 변화가 이번 석방의 주요 원인일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몇번이고 사망했다고 알려졌던 보코 하람의 지도자 아부바카르 세카우(Abubakar Shekau)가 최근 IS와 관계를 끊으며 태도를 급격히 바꾸었다는 설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풀려난 여성들. Photo: BBC.


이번에 풀려난 여성들은 40여일을 굶고, 보코 하람의 전투 지역 근처에서 폭격 소리를 들으며 지냈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기독교인 여성들은 납치 기간동안 강제로 이슬람으로 개종당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석방만큼 중요한 것은 이 여성들이 다시 사회의 일원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나이지리아 사회에서 이 여성들에 대한 어떤 편견이 있는지 다룬 언론 기사를 찾을 수는 없었지만, 보코 하람에 의해 '극단주의화'되었다거나, 보코 하람의 '성노예'였다는 편견이 이 여성들의 사회 복귀를 방해할지도 모르겠다는 우려가 든다. 이 여성들이 어떻게 오랜 납치 생활의 아픔을 청산하고 사회로 복귀할 수 있을 지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올해 4월 보코 하람이 공개한 납치 여성들 영상.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잡혀 있다.



눈물의 가족 상봉이 이루어진 날, 대통령 대변인은 보코 하람의 한 분파와 83명의 여성 석방을 두고 협상 중이라고 밝혀, 앞으로 추가적인 석방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몇몇이 사망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약 200여명의 여성들이 여전히 보코 하람에게 납치된 상태로 남아 있으며, 대다수가 여전히 풀려나기를 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해시 태그 #BringBackOurGirls를 꺼내 쓰고 싶은 날이다.

미국 대통령 영부인, 미셸 오바마의 #BringBackOurGirls. Photo: White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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