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쿠룬지자 대통령, 2034년까지 집권? 부룬디의 개헌안 국민투표

17일, 부룬디에서는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있었다. 개헌안의 주요 내용은 현재 5년 중임제인 대통령 임기를 7년 중임제로 바꾸고 총리직을 신설하며 부통령을 2명에서 1명으로 줄이는 것이다. 또한 개헌안은 현직 대통령 피에르 은쿠룬지자가 대선에 다시 출마하는 것을 제한하지 않아 그가 임기가 끝나는 2020년에 두 번 더 선거에 나가 2034년까지 대통령을 할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프랑스24는 이 개정안에 일부 정부의 권력을 대통령에게 이양하는 내용도 포함되어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17일, 투표를 마친 은쿠룬지자 대통령. Photo: Evrard Ngendakumana/Reuters

AFP는 금요일에 나온 투표 결과를 인용하며 18개 주 중 14개 주에서 개헌 동의에 투표한 사람이 많았다고 보도했다. 또한, 뉴욕 타임스는 약 80%가 동의 표를 던졌다고 보도했다. 아직 최종 발표는 없지만, 개헌안은 사실상 통과된 것으로 보인다. 투표율은 약 90%로 높았고, 등록자는 480만 명이었다. 부룬디의 노동 가능 인구가 약 470만 명인 점을 고려하면 등록률도 상당했다고 볼 수 있다.

2005년, 은쿠룬지자는 의원들의 간선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2010년에는 야당이 선거를 거부한 가운데 단독 출마하여 당선되었다. 그리고 2015년, 그는 다시 대선에 출마했고 3선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그는 2005년 선거는 간선이었으므로 이번이 재선 도전이라고 주장하며 출마를 강행했고, 반대파를 폭력적으로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약 천여 명이 사망하고 40만 명이 나라를 떠났다. 그의 3선 도전은 1993년부터 2006년까지 이어진 부룬디 내전을 종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아루샤 평화 협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었다. 평화협정은 민족 간 권력의 평등한 분배를 위해 대통령의 임기를 5년 중임으로 제한했다.

알자지라 보도에 따르면 투표는 아주 삼엄한 분위기 아래서 치러졌다. 은쿠룬지자 대통령을 일찍이 투표를 거부하라고 부추기는 사람은 최대 3년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조치했고, 이달 초에는 편향된 보도를 한다는 이유로 BBC와 미국의 소리 라디오 방송을 송출 정지시키기도 했다.


한편, 2015년 폭력사태 이후 최초로 야당이 공개적으로 개헌안에 반대하는 정치 운동을 할 수 있었지만, 전반적인 선거 분위기는 전혀 자유롭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야당은 야당 색이 강한 수도 부줌부라(Bujumbura)와 남부 부루리(Southern Bururi)에서 조차도 동의에 투표한 사람이 각각 53.9%, 51.97%가 나온 것을 두고 대규모 선거 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HRW)는 보고서에서 15건의 살인을 보고받았다며 여당의 청년조직, 국가 정보기관, 군 등이 개헌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살해, 강간, 납치, 폭행 등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국제 앰네스티도 개헌안 반대 운동 과정에서 체포와 폭행, 방해가 자주 일어났다며 부룬디의 인권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투표와 관련성이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난주에는 부룬디 북서쪽의 한 마을을 괴한들이 공격해 28명을 살해하고 도망간 사건도 있었다. 사건의 배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정부는 국경 밖의 반대파 세력과 테러리스트를 배후로 지목하며 비난했다.

은쿠룬지자는 이번 개헌을 통해 2034년까지 집권할 가능성은 만들었다. 하지만 그의 폭력적인 독재정치가 그의 정치생명을 2034년까지 늘려줄 수 있을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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