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베라 소녀 Eunice Akoth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





2015년 세계 속의 여성 회담 (2015 Women in the world summit)에서 나이로비 키베라의 10세 소녀가 눈물을 흘리며 My Dream이라는 자작시를 낭독했다. 이 소녀의 이름은 Eunice Akoth, 키베라의 SHOFCO (Shining Hope for Communities)가 세운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며, 장차 미국 대학에 진학해 의사가 되는 꿈을 가진 소녀이다.


이 소녀가 뉴욕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SHOFCO의 공동 설립자이자 Odede부부가 이 회담에 초청받았기 때문이다. SHOFCO는 나이로비의 가장 큰 슬럼 중 하나인 Kibera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여성들을 보호하고, 빈곤과 싸우기 위해 일하는 단체이다. 자기가 나고 자란 공동체를 위해 풀뿌리 운동을 전개한 Kennedy Odede와 학생 신분으로 케냐에 들렀다가 그와 함께 하게된 Jessica Odede는 둘 다 미국에서 유망한 사회운동가로 평가받고 있는 듯 하다.


Eunice의 "My Dream"은 정말 잘 쓴 시다. 내용을 대략 옮기자면 다음과 같다.


I have a dream. 
a Dream that will never fail. 
Every mighty king 
was once a crying baby
Every great tree
was once a tiny seed.
Every tall building 
was once in paper.
And so I dream my dream!

This journey seems so long.
Yet, I will not waiver.
The path has stones all over
but, I will not give up.
Every day of my life
is a page of my history.
Every step that I take
is a move to my glorious destiny.
So indeed I dream my dream.
It's not where I am 
But where I'm going that matters. 

Now listen,
Listen carefully to the words fo wisdom.
Stop watching your dreams go down the drain!
Fight!
Fight!
Fearlessly!
Like a wounded lion.
For it's not about who you are
but how you see yourself.
So, 
dream!



나는 이 똘망똘망한 소녀가 걱정이다. 이 아이는 2013년 1월부터 이 단체의 동영상에서 발견된다.

 
2013년 1월자로 유튜브에 업로드 되어있는 동영상.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Eunice에 대한 첫번째 기록이었다. 여기에서 Eunice는 2015년 5월에 뉴욕에서 했던 것과 똑같은 시, My Dream을 낭송한다.


2014년, 이 단체가 a path appears라는 동명의 책을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제작하는 일에 파트너로 참여하게 되자, Eunice는 같은 영상을 한번 더 찍었다.



올해 초, A Girl's life라는 제목의 영상에도 Eunice가 출연하여 Kibera에서 소녀로 사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2015년 4월, Eunice는 세계 속의 여성 회담의 무대에 선다.

여기서 Eunice는 또 한번 My Dream을 낭독한다. 눈물을 흘리면서.

뉴욕에 온 김에 Reddit의 사용자들의 질문을 받기도 했다.
https://www.reddit.com/r/IAmA/comments/34ji75/iama_12year_old_student_from_kibera_kenyas/



Eunice라는 아이가 쓴 시를 보면, 재능이 있고 꿈이 있고 아주 당찬 아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이 아이가 걱정되는 이유는, Eunice가 SHOFCO의 홍보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느정도는 홍보를 위해 만들어 진 것, 혹은 스스로를 홍보에 맞추어 성장하게 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이 아이로 인해 SHOFCO에 후원이 증가할 것이고 그 후원금들은 Kibera의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다. 나아가 이 아이의 시에 감동받은 누군가가 Eunice가 꿈을 이루도록 개인후원 할 수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성공담은 수많은 Kibera 소녀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Eunice의 성공담에서 Kibera아이들을 '꿈을 이룬 소녀'를 보는 것이 아니라 '구원 받은 소녀'를 볼 것이다. 자본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미국 사람들에 의해 구원받은 소녀를.

출처: Newyork Times


친구가 나에게 '너는 국제개발분야에 지나치게 냉소적이야'라고 했다. 그럴지도 모른다. SHOFCO라는 단체가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 단체인지 잘 모르고(사실 이런 단체들이 현장에서 어떻게 운영되는지 자세히 파악하기는 너무 어렵다.), Eunice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잘 모르지만 이번엔 이 아이를 계속해서 지켜보아야 한다는 느낌이 아주 강하게 들었다. 이 당찬 아이가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 나간다면, 그 미래가 궁금하기도 했고, 혹여나 최악의 경우, 홍보수단으로 이용되었다가 쓸모가 없어져 잊혀지게 되었을 때, 누군가는 이 아이를 기억해내고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몇년 뒤, Eunice Akoth가 상급학교에 진학했고, 꿈을 향해 당차게 나아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 쓸데없는 걱정을 했었노라고 글쓰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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