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대통령"에 스스로 취임한 라일라 오딩가


끝날때 까지 끝난게 아니다. 대통령을 향한 라일라 오딩가 (Raila Odinga)의 집념에 어울리는 문장이다.


오딩가는 작년 8월 8일, 케냐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에게 도전, 개인적으로는 대선 4수를 했지만 54%를 득표한 케냐타 대통령에 패했다. 선거 바로 다음 날, 오딩가 후보는 누군가 개표시스템을 해킹했다고 주장했지만, 선거관리위원회는 케냐타 대통령의 승리를 발표했다. 이에 오딩가는 선거 결과에 대해 대법원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리고 9월 1일, 대법원은 선거 결과의 무결성에 문제가 있다며 선거결과를 무효 선언했고, 이에 따라 10월 26일 재선거가 치러지게 되었다. 대선 결과 무효 판결이라는 초유의 결과를 받고도 오딩가는 선거관리위원회의 개혁이 없이는 재선거가 의미가 없다며("No Reform, No Elections") 재선거를 보이콧했다. 그리고 라이벌이 빠진 재선거는 케냐타 대통령의 압승으로 끝났다. 그렇게 오딩가의 대통령 도전기는 끝이 나는 듯 보였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사설 법률사무소의 도장이 찍힌 대통령 취임선서문을 클립보드에 끼워 지지자들 앞에 내보이는 라일라 오딩가. Photo: Twitter @RailaOdinga

어제 1월 30일, 나이로비의 우후루 공원에서 그는 스스로 "국민의 대통령 (People's president)"에 취임하며 마침내 대통령의 꿈을 이루었다. 아마 73세로 고령인 오딩가가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이었을 것이다.

취임 직후 오딩가는 그의 트위터 계정에 이런 글을 남겼다.


"우리를 믿고, 명령을 내려주신 케냐 국민께 감사드립니다. 전국에서 제 취임식을 보러 와주신 수백만 시민을 뵙게되어 좋습니다."

"하나님, 가족 그리고 이 여정을 함께 해주신 모든분께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이제 가나안에 도착했습니다. 우리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Asanteni Sana(감사합니다)"




하지만 이제 오딩가는 더 나아갈 동력을 잃은 듯 보인다. 취임식에 지난 대선 러닝메이트였던 칼론조 무쇼카 (Kalonzo Musyoka)가 나타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오딩가는 그가 다른 날 취임할 거라고 설명했다) 다른 야권 지도자들도 대부분 참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취임식 몇 시간 후, 케냐 정부는 이번 취임식을 주도한 야권 내 정치그룹 National Resistance Movement (NRM)을 불법 단체로 규정했다.

소속 단체가 불법 단체로 지정되는 것을 넘어 오딩가의 행위는 최대 사형까지 처할 수 있는 내란죄에 해당할 수도 있었지만, 오딩가도 그를 의식한 듯 '대통령'이란 표현 대신 '국민의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쓰고, 취임선서도 헌법에 명시된 것과는 약간 다르게 했다. 그리고 취임식도 20분 만에 서둘러 마치고, 그 어떤 향후 계획도 발표하지 않은 채 우후루 공원을 빠져나갔다.

오딩가의 취임 선서문. 헌법에 나와있는 선서문과 표현이 다르다. Photo: Twitter @RailaOdinga

오딩가의 이번 "국민의 대통령"취임이 케냐의 정세를 크게 바꿀 것으로 보는 전망은 극히 드물다. 이렇게 무리해서까지 "국민의 대통령"이 되어야 했던 오딩가의 의중을 알 순 없지만, 드라마틱했던 2017년 케냐 대선은 이렇게 막을 내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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