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동북부 일주기] 제 1화 : 도도마는 도도해

* 이 글은 2013년 5월 17일 다른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1년 넘게 지난 여행기라, 지금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0. 프롤로그

각종 종교를 모두 인정하는 탄자니아 정부의 은혜와, 마침 사업장이 성당에 위치해 있던 행운으로 나는 이스터(sikukuu ya pasaka)를 전후하여 2주 정도의 꽤나 긴 휴가를 얻었습니다. 기관에서 제일 오래 쉬는 사람이 된 나는 이렇게 얻게 된 휴일동안 집에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어딜 싸돌아다니면 좋을까 머리싸매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는데요, 그런 와중에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사업장 매니져가 고향을 간다고 하는 말에 번뜩 매니져가 있을 때 그의 고향에 찾아가서 편안히 먹고 노는 루트를 짜면 좋겟다는 생각을 해냈습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내 발로도 못걷는 사파리투어보다, 내 발로 걷고 내 맘대로 하는 여행을 좋아하던 터라 이만큼 좋은 기회가 없겠다싶어 매니저에게 부탁했고, 그는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별로 시간과 거리감각이 없던 나는 2주라는 시간을 엄청 길다고 생각하며 루트를 짰습니다. 그렇게 짜서 나온 루트가 다레살람 - 도도마 - 콘도아 - 하우비 - 아루샤 - 모시 - 탕가 - 다레살람 무려 7개 도시를 방문하는, 탄자니아 동북부를 한바퀴 빙글 도는 루트인데요, 이때까지만 해도, 별 생각없는 저는 이 일정을 2주 안에 소화하면 넉넉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반드시 타야만 하는 버스 경로만 계산해도 1,700km에 육박하고, 보통 저녁시간대에 버스가 없는 탄자니아의 시외교통 특성상 이동만으로 꼬박 하루씩 써야한다는 계산도 없이, 마냥 신나서 도도마행 버스에 올랐습니다.



제 1부. 도도마는 도도해

#1. 도도마로

탄자니아에서 했던 거의 모든 여행의 출발은 새벽이었습니다. 엄청나게 커다란 나라이기 때문에 버스를 탔다하면 여섯시간 이상은 기본이라, 아침일찍 출발하지 않으면 하루를 온전히 이동에만 쓰게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도도마라는 머나먼 곳으로 가기 때문에 역시나 새벽같이 일어나 부지런한 사람들과 함께 달라달라를 타고 우붕고 터미널로 이동했습니다. 어스름한 시간에 타는 버스는 한국에서나, 여기서나 항상 게으른 나를 부끄럽게 합니다. 



평소에 아침잠이 많지만, 여행간다하면 벌떡벌떡 잘 일어나지는 특수체질이라 리포팅 타임인 7시를 딱 맞추어 버스에 올랐습니다. 이날 내가 탔던 버스는 Shabiby line. 외관이 깔끔한게 인상깊었던 버스이다. 에어컨도 나오고 나름 세미럭셔리쯤 되는 등급의 버스인데, 앞뒤 좌석간격이 약간 좁았던 것이 흠이랄까? 가격은 17,500Tsh이었는데, 지금은 전체적으로 대중교통 가격이 상향되어 얼마쯤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Shabiby 오피스는 우붕고터미널의 8번 오피스에 위치해있는데요, 내가 사랑하는 RATCO버스 오피스와 붙어있습니다.

참고로 시간이 1:00과 1:30으로 적혀있는데, 탄자니아는 특이하게도 스와힐리타임을 쓰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평소에 쓰는 시간에 6을 더하거나(시가 6시보다 이른 경우. 예를들어 우리 시간으로 1시라면 탄자니아에서는 7시라고 부릅니다.) 6을 빼면 스와힐리 타임이 됩니다. 정확하게 왜 이렇게 표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1시가 하루의 시작인 아침 7시라는 것을 생각하면 왠지 이편이 더 그럴싸해 보이기도 합니다.


여기서는 보통 출발 30분 전을 리포팅타임이라며 이때까지 승차하라고 이야기하는데요, 출발전까지만 승차하면 별 문제가 없는것 같습니다. 어느덧 날은 완전히 밝아왔고, 출발시간을 약간 넘긴 7시 40분에 버스는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안녕, 다레살람!


보통 다레살람에서 도도마는 7~8시간 걸린다고 하는데, 나의 버스는 바하티 음바야(Bahati : 운 mbaya : 나쁘다) 한게 틀림없습니다. 저번엔 휴게소에 가만히 있던 버스에 다른 버스가 와서 박질 않나, 이번엔 멀쩡히 잘 가던 버스가 갑자기 멈춰 서서 근 30분 넘게 멍때렸습니다. 이런 이유로 근 9시간만에, 그래도 어쨋거나 도도마에 도착했습니다.


