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 대해 어떻게 쓸 것인가,


"아프리카에 대해 쓴다는 것은 무엇을 쓴다는 것일까?"

Dar es salaam, TZ, 2013


이름과 달리, 아프리카에 대한 다양하고 전문적인 글들이 올라오는 블로그, 'Africa is a country' 가 저에게 던져준 화두입니다. "Telling 'the African story'"라는 글에서, 첫 문단부터 '아프리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없는 클리셰라고 선언합니다. 강렬한 선언 뒤로, 서구화된 아프리카 저널리즘과, '잠재적 투자국'이란 것을 어필하는 글쓰기를 비판하고서 아프리카의 저널리즘이 새롭게 만들어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저 스스로도 아프리카를 타이틀로 하고 있는 블로그를 이제 막 시작했고, 앞으로도 아프리카와 관련된 이야기를 써 나가려 하고 있기 때문에, 이 화두를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아프리카에 대해 쓰는 것은 항상 조심스러웠습니다. 아프리카를 이국적인 구경거리로 다루고 싶지 않고, '내가 아는 아프리카만이 아프리카다.'라는 시각도 항상 경계하다보니, 어떤 글을 어떻게 써야할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애초에 '아프리카'에 대해 쓰겠다는게 잘못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50여개가 넘는 국가로 구성된 아프리카인데, 마치 한 나라인듯, 아프리카에 대해 쓰겠다고 하는 것 부터 잘못되었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존재하는 듯, 존재하지 않는 듯, 아프리카라는 개념은 그 단어가 존재하듯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정확하게 이거다, 라고 말할수는 없지만, 아프리카를 관통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이지리아 출신의 젊은 작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단편선 '숨통'을 보면, 이 화두와 맥락이 닿아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주로 서구 문화가 유입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가치 혼란이나, 나이지리아인들이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 다루는 그의 소설들에서 '아프리카 전문가'거나 '아프리카 애호가'로 등장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재미있습니다. 특히나 아프리카 작가들의 워크숍에서 일어난 일화를 그린 '점핑 멍키 힐'에서는 이런 일화도 나옵니다.


(전략) 에드워드는 생각에 잠긴 듯 한참 파이프를 씹더니, 이런 유의 동성애 이야기는 아프리카의 진짜 모습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어느 아프리카요?" 우준와가 불쑥 말했다.

남아공 흑인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 에드워드는 더욱더 파이프를 씹어 댔다. 그러고는 마치 교회에서 얌전히 앉아 있으라는 말을 듣지 않는 어린애를 보듯 우준와를 쳐다보더니, 자신은 옥스퍼드에서 수학한 아프리카 학자로서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의 참 모습에 관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아프리카라는 공간에 서양식 사고를 투영하지 않는 사람으로서 말하고 있는 거라고 했다. (중략)

"지금이 2000년일지는 모르지만 가족들에게 자기가 동성애자라고 고백하는 여자 이야기가 대체 얼마나 아프리카적이라는 거요?" 에드워드가 물었다.

그러자 세네갈인이 알아들을 수 없는 프랑스어를 속사포처럼 쏟아내기 시작하더니 약 1분 동안의 일장 연설을 마친 뒤에 이렇게 말했다. "내가 세네갈인이에요! 내가 세네갈인이라고요!" 이 말에 에드워드는 똑같이 유창한 프랑스어로 대답하고 나서 닷 영어로, 부드러운 미소를 띠면서 "저 사람은 고급 보르도 와인을 너무 많이 마셨나 보군요"라고 말했고 몇몇 참가자들이 킥킥 웃었다. 


이 일화속에서 '아프리카 적인 것'을 써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에드워드와 자신의 이야기를 썼다고 항변하는 세네갈인의 대립이 인상적인데요, 아프리카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것과, 서구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아프리카 글 쓰기가 다르다는 점을 풍자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빈곤, 에이즈, 사파리와 같은 부정적이고 편향된 시각으로 아프리카를 쓰는 것이 주류였다면, 이젠 그런 앞선 글쓰기를 무지의 산물이라 비난하고서 아프리카의 밝은 면에 대해 조명하는 것이 유행처럼 되는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의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NGO나 서구 국가들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출발을 한 나라들, 사람들에 대해 다루는 등의 이야기가 줄잇고 있는데요, 결국 이 시각도 아프리카를 바르게 보았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케냐출신의 저널리스트, 작가인 Binyavanga Wainaina의 글에서 이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볼 수 있습니다.  'How not to write about Africa in 2012'에서 아프리카에 대해 글쓰는 사람들의 행태를 비판적으로 제시한 다음, 그들이 다루지 못한 것은 지금, 밀려오는 아프리카의 역사라고 이야기합니다. 아프리카에 자본과, 서구의 영향력과, 중국의 투자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지만, 결국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그들'과 함께하는 아프리카인들을 주목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사실, '사실'은 재미가 없습니다. 어떤 비극적인 삶을 사는 한 주인공에 대해 서술할 때도, 비극과 관련이 없는 그의 인생 전체를 적는 것은 글의 흥미를 떨어뜨리지요. 하지만, 아프리카는 그런 비극의 주인공도, 구경거리도, 나아가 소설속에 있는 그런 허구도 아니기 때문에, 재미보다는 '사실'에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TUMA

Seoul, Korea 대학교에서 정치학과 철학 전공했습니다. 최근 관심사는 아프리카와 커피입니다. 아프리카땅은 두번 밟아보았습니다. 모 프렌차이즈 카페의 바리스타로 일합니다. 아프리카에 대해 더 알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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