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주의자, 신 식민주의자 보리스 존슨을 외무장관에 임명한 영국


브렉시트 국민투표의 여파로 사임한 캐머런 총리의 후임, 테리사 메이가 브렉시트 운동을 주도한 보리스 존슨의원을 외무장관에 지명했고, 많은 이들은 '장난하냐?'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테리사 메이는 내무장관 때 그런말을 하고도 왜 그를 지명했을까... 출처: 매일경제


보리스 존슨은 저널리스트, 칼럼니스트, 하원의원, 런던시장을 지냈고, 브렉시트 운동을 주도하며 스타 정치인으로 떠오른 인물이다. 하지만 존슨은 외교와 관련된 경력은 전무할 뿐 아니라 국제적 사안에 대해 막말을 많이 뱉어놓은 인물인데, 다른 장관도 아닌 외무장관에 임명한 것은 이해가 안된다. 그의 유럽연합에 대한 입장도 유명 하지만, 유럽연합에 대한 태도만큼 문제가 있는 것이 바로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이다. 


보리스 존슨이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그가 '피카니니'라고 불렀던 아이들과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피카니니는 흑인 어린이를 비하하는 호칭이다.  Photo: BBC

국내 언론에 소개된 가장 유명한 그의 아프리카 관련 막말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관련된 내용일 것이다. 올해 4월 오바마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하며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보이자 영국 일간지 The Sun에 오바마를 비판하는 글을 기고한다.

이 글에서 존슨은 브렉시트가 EU의 독재에 대항하여 민주주의를 지키는 수단이라며, 미국은 국제기구의 각종 규제에 자국의 주권을 강조하며 UN 여성차별 철폐 협약도 비준하지 않고, 심지어 UN 아동권리협약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비준하지 않은 국가인데, 오바마 대통령이 브렉시트를 반대할 자격이 있겠냐는 식으로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윈스턴 처칠이 시민이 자신의 정부를 택할 권리에 대해 중시했다는 것을 강조하는데, 오바마가 2009년 집권하면서 그의 집무실에 뭔가 '미스테리한'일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부시 행정부 시절, 대통령 집무실에 처칠 흉상이 있었는데, 오바마가 집권하자마자 그 흉상을 치워버렸다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보리스 존슨은 이렇게 언급한다.

그 흉상은 대단한 조각가인 제이콥 엡스타인 (Jacob Epstein)의 작품으로 아주 훌륭한 작품이며 그 집무실에 근 10년동안이나 있었다. 하지만 오바마가 집권하자마자 흉상은 어떤 기념식도 없이 워싱턴의 영국 대사관으로 반납되었다. 대통령이 이 결정에 연관되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혹자는 이것이 영국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하고, 혹자는 부분적으로 케냐인인 대통령의 영국 제국에 대한 오랜 증오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처칠은 영국 제국의 열렬한 옹호자였다. 
It was a fine goggle-eyed object, done by the brilliant sculptor Jacob Epstein, and it had sat there for almost ten years. But on day one of the Obama administration it was returned, without ceremony, to the British embassy in Washington. No one was sure whether the President had himself been involved in the decision. Some said it was a snub to Britain. Some said it was a symbol of the part-Kenyan President’s ancestral dislike of the British empire – of which Churchill had been such a fervent defender.

오바마의 아버지가 케냐 사람임을 들며 과거 영국 식민지였던 케냐 출신 아버지를 둔 오바마도 영국을 싫어할 것이라는 논리로 그를 비꼰 것이다. 또한 사실관계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오마바는 처칠 동상을 치우라고 지시한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의 처칠 흉상에 대한 루머는 꽤 오래 전 부터 있었던 것 같다. 이미 2012년 백악관의 블로그에 Fact Check: The Bust of Winston Churchill 란 글이 이 루머에 대해 해명을 내놓고 있다. 이 글에 따르면, 백악관엔 1960년대부터 처칠 흉상이 있었는데, 부시 집권기에 토니 블레어 당시 영국 총리가 같은 흉상을 하나 더 빌려주었고, 이후 한동안 집무실에 있다가 관저로 옮겨졌고, 부시 집권 종료와 함께 영국 대사관으로 반환되었으며, 원래 있던 흉상은 계속 관저에 위치하고 있다고 한다.

