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21 '제 1회 스쿨 아프리카' 후기



2017년이 되었고, 나는 한국에 있다. 르완다에서 한 3주쯤 머물렀는데, 한국서 처리해야 할 일도 있고, 연말연시고 해서 2주정도 한국에 머물고 있다. 덕분에 크리스마스, 연말, 연시를 모두 한국서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아프리카 랩(Africa Lab)에서 준비한 '제 1회 스쿨 아프리카'도 구경갈 수 있었다. 내가 한국에 도착한 바로 다음 날, 12월 21일에 있었던 행사니까 후기 쓰기엔 좀 늦은감이 있지만, 얼마전 이 행사를 준비하고 또 발표자로 나섰던 분의 전화를 받고나니 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 늦게나마 후기를 쓰기로 했다. 



일단 이 행사는 '아프리카 랩'이 준비했고, '아프리카 랩'의 구성원들이 발표자로 나섰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 전공 학생들이 결성한 단체, '아프리카 랩'은 아프리카 지역 연구를 기반으로 아프리카에 대한 이야기를 특히 문화에 관한 이야기들을 소개하는 단체이다. 이 단체는 2016년 AASK(African Area Studies in Korea​)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했고, 최근 이름을 아프리카 랩으로 바꾸었고, 아프리카를 사랑하고 연구하는 청년들이 모였고, 앞으로가 기대되는 단체이다. 그리고 나는 아프리카랩의 저 'ㅇㅍㄹㅋㄹ'이라고 적힌 로고랑 색이 참 좋다.

* 이 단체에 대해 궁금하다면 단체 페이스북을 방문하거나, 아프리카 인사이트가 진행한 인터뷰를 참고하면 좋다.
  


'제 1회 스쿨 아프리카'는 합정의 '손과얼굴'이라는 특별한 분위기의 카페에서 진행되었다. 이날 사진을 많이 못찍어서 카페의 분위기를 담아낸 사진이 없어 아쉽긴 하지만, 카페, 문화공간, 모임공간, 쉬는공간, 펍 등등을 모두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은 재미있는 공간이었다.


'스쿨 아프리카'는 '재미있는 세미나'를 지향하고 있는 것 같다. 이날 행사에서 나눠준 유인물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스쿨 아프리카는 아프리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서로 가지고 있는 경험과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자 마련된 장입니다."

이번 1회 '스쿨 아프리카'는 아프리카 랩의 구성원들이 발표자로 나섰지만, 앞으로는 구성원들 외에 아프리카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초대하여 나눔의 장을 열 계획이라고 한다. 2회도, 3회도 무사히 열려서 재미있는 경험과 이야기들이 오가는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날 행사는 1부와 2부에 나눠서 진행되었다. 1부에서는 한국외대에서 아프리카사회문화전공으로 석사를 한 김겨울씨와 아프리카 전공 박사과정의 전누리씨가 각각 "아프리카는 생각하지마: 한국 미디어에 갇힌 아프리카""인터넷 검색창에 '스와질란드의 갈대축제'를 검색해 보세요"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진행하였고, 2부에서는 아프리카사회문화전공 석사를 했고, 아프리카 언어 커뮤니티 KARIBU를 운영하고 있기도 한 황수진씨와 아프리카지역학전공 석사 신혜원씨가 각각 "화려하고 다채로운 멋, 탄자니아의 캉가 이야기" "향기 그 이상의 문화 에티오피아의 커피세레머니"를 발표하였다. 내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면, 황수진씨만 빼고 다른 발표자들은 자신들의 석사 논문과 관련된 주제로 발표를 했다.




첫번째 발표자는 김겨울씨였다. 한국 미디어에 비친 아프리카 이미지, 한국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에 대해, 그리고 아프리카 가진 다양성에 대해서 발표해주셨다. 세미나를 여는 발표로 어울리는 주제이긴 했지만, 이미 이런 주제에 대한 영상이나 글들, 강연을 많이 접한 나에겐 약간 아쉬움이 남는 발표였다. '미디어에 나오는 아프리카 이미지는 어디서부터 언제부터 어떻게 형성되었고, 지금은 아프리카의 전쟁, 폭력, 질병, 기아 등등이 어떤 현황으로 존재하고 있는지, 그에 반대되는 긍정적인 이미지는 어떤 것들이 있고 그 이미지들이 혹시 과장된건 아닌지 등등을 비판적으로 다룰 수 있었음 좋지 않을까?'

하지만 20-30분정도로 주어진 발표 시간에 이 광범위한 주제를 잘 다루는 것 자체가 아주 어려운 일이었을텐데도, '기존의 프레임을 깨자'라는 메시지의 면에서는 잘 준비해 주셨다고 생각한다.



