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Bar)를 떠나며,


어제부로 스타벅스에서 퇴사했다. 20개월만이다. 2013년 12월, 대학원 준비를 하기로 마음먹고서 아르바이트를 구하다가 입사하게 되었는데, 이렇게까지 오래 일하게 될지 몰랐다. 일하면서 대학을 졸업했고, 아침에 가게 오픈을 하고서 쉬는시간에 대학원 합격 메일을 받기도 했고, 아주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이제 더 이상 바 너머로 들어가지 못한다는게 아쉽다. 그 바를 사이에 두고서 수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음료를 주고받았었다. 바 너머에선 파트너들과 호흡을 맞추며 함께 일했었다. 아마 오랫동안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바리스타는 어려운 직업이다. 음료도 빠르고 맛있게 만드는 동시에, 사람도 잘 상대해야 한다. 설거지도 해야하고 청소도 해야한다. 몸도 마음도 건강해야 오래 할 수 있는 일이다. 덕분에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기분이 나쁜날, 힘이 없는 날도, 출근해서 땀을리며 웃으며 일하다보면 기분이 좋아졌었다. 물론, 나같은 경우엔 여기를 거쳐 다른 곳으로 간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대체로 지치지 않고 일했지만, 정말 직업으로 하는 파트너들은 다른 직장인들과 똑같이 스트레스받기도 하고, 힘들어하기도 한다. 가끔 이런 파트너들을 정장입고 사무실에서 일하지 않는다고 내려보는 사람들이 있어 속상했다. 우리나라에서 노동자들의 연대는 아직 갈길이 많이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이트칼라가 아닌 다른 노동자들도 존중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그 공간에서 내가 사라진다는 기분이 아주 묘하게 든다. '뒤로 하고 떠난다'는 표현이 떠오르는데, 카페라는 곳이 '공간'의 기능이 크기 때문에 이 기분이 더 많이 드는 것 같다. 내가 뒤로 하고 떠난 곳은 여기 뿐만이 아니겠지만, 언제든 다시 들릴 수 있는 곳이라 오랫동안 추억할 수 있을 것 같다.

함께 일했던 파트너들에게 감사하고, 떠나게 되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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