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트 컴버뱃치가 한창 '셜록'으로 이름날릴 때, 한국에선 그로 인해 유명해진 한 영화가 있었습니다. 여러 영화제에서 상도 받았다고 하지만, 여튼 베니가 나오는 영화로 유명했었는데요, 저도 한창 상영할 때 보러가고 싶었는데, 어영부영하다가 못보고, 아쉬운대로 책을 사서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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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노예12년 페이스북 페이지 |
노예 12년의 장르를 뭐라해야 할까요? 자서전이라 해야하나요? 미국에서 진정한 노예해방이 되기 전, 북부의 자유시민 솔로몬 노섭이, 남부로 납치되어 12년 동안 노예의 삶을 살면서 있었던 일을 스스로 기록한 책입니다. 이 소설을 두고 흑인문학의 범주에 넣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논란이 되곤 한다고 책의 말미에 해제에 보면 나오는데요, 그럴 수도 있겠구나, 했습니다. 영화나 책을 보면, 솔로몬 노섭은 자신이 자유 시민이고, 다시 자유시민이 되겠다는 의지를 불태웁니다. 여기에서 등장하지 않는 것은 노예해방에 대한 의식이나, 흑인들에 대한 동지애입니다. 이 부분은 흥미로웠습니다. 마치 프란츠 파농의 '검은 얼굴, 하얀 가면'이라는 책 제목이 떠오르게 했습니다. 하지만 솔로몬 노섭에게 그런걸 기대하거나 실망하는게 그를 대하는 바른 태도는 아니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책을 먼저 읽었는데요, 이 책에서 솔로몬 노섭의 기억력은 정말 엄청나게 대단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모든 장에서 그의 디테일은 놀라웠고, 글인데도 생생함이 느껴졌습니다. 아마도, 실화에 바탕을 두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꼼꼼하게 묘사한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영화는, 만약 책을 읽지 않고 본다면 이해가 될까 싶을 정도로 압축적입니다. 전개가 빨라서 좋긴 하지만, 그만큼 연결고리가 느슨해보입니다. 화려한 캐스팅 덕분에 각 캐릭터들은 살아있지만, 그 캐릭터들이 뛰놀만한 영화 구성이 바쳐주지가 않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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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노예12년 페이스북 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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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노예12년 페이스북 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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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노예 12년 페이스북 페이지 |
노예의 역사. 아프리카-아메리칸들에게는 진정한 흑역사이겠지요.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아프리카와 노예라는 단어가 너무 독점적으로 엮길 수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다룰 땐 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예라는건 인류 역사 내내 모든 장소에서 등장했습니다. 비단 흑인 노예뿐 아니라, 모든 인종에서 노예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형태는 다르지만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지요. 인류사회에 누가 누군가를 강압으로 지배하는 행태가 사라지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