#2. 도도마 시민과 함께,
사실 아무리 인터넷을 검색해봐도, 도도마에서는 할게 없어보였습니다. 탄자니아의 수도지만, 아직 수도다운 풍채를 보여주지 못하는 도도마...
별로 할일이 없을것 같아 하루만 묵고 바로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려고 했었는데, 다르에서 내린 큰비로인해 매니져 가족이 도도마에 늦게 도착한 관계로 도도마에 이틀이나 묵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틀동안의 도도마는 정말 편안하고 행복했습니다. 매니저의 처남인 Basil내외가 너무나 잘해주었기 때문인데요, 클럽을 좋아한다는 Basil내외(이들은 내가 머무는 그 짧은 기간동안 다섯번이나 클럽행을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안 사실인데 도도마에는 좋은 클럽이 많다고 합니다. 늦게 알아 아쉽..) 덕분에 도도마 구경을 차로 편하게 할 수 있었고, 맛난것도 많이 얻어먹었습니다. 밥도 Basil집에서, 혹은 같이 외식을 하며 해결했고, 시내구경도 Basil의 달라달라로 해결했고 잠은 인근의 롯지에서 잤습니다. 2만 Tsh정도면 깔끔한 롯지에서 잘 수 있고, 이상하리만큼 도도마엔 롯지와 각종 숙박시절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수도는 수도인가보다, 했지요.

누구세요? Basil의 예쁜 딸, 나탈리와의 첫 대면



보고만있어도 아빠미소가 절로 나왔던 나탈리. 좀 뜬금없지만, Basil내외를 보며 나도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예쁜 아들 딸 있고, 번듯한 집 있고, 직업있고, 아내와 여가를 즐길 시간도 있고, 그들의 결혼생활은 많이 행복해 보였습니다. 나도 그렇게 알콩달콩 살고싶다!!



아마도 부룬디 원두, 부룬디산 커피를 자랑하며 나에게 내어준 뜨끈한 커피. 나는 이날 설탕을 넣지않고 커피를 마시는 탄자니아 사람을 처음보았습니다. 오, 도시인.


나탈리! 나탈리!

손님을 위해 손수 과일을 깎는 남자 Basil. 특이하게도 오렌지를 저렇게 깍습니다.

Basil과 시장보러 가는 길입니다. 동네가 참 조용하고 깔끔하고, 시내랑 가까워서 여행객들이 오면 묵기 좋겠다 싶었는데, 이름을 까먹었습니다...........

과일가게


도도마에 도착한 이튿날, 아침부터 Basil내외와 도도마 구경을 나섰습니다. 자기 달라달라로 스쿨버스를 하는 Basil덕분에 나는 달라달라의 유일한 승객이 되어 도도마를 투어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아, 타네스코. 전기가 안나오면 찾아가서 따지고 싶은 타네스코..가 문제가 아니라, 도도마에도 삐끼삐끼와 바자지가 있습니다.


도도마에는 가다피 모스크가 있습니다. 리비아의 가다피가 세워주었다는 이 모스크는 정말 거대하고 아름다웠는데요. 인터넷에 보니 동아프리카에서 두번째로 가장 크다고 합니다.




이런저런 시내구경을 마치고, DODOMA의 자랑, DODOMA의 지붕 UDOM(University of Dodoma)로 향했습니다. 도도마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높은 지대에 위치한 도도마대학은 정말이지 무지막지하게 컸습니다. 






#3. 근데, 도도마는 도도해

사실, 나의 도도마여행은 여기까지입니다. 그 유명하다는 도도마 와인은 와인의 W도 못봤지만, 이곳 다르에서 그건 많이 마셔봤으니까, 별로 찾지 않았습니다. 도도마를 다니면서 느낀것은, 도도마는 도도하다는 것입니다. 약간 말장난이기도 하지만, 관광객에겐 그리 친절하지 않은, 아직 관광객들에게 익숙해지지 않은 도시였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수도다보니 여러 관청들이 많아 사진찍는게 많이 제한되기도 하고, 워낙에 유명한 관광지가 없기도 하지만, Basil내외가 없이 나홀로 도도마에 있었다면, 정말 막막한, 너무 도도해서 말조차도 걸지 못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도도마는, 나에게 도도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의 도도마 여행기를 들으니 나한테만 그랬나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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