처칠 흉상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오바마와 캐머런 전 총리. Photo: White House

그 다음으로 우리 언론에 많이 소개된 이야기는 존슨이 2002년 The Telegraph에 쓴 한 칼럼에서 아프리카의 흑인 어린이들을 ‘수박 미소’(watermelon smiles)를 짓는 ‘피카니니들’(piccaninnies)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그가 칼럼에서 수박미소와 피카니니들을 언급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언론에서 정확히 인용한 것은 아니다. 우선 수박미소는 수박에 관련한 아프리카계 아메리카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표현이다. 시사 월간지 The Atlantic수박이 어떻게 인종차별 비유가 되었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는 글이 있는데, 이 글에 따르자면 이 비유의 기원은 미국의 노예해방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에 아직 노예제도가 있던 시절, 농장 소유주들은 종종 수박을 그들의 '자비심'을 보여주는 수단으로 생각했다. 노예들에게 스스로 수박을 기르고 내다 팔 수 있게 하는가 하면, 여름엔 아예 수박을 먹으며 쉴수 있는 휴일을 주기도 했다. 노예들은 이렇게 '하사받은' 수박을 백인들이 원하는대로 게걸스럽게, 그리고 감사하게 먹어야만 했다. 

하지만 노예 해방으로 이런 관계는 청산되었고, 흑인들을 스스로를 위해 수박을 기르고, 팔고, 먹었다. 이에 남부 백인들은 수박을 더럽고(수박은 깔끔하기 먹기 어렵기 때문에), 게으르고(기르기 쉽기 때문에), 그리고 어린애같은 (달고, 색깔이 화려하며, 영양가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이나 먹는 과일로 격하하며 '수박에 미친 흑인들'이라는 편견을 만들어 냈다. 

이런 배경을 가진 용어이기 때문에 흑인에게 수박과 관련된 비유를 하는 것은 인종차별주의로 해석된다. 존슨은 콩고 민주공화국의 '부족 전사들(tribal warriors)'이 백인 대 추장(블레어를 뜻함)을 만나기 위해 '수박미소'를 짓는다고 칼럼에 썼다. '부족 전사들'부터 '백인 대 추장' '수박미소'까지 극렬한 인종차별주의적인 단어 선택이다. 이 칼럼의 주요 요지는 블레어가 국내 정치는 안중에도 없고 해외 순방만 다닌다는 이야기인데, 쓸데없이 인종차별주의적 발언을 쏟아낸다. '수박 미소', '부족 전사들' 외에도 같은 칼럼에서 존슨은 코몬웰스(Commonwealth)가 주기적으로 깃발을 흔드는 피카니니(piccaninnies) 무리를 여왕에게 보여주기 때문에 여왕이 코몬웰스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식으로도 이야기했는데, 피카니니는 흑인 어린이를 낮춰 부르는 표현(우리 말로 하면 깜둥이 꼬마정도?)이다.  


가장 심각한 글은 2002년 The Spectator에 실린 CANCEL THE GUILT TRIP이란 제목의 글이다. 이 글도 기본적으로는 '밖으로 나도는' 블레어와 우간다에서 목격한 무분별한 원조사업에 관련된 이야기이지만, 식민지배를 옹호하는 내용과 아프리카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표현들이 다수 담겨있다. 이 '주옥같은' 칼럼의 문제되는 대목들을 나열해 보았다.

(아프리카의) 문제는 우리가 한때 그곳을 지배했었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더 이상 지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The problem is not that we were once in charge, but that we are not in charge any more.

(우간다에서) 당신은 희귀하고 이상한, 젝푸르트같은 과일이 당신머리보다도 크게 열려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향수를 뿌려도 이건 여전히 역겹고, 웨이트로스(영국의 마트 중 하나, 검색해보니 약간 고급 마트인 것으로 보인다)조차도 이걸 가져다 놓을 정도로 허세있진 않을 것이다. 그러니 영국인들이 커피와 면화와 담배를 심었고, 그것은 대체로 옳았다. 최근 커피 가격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베트남인들 때문이다. 100년 전, 그 농장주도 아니었던 베트남인들이 뻔뻔하게도 저가에 커피를 팔고 있다. 
You will find fruits rare and strange, like the jackfruit, hanging bigger than your head and covered with green tetrahedral nodules. Though delicately perfumed, it is, alas, more or less disgusting, and not even Waitrose is pretentious enough to stock it. So the British planted coffee and cotton and tobacco, and they were broadly right. It is true that coffee prices are currently low; but that is the fault of the Vietnamese, who are shamelessly undercutting the market, and not of the planters of 100 years ago.


