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르완다 대선 ③] 당연하지만 놀라운 결과, 그리고 길들여진(?) 두 야권후보

최초의 르완다인 사제 서품 100주년 기념 행사의 카가메 대통령 Photo: 우승훈

8월 4일있었던 대통령 선거 결과를 아직 블로깅하지 않았다는걸 방금 알았다. 늦게나마 간단하게 기록하고자 한다.

선거는 당연히 폴 카가메 대통령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투표율: 98.15%
르완다 애국전선(RPF) 카가메 폴: 98.79%
민주녹색당(Democratic Green Party of Rwanda) 하비네자 프랑크: 0.48%
무소속 음파이마나 필립: 0.73%


카가메 대통령이 역대 선거에서 그랫듯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내가 놀랬던 부분은 투표율이다. 분명 그날 아픈사람도 있을거고 투표소에 가기 어려운 환경의 사람들도 있었을텐데, 투표율이 무려 98.15%다. 어떻게 이 많은 사람들을 투표소로 불러모았는지 궁금하다.

그 외 특이한 점은 가장 반-카가메 성향을 드러낸 유권자그룹은 유럽에 사는 국외거주자들이라점과 두 야권후보 모두 1%미만 득표율을 기록해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민주녹색당의 조직력과 역사를 고려했을 때 무소속 후보보다 낮은 득표율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왜 정당도 있는 민주녹색당 하비네자 프랑크 후보가 무속보다 인기가 없었는지 조심스럽게 이유를 추측해보면, 무소속 음파이마나 필립이 더 '온건한' 태도를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었을지 생각해본다.



우연히 발견한 두 야권후보의 인터뷰 일부를 발췌, 번역해보았다.

동아프리카지역에 발행되는 잡지 Wildchild 7호에 실린 하비네자 후보 인터뷰 Photo: 우승훈
사람들은 지도자를 반대하는것을,  혹은 예의상 어른을 반대하는 것을 두려워해요. (중략) 하지만 지도자에관해선 이건 예의가아니라 그냥 두려움 때문이에요. 누구도 왕에게 반대하진 않잖아요

조깅을 좋아해서 스웨덴에살때 조깅을 했어요. 거긴 안전했어요. 여기선 안전하다고 느끼지않아요. 어떤 길을 따라 조깅할 수 있지만, 같은 길로 돌아올 수 없어요. 가끔은 보통사람처럼 지내고싶어 사무실 근처를 산책하곤해요.

사람들은 이해못할거에요. 사람들은 저를 보지만 제가 이 자리에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했는지 몰라요. 그냥 쉬운일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그 모든 일들을 겪으며 변했어요. 이게 제가 성숙(maturity)했다고 하는 이유에요.


- 민주녹색당 하비네자 프랑크 (당시) 대선후보 인터뷰 中


Wildchild 7호에 실린 음파이마나 후보 인터뷰. Photo: 우승훈

우리가 계속해나간다면 르완다가 더 개방적으로 변하길 희망할 수 있어요. 지금도 봐요. 저는 곧 르완다 첫 TV토론회에 참여할거고 르완다는 야권후보가 얼마나 그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는지 목격할거에요.


우리 역사때문에 르완다에서 최우선과제는 항상 화해(reconciliation)를 추구하는거에요. 저는 지금 르완다의 다른 문제에대해 토론하고싶어요. 쉽진않아요.

- 무소속 음파이마나 필리페 (당시) 대선후보 인터뷰 中



아쉽게도 인터넷에서 두 인터뷰 전문을 찾을 수 없어서 전체 내용은 소개 못하지만, 두 야권후보의 인터뷰에서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는 특징이 있었다. 둘 다 여당을, 카가메를 비판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정치적 자유에 관해서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언급한다는 점. 심지어 민주녹색당 하비네자 후보는 같은 당의 지도자들이 사라지고 살해당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누가 저지를 짓인지 모르기 때문에 정부를 비난하지 않겠다라고 언급하기도했다. 이러지 않고 직접적으로 정부를 겨냥했다면 아마 두 사람 모두 대선에 출마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좋은 예가 쉬마 뤼가라다.

쉬마 뤼가라는 대통령과 여당을 직접 비판했고, 대선 출마를 시도했다. 하지만, 출마 선언 직후 조작된 누드사진이 유포되고, 선관위는 그녀의 입후보 신청을 자격미달로 반려했고, 선거 이후엔 가족사업 관련 세금탈루혐의로 체포되어 선동 및 위조혐의로 재판을 받게됐다.


지금 르완다의 민주주의는 암울하지만 르완다는 언젠가 민주화 될 것이라 믿는다. 르완다 사람들은 정부에 대해 혹은 1994년 사태에 대해 직접적으로 말하는걸꺼리기 때문에, 나도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다른 생각을 가진 집단이 분명히 르완다에도 존재하며, 그 수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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