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안에서 이기기-구조와 싸워서 이기기

지난주 수요일, 냐루바카에 꿀이 넘치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가진 양봉협동조합(준) GIRUBUKI-NYARUBAKA에 다녀왔다. 내가 일하는 사업소가 오래전 제공했던 양봉기술교육에 참석했던 한 양봉업자가 이웃들을 조직하고, 그렇게 조직된 모임이 자체적으로 저축을 통해 공동의 양봉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해 말엔 사업확장제안서를 들고 우리 사업소를 찾아와 매칭대출과 기술교육을 받았다. 정말 이상적인 일이 아닌가!? 이런 인연으로 우리 사업소는 이렇게 멋진 분들과 함께하게 되었다.

열맞춰 벌집으로 향하는 냐루바카 양봉 어벤저스


사진은 양봉 시연을 위해 벌집으로 향하는 조합원들의 모습이다. 저 멀리서 열맞춰 걸어내려오는데 마치 슬로우 모션이 걸린것처럼 멋짐이 넘쳤다. 장비는 다소 많이(저 얼굴보호장비는 모자와 모기장으로 직접 제작한 것이다) 투박하지만, 시연 내내 그 누구보다 진지하고 프로페셔널했다.

양봉그룹, 그리고 매칭대출, 기술교육 등등을 지원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고민은 많다. 빈곤은 흔히 개인이 아닌 구조의 문제라고들 한다. 하지만 빈곤한 사람들의 자립을 돕겠다는 우리는, 어쩌면 이 구조에 부역하고, 이 구조안에서 이길 수 있도록 돕는것에 그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한편으로는, 구조와 싸우려면 정치화가 되어야 하는데, 우리는 외국(한국)의 자원을 활용하고 있고, 이 나라는 정치적 자유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가능한 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스스로 위로해보기도 한다.

내가 옳은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이 업계에 종사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 날 만났던 양봉 그룹의 사람들 처럼, 멋지고 강하고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 희망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 있다는 점, 미래에 대해서 상상하고 조금이나마 그 미래를 위해서 뭐든 시도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함께 일하는 Program Assistant 리차드의 진취적인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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