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 - 숨통

치누아 아체베의 21세기 딸이라고 불리는, 77년생 나이지리아 출신의 젊은 작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의 실력은 정말 놀랍습니다. 30대에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그녀의 행보는 놀랍습니다. 얼마전에 그녀의 단편선을 읽게 되었습니다. '숨통'이라는 작품을 비롯해서 12편의 단편이 실린 「숨통」(The thing around your neck)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나이지리아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단편들에서 현대 아프리카의 상황이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자신'을 잃어버리고 방황하며 숨막혀하는 모습, 미국에서 더 미국인스럽게 변한 사람들, 격변하는 시기에 혼란을 겪는 나이지리아 사람들의 모습, 미국에 대한 판타지와 현실 등등 공감이 가면서도, 또 나이지리아 아니, 이보족스러운 생각들이 독특하면서도 낯설지 않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단편선들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숨통'입니다. 운좋게 미국 비자를 얻어 건너오게된 젊은 아가씨가 겪는 일들에 대한 글인데요, 이 단편은 제가 보기엔 크게 두가지 이야기로 전개됩니다. 미국에서의 삶에 부조리함을 느껴 숨통이 막히는 듯한 갑갑함을 느끼는 주인공 이야기와 그 주인공이 아프리카 애호가와 만나고 그 관계속에서 드러나는 비판적인 생각을 드러나는 이야기 입니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남자친구이자 미국인이자 아프리카 애호가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 그가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구경하다 온 나라 목록에 하나 더 추가하기 위해 나이지리아에 가는 걸 원치 않았다. 그 사람들은 결코 그의 삶을 구경할 수 없을 테니까. 당신은 어느 화창한 날 그가 당신을 롱아일랜드 해협에 데려갔을 때 이 이 얘기를 했고, 당신들은 말다툼을 했고, 고요한 바닷가를 따라 걷고 있던 당신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그는 당신이 그를 독선적이라고 하는 건 옳지 않다고 했다. 당신은 그가 뭄바이의 가난한 인도인만이 진정한 인도인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당신도 진짜 미국인 아니잖아? 당신과 내가 하트퍼드에서 본 가난하고 뚱뚱한 사람들과 다르니까 말이야. .... (민음사,「숨통」p.165)

제가 항상 고민하는 문제인 아프리카에 대해 말한다는 것, 아프리카에 대해쓴다는 것, 아프리카를 좋아한다는 것에 대한 고민이 드러나는 맥락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 두사람의 관계는 파국을 맞고, 주인공은 아버지가 자동차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멀리 고국에서 들으며 이야기는 끝나는데요, 이 순간에 주인공의 숨통을 턱턱 막히게 했던 무언가가 사라집니다. 아마도 미국인들의 속성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했고, 아버지의 죽음에서 자신이 어디서 왔고 누구인지를 깨달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학시절 미국으로 건너와 큰 성공을 거둔 그녀가 그녀의 글을 통해 말하고 싶은 자신의 자전적 경험을 통해 같은 문제를 겪는 이주자들에게 위안을 건내는 것일 수도 있고, 혹은 아메리칸 드림을 가지고서 건너와 힘든 시기를 겪는 이주자들에게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내에는 그녀의 책이 많이 번역되지 않았는데요, 계속해서 신간이 나오고 인기가 높아지는 만큼 더 많은 책이 우리나라에 소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TUMA

Seoul, Korea 대학교에서 정치학과 철학 전공했습니다. 최근 관심사는 아프리카와 커피입니다. 아프리카땅은 두번 밟아보았습니다. 모 프렌차이즈 카페의 바리스타로 일합니다. 아프리카에 대해 더 알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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