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이름,

* 2013년에 탄자니아에 머물 때, 동네 이름을 가지고 블로그에 글을 올렸던 적이 있다. 최근 역 이름으로 '봉은사역'을 사용하는 문제로 종교계 갈등이 있었던 것을 보며 그때 썼던 글이 생각나 옮겨본다.




이름을 두고서 우리집은 명장동이다. 명장동에 10년을 넘게 살면서도 동네이름이 궁금했던 적이 없었는데 요즘 들어 우리동네 이름이 궁금해져 알아보니, 유래가 분명치 않은 지명이라고 한다.

그래도 건진건 있었으니,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가 있던 '시싯골'의 지명유래를 알게된 것인데, 예전부터 그 부근으로 감나무가 많았는데, 감나무를 한자로 쓰면 '시실'이 되고, 거기에 '골'을 붙여 오늘날의 시싯골이라는 지명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고등학교때 왜 시싯골이냐를 두고 친구들과 이야기하다가 '예전에 시체가 많이 묻혔던 곳이라 시싯골이다.'로 합의를 봤었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요즘 지명이 궁금해진 이유는 여기서는 지명이 아주 직설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상당수의 지명이 한자로 바뀌어 감흥이 덜하고 의미파악이 힘든데, 여기서는 대부분의 지명이 스와힐리어로 되어 있어서 왠지 이런 의미일 것 같다~ 싶으면 역시나 그랬다.

내가 사는 동네를 중심으로 아래로는 쿤투치라는 지역이, 위로는 보코와 분주라는 지역이 위치하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 쿤두치, 분주, 보코, 보코-마게레자)
쿤두치라는 지명 유래는 다소 충격적인데, Kunduchi라는 단어가 어디서 따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설명해주면서 학생들이 굉장히 당황하는 것을 보니 비속어 같기도 하다. Kunduchi는 해변과 그 옆에 위치한 4성급 호텔이 유명해서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데, 옛날에도 그랬는지 해변의 헐벗은 외국인들을 보고서 '나체'라는 의미의 Kunduchi로 그 지역을 불렀던 것이 유래라고 한다.

분주는 스와힐리어로 복어를 의미한다. 분주 앞 바다에서 복어가 많이 잡혔는지, 어쨌는지, 복어가 많았던 지역이다~ 해서 분주라고 부른다.

보코는 스와힐리어의 하마(Kiboko)에서 따왔다. 옛날에 보코의 어느 지역에 하마가 살았었다고 사람들이 그 주변지역을 보코라고 불렀다. 

이름이 지어지는 과정을 상상해보면 굉장히 귀엽고 재밌다. 누군가가 어느 지역을 설명해야 하는데, 그 지역이 아직 이름이 없어 고민고민하다가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아니 거기 있잖아~ 하마있는 그동네! 그 옆에 말여!' 그럼 그 말을 들은 사람이 '아~ 거기 하마있는 동네?'라고 했겠지, 그래서 그 곳은 그렇게 하마있는 동네가 되었을 것이다. 

Boko-magereza는 버스 정거장의 이름이다. magereza는 스와힐리어로 감옥을 뜻하는데, 그 정거장 주변에 감옥이 있어 그렇게들 부르는 모양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 보코-코만도, 음베지-사마키, 보코-씨씨엠, 카웨-본데니, 쿤두치-음부유니, 보코-음시키티니)

여기서부턴 버스정거장 이름이다. 달라달라가 다니는 버스 정류장들은 거의 다 해당 정거장 주변에 있는 랜드마크(나름)들에서 이름을 따왔다. Komando의 지명유래가 늘 궁금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옛날에 거기엔 숲이 우거져있었어서(지금은 집들이 많이 들어섰다.) 군인들이 훈련을 종종 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Komando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솔져나 아미도 아닌 Komando를 쓰는지는 아직도 궁금하다.

다른 이름들은 이런 의미이다. 생선(Samaki), 탄자니아 혁명당(CCM), 계곡 혹은 협곡(Bondeni), 바오밥나무(Mbuyuni), 모스크(Msikitini)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 음베지-탕키보브, 테게타-콴데부, 테게타-뉴키, 분주-제시, 보코-다와사, 음베지-조고)

처음 탕키보브라는 버스정류장 이름을 들었을 땐, 물탱크가 아닌 군용 탱크를 생각했다. 커다란 군용 탱크가 고장나서 거기 서있었을거라고 생각했는데(아직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우리 메니져는 그게 아니라 옛날에 거기 커다란 물탱크가 고장났어서 사람들이 고장난 탱크(Tanki Bovu)라고 부른다고 주장했다. 음... 

그리고 우리동네! 콴데부, 쿤두치만큼이나 특이한 이름이 아닐까? Kwa ndevu는 영어로 쓰자면 For beard(턱수염을 위한)뭐 이정도로 번역이 된다. 하도 이름이 특이해서 이리저리 물어보니, 아마도 이 동네에 처음 자리잡고 살았던 사람이 무슨 이유에선지 턱수염이 굉장이 인상깊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턱수염이 많은 중동사람이거나, 도사님이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관우가 살았거나 뭔 일이 있었나보다.

그 외의 정류장 이름은 이런 의미이다. 벌(Nyuki), 군대(Jeshi), 수도청(DAWASA), 수탉(Jogoo)



난 이런 탄자니아 사람들의 작명센스가 참 좋다.

우리나라도 이런 작명 센스가 전해지면 어떨까?

버스 정거장 이름을 OO아파트 정문, OO학교, OO빌딩, OO역 O번 출구와 같은 건조한 이름 말고, 흰머리 할아버지, 300살 나무, 떡볶이집 같은 이름으로 바꾸면, 이리저리 치이고 메마른 우리네 일상에 조금이나마 활력소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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