오늘날까지도 (이 글은 2002년의 글이다) 우간다 사람들은 스스로 자전거(Bike라고 적혀 있는데, 오토바이를 말하는건지 자전거를 말하는건지 모르겠다)도 못만든다.
even now, the Ugandans can't make their own bikes. 

90퍼센트의 우간다인들은 석기시대의 상태로 살고 있다. 진흙으로 둥근 움막을 짓고 바닥을 파서 불을 지피고, 라피아(식물의 이름)로 장판을 만들어 침대로 사용한다. 기대수명은 42세이다.
90 per cent of Ugandans live in Stone Age conditions — round mud huts with a fireplace dug in the floor and raffia mats for beds and a life-expectancy of 42.

어느 영국 공무원이 말하길, '나는 여기 아프리카에 오랫동안 있었는데, 여전히 이해못하겠는게 있다. 왜 그들은 서로에게 그렇게 잔혹한가? 우리는 그들을 아이처럼 대하곤 하는데, 그건 우리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파리대왕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굴기 때문이다.'
As one British official said, 'I've been in Africa for ages and there's one thing I just don't get. Why are they so brutal to each other? We may treat them like children, but it's not because of us that they behave like the children in Lord of the Flies.'

서양에서 온 구호단체가 괜찮은 콘크리트 구조물로 화장실을 만들면, 이게 움막보다 더 좋기 때문에 금새 집으로 사용된다
They build latrines, fine concrete structures which will soon be used for habitation, since they are sounder than the huts.

이 나라(우간다)엔 여전히 쪼그려 앉아서 그들 얼굴에 앉은 파리들을 쫓아내기 위해 천천히 손을 흔들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This is still a country where too many people squat on their haunches, slowly waving their hands to move the flies from their faces. 

블레어가 생각이 있다면, 아프리카에서 안타까워 할게 없다. 우리에게 휴가를 즐기러 여기 오라고 해야 할 것이고, 빅토리아 호수의 작은 섬을 사라고 할 것이고, 호텔과 TV와 휴대폰 회사에 투자하라고 할 것이다. 아프리카의 운명에 가장 좋은 것은 옛날 식민종주국이, 혹은 그 나라들의 시민들이 다시 한번 아프리카를 향한 쟁탈전을 벌이는 것이다. 단, 이번엔 죄책감을 느끼도록 요구받지 않는다는 조건에서 말이다. 
If Blair has any sense, he won't wring his hands over Africa. He'll urge us all to come here for our holidays — and what could be better than the Murchison Falls.
He'll talk us into snapping up that little island in Lake Victoria, investing in hotels, TVs, mobile-phone companies. The best fate for Africa would be if the old colonial powers, or their citizens, scrambled once again in her direction; on the understanding that this time they will not be asked to feel guilty.


그가 어떤 일로 우간다를 방문하고서 쓴 글인 것 같은데, 마치 19세기 후반 아프리카 대륙을 '탐험'한 사람이 쓴 글 처럼 아프리카를 비하하고, '비 문명화된'사회로 묘사하고, 식민주의를 옹호할 뿐 아니라 '다시 한번 아프리카를 향한 쟁탈전을 벌여야 한다'며 신 식민주의(Neo-Colonialism)를 주장하기까지 한다.

이런 그가 아프리카와 많은 외교관계를 가지고 있는 영국의 외무장관을 맡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영국의 외교 이슈가 브렉시트만 있다면 모르겠지만, 보리스 존슨같이 심각하게 잘못된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인물을 외무장관으로 쓰는 것은 앞으로 영국을 유럽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고립시켜버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마치며, 2002년의 우간다 사진을 첨부한다. 이 사진은 Geoff라는 영국 사람이 2002년 우간다를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이다. 그의 여행 사진 전체는 그의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보리스 존슨이 우간다에서 정말 최고로 열악한 상황만 골라서 목격하고 온 것인지, 어떤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가 수도 캄팔라를 안 거쳤을리 없고, 그럼에도 집요하게 우간다의 어두운 면만 부각시킨 것은 그가 가진 아프리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002년 캄팔라 길거리 풍경 ⓒGeoff

캄팔라의 올드 택시 파크 ⓒGeoff

바나나를 들고 포즈를 취한 상인. ⓒGeoff

빅토리아 호수의 한 섬에 위치한 마을 ⓒGe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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