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e,


나는 성격이 급하기도 하고, 또 아니기도 하다. 쓰고보니 누구나 그런 것 같다.

9월 중순, 출국을 앞두고 사람들이 자주 물어본다. 요새 준비는 잘 하고 있느냐고, 그 질문에 주로 '기다리고 있다'고 대답한다. 사실 영어공부나 공부할 준비는 뭔가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서, 이야기하기 쑥쓰러워 이야기 안하고, 그냥 그 때가 오기를, 그리고 기숙사에서 입금하라는 메일이 오기를, 마닐라로 떠나간 내 여권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기다린다고 대답한다.

내가 아무리 빨리 다 일을 처리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되다보니, 'Pole pole'라는 스와힐리어가 떠오른다. pole는 재미있는 말이다. 일단 뜻이 많다.

'Pole Pole'라고 하면 천천히라는 말이고, 누군가 기침을 하거나 돌부리에 넘어지려고 했을 때, 'Pole'라고 하면 이건 또 'Sorry'나 '저런!' 이런 뜻이다.

스와힐리어 사전에서 Pole를 검색하면 이렇게 나온다.

[Swahili Word] -pa pole
[English word] express sympathy
[part of speech] verb

[Swahili Word] -pole
[English word] gentle
[part of speech] adjective

[Swahili Word] -pole
[English word] calm
[part of speech] adjective

 [Swahili Word] -pole
[English word] kind
[part of speech] adjective

[Swahili Word] -pole
[English word] slow
[part of speech] adjective

[Swahili Word] -pole
[English word] careful
[part of speech] adjective

[Swahili Word] -pole
[English word] cautious
[part of speech] adjective

[Swahili Word] pole
[English word] sorry!
[part of speech] interjection

[Swahili Word] pole
[English word] Excuse me!
[part of speech] interjection

[Swahili Word] pole
[English word] I pity you!
[part of speech] interjection

[Swahili Word] pole
[English word] express of sympathy
[part of speech] interjection


길가다가 돌부리에 걸려서 휘청해도 "Pole"
병원에서 아기가 아파서 울어도 "Pole"
누군가 길을 막고 있을때도 "Pole"
pikipiki(탄자니아의 교통수단 중 하나로, 오토바이를 돈내고 탄다) 가 너무 빨리 달릴땐 "Pole pole"
오늘 하루 일이 끝났을 땐 "Pole na kazi"(고생했습니다)

정말 일상에서 쓰임도 많고, 여기 아주머니들이 말해주는 Pole의 어감도 참 좋다. 굳이 글로 표현하자면, "Po~le"정도 되는데, 참 정겹고 느낌도 좋은 단어다.



탄자니아에서 생활할 때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스스로 Polepole(천천히)를 되뇌어야 할 때가 많았다. 아니, 어쩌면 한국을 떠나 있을 땐 항상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한국에서처럼 모든 일들이 바로바로, 정확하게 처리되는 법이 거의 없는 탄자니아에서, 나 혼자 빨리빨리 하려고 하면 스트레스 받기 십상이니까, 만약 누군가 탄자니아에 갈 일이 있다면, 마음을 이렇게 먹으면 좋을 것 같다. "Pole Pole" 그리고  "Hamna shida"(no problem). 재미있게도, 탄자니아 사람들이 정말 많이 쓰는 말들이다. 킬리만자로를 오를 땐, 포터들이 'HarakaHaraka Hamna Baraka"(빨리빨리하면 복이 없다)라며 나를 계속 천천히 걷게 만들기도 했었다.

불가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탄자니아 생활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이 탄자니아와 사랑에 빠질수도 있고, 잔뜩 짜증만 날수도 있는데, 나는 전자였다.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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