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산산히 부서지다. (Things fall apart)

출처 : Facebook 'Chinua Achebe' 페이지

 나이지리아 작가 치누아 아체베(Chinua Achebe)의 작품입니다. 전세계적으로 800만부 이상이나 팔린 월드베스트셀러라고 하는데요, 제가 이 책을 만난 곳은 특이하게도 경기 외국어 고등학교 입니다. 작년 말, 한국에 연수를 오신 탄자니아 선생님들의 통역 겸 친구겸해서 일정에 동행할 때 경기외고도 방문했었는데, 그곳 도서관에서 선생님들이 가장 흥미있어했던게 바로 치누아 아체베의 '모든 것이 산산히 부서지다.'가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선생님들이 입을모아 탄자니아 학생들 모두의 필독서라고 했었던게 기억에 남아 읽게되었습니다.

출처 : Facebook 'Chinua Achebe' 페이지
그런 인연때문인지, 스와힐리어로는 이 책 제목을 뭐라 했을까 궁금해 알아보았더니 Hamkani si shwari tena 로 번역되어있었습니다. 다시 한국말로 옮기자면 '분노는 다시 가라앉지 않는다.' 정도로 해석 가능한데, 이 소설의 주인공 오콩고에 초점을 맞춰서 뽑은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소설은 주인공 오콩고의 영웅서사와 비극이 섞여있습니다. 전통의 방식으로 살아가던 우무오피아 마을의 오콩고는 높은 지위를 가졌고 그 사회가 높은 것으로 치는 가치들을 가졌고, 그 가치들을 믿었던 전쟁영웅이었습니다. 그런 오콩고의 삶이 어떻게 시들어가고 서양문화와의 접촉속에서 부서지는지를 이 소설에서 그리고 있습니다.

치누아 아체베의 이 소설은 인상깊습니다. 다소 과격한 제목과는 달리 그의 소설은 담담하고, 무엇보다도 균형감각이 뛰어납니다. 전통문화를 덮어놓고 미화해서 독자를 민망하게 하지도 않고 그들의 사회에 진출한 서구문화를 악으로 규정해 우리 감정을 흔들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아프리카의 문화와 전통이 소설 속 인물들에게서 자연스럽게 '삶'으로 그려지는것도 인상깊습니다. 왜 그의 작품이 아프리카와 그 외의 세계에서 동시에 사랑받는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는데요, 그의 작품을 단순하게 문학으로 다루는 것을 넘어서서 아프리카에 대해 글쓰기로 이해한다면, 그의 작품을 또 다른 시각으로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치누아 아체베는 작가로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이석구 교수가 2001년 「영미문화」에 기고한 논문 '치누아 아체베와 민족주의 문제'는 '모든 것이 산산히 부서지다.'를 중심으로 치누아 아체베가 가진 민족주의에 대한, 탈 식민주의에 대한 분석을 잘 해 놓았습니다. 논문에 인용된 치누아 아체베의 글에서 인상깊은 것 하나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내가 신이라면 그 이유가 무엇이든지 간에 우리가 인종적 열등성을 받아들이게 된 것을 최고의 악으로 여길 것이다 오늘날 많은 것이 변하였으나 유럽과의 첫 대면이(······)우리에게 안겨준 깊은 정신적 상처를 우리가 이미 완전히 극복한 체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주 전에 남학교 교사인 나의 아내가 한 학생에게 왜 하마르탄 이 아닌 겨울 에 대하여 작문을 썼냐고 물었다 만약에 그랬다면 학생들이 부시맨이라고 놀렸을 것이라고 그 학생이 대답하였다 한다 어떻게 하면 이 거대한 모욕을 청산할 수 (······)있을까 그 학생에게 아프리카의 날씨에는 하등 창피스러운 것이 없음을 아프리카의 야자수도 훌륭한 시의 소재가 될 수 있음을 가르치는 것이 작가의 임무라고 나는 생각한다.내가 맡은 적절한 변혁의 길이 여기에 있다 우리사회가 자신감을 회복하고 모욕과 자기비하를 떨쳐버릴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리고 이것은 본질적으로 최상의 의미에서의 교육의 문제이다. (“Novelist" 43 44)

치누아 아체베는 그들의 전통과 문화, 아프리카적인 것이 부끄럽지 않다는 것, 외부인들에 의해 규정된 그런 프레임에서 탈피하자고, 그것이 작가의 임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그의 태도는 아프리카에 대해 글쓰는 사람들에 본받을 만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서구 문명이 들어와 전통이 무너지는 것은 꼭 개탄할 일만은 아니며, 또 그들의 삶이 전통적인 맥락에 놓여있어 외부에서 보기에는 이해할수 없는 것 또한 이상한 일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TUMA

Seoul, Korea 대학교에서 정치학과 철학 전공했습니다. 최근 관심사는 아프리카와 커피입니다. 아프리카땅은 두번 밟아보았습니다. 모 프렌차이즈 카페의 바리스타로 일합니다. 아프리카에 대해 더 알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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