두번째 발표자는 전누리씨이다. 스와질란드 갈대축제를 주제로 발표를 해주었고, 흔히 '왕비 간택 축제', '반라의 춤'등의 선정적인 내용으로 국내외 언론에 소개되는 갈대축제의 진짜 의미와 전체 과정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해주셨다. 이 연구 주제에 대해서 애정을 듬뿍 담아 열정적으로 발표를 해주셔서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처럼 생생한 느낌을 받았다. 갈대축제가 알려진 것 처럼 왕비 간택을 위한 축제라거나, 반라로 춤을 추는 그런 축제가 아니라,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절차에 따라 사뭇 진지하게 진행되고, 국민적인 문화 행사로 의미가 크다는 점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나는 현지연구를 해본적이 없지만, 현지연구 과정에서 현지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게 되는 일도 종종 생긴다고 들었다. NGO에서 일하면서도 이런 경험은 가끔 하게 되는데, 사업 대상지를 선정하거나 수혜자를 선정하기 위해 현지조사를 수행하는 외국인은 더 가난한 모습, 더 불행한 모습에 의도적으로 더 많이 노출되곤 한다. 갈대축제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왜 부정적인 이야기가 생겨났는지, 이 축제가 혹시 스와질란드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점은 없는지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언급하는 부분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에티오피아 음식 '인제라'와 함께한 음식 체험 시간 뒤로 이어진 세번째 발표에서는 황수진씨가 탄자니아의 캉가에 대해 발표해주셨다. 탄자니아에서 하던 일이 천 염색과 관련이 있었어서 탄자니아의 직물공장도 방문해보고, 캉가와 키텡게에 대한 시장조사도 했었던 터라 기대를 많이 했었다. 황수진씨의 발표는 캉가가 탄자니아를 포함한 동아프리카로 전파되고 확산되는 역사적, 문화적 맥락을 시작으로 캉가의 디자인과 착용법까지 다양하게 다루고 있었다. 캉가에 대해, 혹은 동아프리카의 의복 문화에 대해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참 좋은 발표라고 생각했다. 여기에 탄자니아의 직물 산업에 대해서도 잠깐 언급했으면 조금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캉가의 디자인은 어디서 오는지, 주요 생산자들은 누구인지 등등이 언급되면 캉가 문화의 현대적 변화상이라던가 현실에 대해서 알 수 있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피날레는 신혜원씨의 에티오피아 커피 세레모니 발표, 그리고 커피 세레모니 시연이 장식했다. 아프리카 대륙의 많은 나라가 커피를 생산하고 있지만, 정작 커피를 마시는 문화를 가진 나라는 에티오피아 외엔 꼽기 어려워 항상 에티오피아의 커피 문화가 궁금했었는데, 이번 발표를 들으며 에티오피아 내에서도 다양한 커피 문화와, 왜 에티오피아는 커피 문화를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알 수 있어 흥미로웠다. 커피 세레모니 시연을 통해 맛본 커피 맛도 재미있었다. 가루를 주전자에 넣고 직접 끓여내기 때문에 꽤 진한 맛이 났다. 뭣보다도 세레모니를 기다리고, 작고 예쁜 잔에 나눠마시는 오손도손한 느낌도 좋았다.




내가 이 행사를 준비하고 발표한 사람들에 대해서 이런 저런 코멘트를 다는건 사실 주제넘는 일이고, 이런 행사를 기획하고 개최한 것 만으로도 대단한 일하고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날 행사가 끝나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에 참여하지 못한 아쉬움과, 이런 좋은 기획이 더 나아지고 계속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그리고 아프리카를 공부하는 동료 입장에서 지금까지 몇줄 써 보았다.

앞서 아쉽다고 남긴 코멘트들은 대부분 '편견'에 관한 것이었다. 워낙 아프리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들이 팽배해 있다보니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아프리카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나누고 싶고, 알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이해하지만, 나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산되는 것 만큼이나 위험한 것이 아프리카가 이상적으로 그려지고, 긍정적으로만 그려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또한 편견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 대해 더 현실적으로, 다시 말하자면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이 고르게, 비판적으로 다루어질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시간 제약이 있고 예상 참여자들의 아프리카 이해도를 알 수 없었던 상황에서 세미나를 준비하느라 균형있게 다루는게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럼에도 이 부분은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하기에 아쉬움이라고 표현해 보았다.


하지만 아쉬운 점 보다 좋은 점이 더 많았다! 어디가서 참가비 만원내고 재미있는 아프리카 이야기 네개나 듣고, 인제라 먹고, 커피세레모니로 내린 커피 마시고, 달력도 받고, 에코백도 받을 수 있겠나!?

아프리카 랩은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공부하는, 젊은 단체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잘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더 응원하고 싶다.


아프리카 랩 화이팅!




2 댓글

  1. 안녕하세요 !
    무항가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은 들었어요~
    잘 지내고 계시는지?

    늦었지만 따뜻한 후기와 응원이 감사해 댓글 남겨요
    승훈씨도 화이팅 입니다!
    곧 또 뵐 수 있기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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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네 전 잘 지내고 있습니다 :-) 체질인가봐요 ㅋㅋㅋ 다같이 화이팅 잘 지내다가 다음에 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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