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땡땡. 안녕.

안녕, 땡땡.

내가 널 만난 건 아마도 2015년, 영국에 가기 전이었을 거야.
항상 감사한 선생님 덕분에 너를 만났지. 넌 참 특별했어, 내 생애 첫 자동우산이었어. 톡 하면 촤락 하는 게 그렇게 세련되고 신기하던지, 그리고 흑백의 우아한 땡땡이 무늬는 얼마나 또 마음에 들던지.
우린 한국과 영국과 다시 한국과 르완다를 함께 다녔어. 넌 덤벙꾼 생애 가장 오랫동안 함께한 우산이었지.
책가방에 책을 넣고 남는 공간에 딱 맞던 너. 비가 올 것 같은 날이면 쏙 하고 내 책가방에 있는 듯 없는 듯 날 지켜주었어.
비가 올 땐 톡하고 촤락, 나를, 친구들을 지켜주었지. 너는 나의 커지는 덩치엔 좀 작아서 어깨를 젖곤 했지만, 상관없었어. 이런 게 사랑이겠지.

아,

오늘의 여정이 마지막일 줄 알았다면, 사진이라도 함께 찍을걸 그랬지. 겨우겨우 찾아낸 너의 사진은 엉망진창인 옥탑방에 널브러져 있는 너였어.
마지막이려고 그랬나, 여정은 특별했지. 투표하러 버스 타고 키갈리에 가는데, 도착할 때쯤 비가 억수로 내렸어. 도착하고서도 버스에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비가 조금 잦아들 때, 우린 걸어나갔지.
난 키갈리 지리를 잘 모르지만, 너와 함께라 두렵지 않았어. 나는 언덕 위로 다닥다닥 붙은 달동네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고, 골목을 헤매며 말끔해 보이기만 하던 키갈리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시내에도 도착할 수 있었어. 특별한 여정을 함께해줘서 고마워.
미안해 땡땡. 나 너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 너의 부재를 깨달았을 때 눈물이 나려고 했어.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도 더는 뒤질 것도 없는 가방을 괜시리 뒤적여. 이제 비가 오면 나는 너가 생각나겠지.
넌 멋진 우산이니까 다시 누군가의 소중한 땡땡이 될 거야. 새로운 여정을 떠나겠구나. 행복하자.
안녕, 땡땡.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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