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대학 랭킹 발표, 아프리카 대륙 최고의 대학은?

2004년부터 매년 세계 대학 순위를 발표하고 있는 THE(Times Higher Education)에서 2016-2017 세계 대학 순위를 발표했다. THE는 방대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통해 고등교육기관(특히 대학교)의 운영 전략이나 인지도와 관련된 부분의 컨설팅을 하는 회사이다. 그렇기 때문에 THE에서 발표하는 세계 대학 순위가 공신력 있다거나, 아주 객관적이지는 않겠지만 아프리카 대륙에 어떤 대학들이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처음 참고하기엔 좋은 순위다.

나는 대학의 학문도 좋지만, 대학 문화나 생활 자체도 흥미로웠기 때문에, 언젠가 아프리카의 대학의 학생이 되거나, 강단에 서 보는 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항상 아프리카의 대학교 소식에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다. 



이번 2016-2017 세계 대학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대학교는 영국 옥스포드 대학교(University of Oxford)이고, 2위는 미국의 캘리포니아 공과 대학교(칼텍이라고도 부른다. 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이며, 3위 역시 미국의 스탠포드 대학교(Stanford University)가 차지했다. (전체 순위 보기)


케이프타운 대학교 Photo: University of Cape Town.


THE 세계 대학 순위를 비롯해서, 각종 대학 순위표에서 아프리카의 1위 대학은 항상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 대학교(University of Cape Town)의 차지였다. 케이프타운 대학교는 가장 최근 발표된 THE와 QS, 상해교통대학의 모든 순위표에서 아프리카 대륙 1위를 차지했다. 세계적으로는 케이프타운대학교는 세계 148위로 평가되어(THE 기준), 우리나라의 성균관 대학교(137위), 영국의 서섹스 대학교(149위, University of Sussex), 미국의 인디아나 대학교(150위, Indiana University) 비슷한 평가를 받았다.


THE가 발표한 아프리카 대학 순위

케이프타운 대학교는 남아공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다. 케이프타운 대학교는 원래 1829년 사우스 아프리칸 컬리지(South African College)로 설립되어 남자 고등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해왔다. 금과 다이아몬드 등 각종 지하자원들이 남아프리카에서 발굴되기 시작한 1800년대 후반,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에 힘입어 사우스 아프리칸 컬리지는 고등교육의 기능을 할 수 있는 대학교로 성장했고, 1918년 대학교(University)로 정식 인가받았다. 

이때까지만해도 이 학교는 백인들의 학교였고, 1920년에 들어서야 소수의 흑인 학생들이 입학할 수 있었다. 지금은 절반 이상의 학생이 흑인이라고 한다. 케이프타운 대학교는 지금까지 5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명실상부한 아프리카 최고 대학으로 자리잡고 있다.


- 케이프타운 대학교의 노벨상 수상자들.

Ralph Bunche: 1950 노벨 평화상
Max Theiler: 1951 노벨 의학상
Allan McLeod Cormack: 1979 노벨 의학상
Sir Aaron Klug: 1982 노벨 화학상
J. M. Coetzee: 2003 노벨 문학상 

QS 세계 대학 순위의 아프리카 대학교들.


THE의 순위를 포함해서 QS나 상해교통대학의 순위표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대학교들이 강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세 순위표 모두 아프리카 1위 2위 대학을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학으로 꼽았다. (1위 케이프타운 대학교, 2위 비트바테르스란트 대학교-University of the Witwatersrand) 남아공 대학교들의 강세 속에, 세 순위표가 갈리는 지점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이외에 좋은 학교에 대한 평가이다. QS와 상해교통대학의 순위표에서는 이집트의 대학들을 높은 순위에 올렸고(아메리칸 대학교, 카이로 대학교 등), THE는 이집트 대학들보다 우간다의 마케레레 대학교(Makerere University), 가나 대학교(University of Ghana), 나이로비 대학교(University of Nairobi)를 더 높게 평가했다.


마케레레 대학교 본관. Photo: Makerere University.
가나 대학교. Photo: University of G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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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프리카 각국은 '두뇌 유출'을 겪고 있다. 높은 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이 유럽이나 아메리카대륙에 가서 대학원 과정을 밟거나, 정착하는 숫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현상이 먼저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학사 졸업자들이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싶어 할 때, 아프리카의 대학들은 그를 잘 수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혹은 애초에 대학원은 외국에서 하는 것이 더 유리하고, 혜택도 많기 때문에 학사 이후 대학원 과정에 대한 수요가 적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프리카의 우수한 대학으로 평가받는 케이프타운 대학교(15%), 마케레레 대학교(6%), 가나 대학교(14%), 카이로 대학교(5%) 의 대학원생 비율은 극히 낮은 형편이다. 세계적으로 이름높은 대학교의 학생 중 50%에 육박하는 학생들이 대학원생으로 구성된 것과는 대비된다. (MIT 60%, 옥스포드 대학교 42% 등) 낮은 대학원생 비율이 의미하는 것은 학문적 결과물들을 생산하여 학교의 학술적 명성을 키워나갈 인재들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식민지 시절 많은 아프리카 대학들이 식민 종주국 대학교의 '현지 캠퍼스'처럼 세워졌었다. 예들들어 동아프리카의 주요 3개 대학교, 우간다 마케레레 대학교, 탄자니아 다레살람 대학교, 케냐 나이로비 대학교는 원래 '동아프리카 대학교(University of East Africa)'로 설립되어 런던 대학교의 일부 학위과정을 위임받아 가르쳤다. 지금은 나라도 대학도 독립해지만, 여전히 미국과 유럽이 지배하는 학계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갖지 못하고 있다. 특히 어떻게 보면 자신들을 연구하는 학문인 아프리카학에서 조차 유럽과 미국 대학들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씁쓸하기까지 하다. 최근의 한 연구(Briggs, R. and Weathers, S. (2016) Gender and Location in African Politics Scholarship: The other white man's berden? African Affaris)는 21년동안(1993-2003) 아프리카 학자들의 주요 아프리카학 저널(African Affairs, Journal of Modern African Studies)에서의 논문 게재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결과를 내 놓았다. 이 연구는 유럽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이 두 저널에 아프리카학자들의 논문 투고는 증가했지만, 거절당한 비율이 상당히 높아 결국엔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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