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눈을 떳더니 그 무엇과도 기약이 없었다. 누구를 만나야하지도 않고, 출근해야하지도 않고, 공과금을 내야하지도 않고, 밥을 먹어야하지도 않았다. 그날은 그냥 그랬다. 방안에 덩그러니 누워 괜히 전화기만 만지작 거렸다. 기약하지 않아도 전화기는 항상 거기 있다. 기약하지 않아도 내가 방에 누워있었던 것 처럼.
기약없이 지내던 친구에게 잘 지내느냐고 운을 띄어보았다. 답장이 왔다. 문자 하나에 이 방 밖에 세상이 아직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그저 하나의 손짓이었던 문자 주고받음은 다음에 시간나면 보자는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결국 또 기약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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