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대학 신입생 시절 만나, 이제는 거의 다 직장인이 된, (그것도 2년차나!) 친구들과 함께 파주에 놀러갔다. 파주에 펜션을 하나 잡아놓는다는 것 외엔 아무런 계획이 없었던 우리는, 마시고 노는 여행말고 뭔가 움직이는걸 해보자고 마음을 모았고, 우연찮게 파주에서 할만한 액티비티는 번지점프밖에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거기로 차를 몰아 갔다.


파주인줄 알았는데, 연천이었다. 숙소에서 차를 달리고 달려 도착한 번지점프장. 도착하니 무서웠다. 정말 해보고 싶었던 번지점프지만, 막상 도착하니 할 엄두가 안나 앞에 하는 사람들 구경부터 하기로 했다.
번지점프장 홈페이지 >>> http://www.imjin.kr/ 


앞사람들을 보니 세사람 올랐는데 세사람 다 뛰었다. 그래서 우리도 하자, 마음을 먹고서 4명다 돈을 냈다. 이건 환불안된다.

그리고 천천히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고 위로 올라갔다. 올라가니 뛰어내리는 곳으로 가는 부분 바닥이 유리로 되어있다. 거길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했다. 친구 한명이 먼저 뛰고 내 차례가되어 앞으로 오라고 한다. '무조건 앞만 보고 가야지' 마음먹고 앞으로 부러 용기있는것처럼 성큼성큼 걸어갔다. 등에 줄이 달리고, 번지 점프대 끝에 서라고 한다. 그때가지도 '앞만 본다' 되뇌고 있었다. 옆에 안전요원이 더 앞으로 가라고 한다. 발이 떨어지지 않아 조금만 옮기니 몇번을 더 앞으로, 앞으로 하셨다.

밑을 보지 않아서 얼마나 앞에 선건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번지대 끝에 섰다. 숫자 네개를 카운트하면 뛰라고 한다. 가슴을 앞으로 펴고 최대한 멀리 뛰어야 한다.

카운트가 끝나고, 나도 어찌 뛰었는지 '에라이'하는 마음으로 몸을 던졌다. 처음 1-2초는 기억이 안난다. 그리고 임진강 푸른물과, 귓가를 때리는 바람소리, '슈슈슈슈슈슈슈슈슈'만 기억이 났고, '아 이게 나는거구나' 생각이 들때쯤, 등뒤의 줄이 다되었는지, 나를 '퉁' 끌어올린다. 큰 반동이 끝나고, 그때서야 살았구나 싶어, 소리를 질러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짧은 비행이라고 불러보고 싶지만, 자유낙하라고 부르는게 더 정확하긴 할 것 같다. 여튼, 하늘을 나는, 혹은 자유낙하 하는 기분은 엄청나게 짜릿하다. 왜 인류는 그토록 날고싶어했는지 알 것 같다. 비행기와는, 놀이기구와는 다르다.

다음엔 바람을 타고 나는 것에 도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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