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학교 졸업식 풍경. University of Bradford

친구의 졸업식에 다녀왔다. 같은 플랏에 사는 친군데, 이번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평소 말이 많이 없는 친구라 같이 쓰는 부엌에서 함께 보낸 시간은 많았지만, 그렇게 친하다고까진 할 수 없는 친구였는데, 정말 고맙게도 나를 졸업식에 초대해 주었다. 내 논문이 통과되면 내 졸업식은 겨울이라, 8월 말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나는 참석할 수 없어 아쉽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라 친구의 초대에 흔쾌히 응했다. 그래도 옆방 사는 친구라고 떠올려줘서 고맙기도 했다. 

일디림 '박사'와 나. ⓒ우승훈 
친구에겐 석사 포함 5년이라는 시간을 마무리 하는 공식 행사였는데, 터키에 있는 가족들은 비자 문제도 있고, 비용 문제도 있고 해서 못왔다고 했다. 이렇게 영광스런 행사에 쓸쓸하지 않게 계속 붙어다니면서 사진도 찍어주고, 같이 찍기도 하고, 평소랑 다르게 말도 많이 걸어보았다. 친구의 얼굴에선 졸업의 기쁨과,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가운 받고 뭐 하고 하느라 생긴 피로와, 아마도 긴긴 학생 생활을 끝낸다는 사실 때문에 들었을 약간의 슬픔같은, 복잡한 감정들이 섞인 묘한 표정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박사 가운과 동그란 빵모자가 정말 정말 멋있었다. 집에선 보통 런닝샤쓰를 입고 있는 친군데, 오늘 모습만큼 멋있었던 적은 없었다. 오늘은 졸업식의 끝판 왕인 박사의 친구로 가서 그랬는지, 옆에 같이 있는 것 만으로도 좀 으쓱하는게 있었다. 

이런 말 하면 좀 웃기지만, 박사 가운은 나의 큰 로망이다. 박사를 하고 싶은 이유 중 약간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이 가운이다. 2년 전에 학사졸업을 하며 가운을 입었었는데, 좀 늦게 졸업해서 그랬는지 울컥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동안 학교에서 해왔던 여러가지 추억과, 성취와, 노력을 입는 느낌이 들었다. 박사가운은? 10년동안의 노력과 성취를 입는 느낌이 들 것 같다. 얼마나 자랑스러울까?


졸업식은 한국과 비슷했다. 일단 단과대학별로 나눠서 한다. 오늘은 엔지니어링 계열의 졸업식이었다. 마침 이번에 석사를 받는 다른 친구도 있어서, 한번 참석에 세명이나 축하해 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대부분의 식순이나 진행이 한국과 비슷했다. 한명 한명 나가서 부총장님과 악수하고 학위증을 받고 했는데, 몇몇 학생들은 부총장님과 셀카를 찍기도 했다. 가장 첫번째로 부총장님께 셀카를 시도했던 학생에겐, 부총장님이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면서, 내 폰으로도 찍자고 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귀여웠다.


'내 폰으로도 찍자' 자기 폰으로 셀카 찍는 부총장님 ⓒ우승훈 

여느 졸업식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각종 축사들은 덕담으로 가득했다. 학교의 슬로건? 같은게 "Make Knowledge Work"인데, 졸업식에 참 어울리는 말 같았다.


졸업식 풍경 ⓒ우승훈

졸업식 풍경 ⓒ우승훈


아, 차이점이 하나 있었다. 아침에 친구 졸업식에 가던 길에 심각히 고민했던 게 있는데, '꽃'이었다. 한국의 졸업식엔 꽃이 아주 넘쳐났는데, 여기선 어떤지 모르겠어서 심각히 고민했다. 설마 노점으로 꽃을 팔 것 같진 않고, 근처 마트에 가서 꽃을 좀 사야하나 어째야 하나 (꽃집이 잘 없고, 큰 마트에 가면 꽃을 많이 판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일단 그냥 가기로 했고, 그 선택은 괜찮았다. 꽃다발 가지고 있는 졸업생은 거의 없었다. 사실 난 한명도 못봤다. 신기했다.


이번에 석사를 취득한 친구들. ⓒ우승훈


암튼, 이렇게 졸업식이란걸 가보았다. 졸업장을 받고 행복해 하는 친구들을 보니, 동기부여가 많이 되었다. 이들의 앞날에 좋은 일만 가득했음 좋겠다.

오늘 날씨도 참 축하하기 좋은 날씨였다.

브래드포드 시청 광장 ⓒ우승훈

브래드포드 시청 광장 ⓒ우승훈

댓글 쓰기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