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르완다 대선 ③] 선거 잠정 결과 발표, 그리고 케냐 대선

가정집 앞에 붙은 카가메 후보 포스터. Photo: 우승훈


오늘 저녁, 어제(8월 4일) 있었던 르완다 대선 투표의 잠정 결과가 발표되었다. 예상대로 현직 대통령 카가메 후보가 98.63% 득표로 당선되었고, 2024년까지 7년간 대통령직을 더 수행하게 되었다. 오늘 오후 카가메 대통령은 당선 수락 연설에서 르완다의 개혁을 이어나가고, 르완다 시민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일하겠다고 했습니다.

또한 3선 개헌과 당선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르완다 국민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르완다 선관위에서 발표한 잠정 결과는 다음과 같다.

Frank Habineza(민주녹색당): 31,633=0.47%
Philippe Mpayimana(무소속): 49,117= 0.73%
Paul Kagame(르완다애국전선): 6,650,722=98.63%

(투표율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약 97%정도로 예상됨)

Picture: 르완다 선관위 트위터
결과에서 알 수 있듯, 카가메는 전국 각지에서 97~99%의 득표를 기록한 와중에, 무소속 음파이마나 후보가 민주녹색당 하비네자 후보보다 더 많은 득표를 한 점이 흥미롭다. 음파이마나후보는 제노사이드 이후 국외생활을 하다가 이번 대선에 맞춰 들어온 정치 신인인데, 2013년 정당으로 등록된 민주녹색당의 하비네자 후보를 근소하게나마 이겼다.

대선에 맞추어 카가메와 르완다의 민주주의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는데, 카가메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영웅, 청렴하고 유능한 지도자 vs 독재자, 반인권범죄자)을 달렸고, 르완다의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마침 케냐 대선과 기간(케냐 투표는 다음 주)이 겹쳐서 '서양식 민주주의'를 섣불리 도입해서 민족 감정이 악화되고 폭력사태를 겪는 케냐 vs 정치판에서 경쟁은 없지만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르완다라는 식의 비교도 꽤 많았는데, 이건 좀 게으르고 이상한 프레임이다.

케냐 2007년 대선은 유혈사태를 일으켰고, 올해 대선도 선관위 위원이 고문/살해당하고, 부통령 집이 습격당하고, 야당 사무실이 총기 괴한의 침입을 받는 등 안 좋게 흘러가고 있긴 하지만, 2007/08 유혈사태는 2010년 개헌의 계기가 되었고, 적어도 케냐 시민은 르완다 시민보다 정치적인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두 나라 중 어느 나라의 정치가 더 낫냐고 물어본다면, 대답하기 어렵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프레임을 제시하는 사람들에게 확실히 말할 수 있는건,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케냐의 선거갈등을 피하기 위해 현직 케냐타 대통령이 계속 대통령하고, 갈등을 일으키는 야당은 약화되어야 하는데, 말이나 되는 소리냐는 것이다.

많이들 오해하는데, '갈등 없는 사회'가 '평화'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우리 사는 세상의 자원과 권력은 유한해서 여느 사회에나 갈등이 당연히 존재하고, 갈등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 기회다. 갈등을 덮어두고, 말 못하게 하고, '평화'로운척 하는 게 더 무섭고 폭력적이고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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