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가는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낮엔 출국 전 마지막 3일밤을 보낼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했다. 지금은 짐정리를 한답시고 온 집을 뒤집어놓았는데, 2년도 안되는 시간동안 뭘 이리 사모았는지, 감당이 안된다. 책정리를 하다말고, 얼마전 다 읽은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을 펴 보았다. 이 책을 쓴 양양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노래를 하는 가수다. 가수지만, 글도 참 잘 써서 에세이집을 냈었는데, 그게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이다.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엔 여러가지 재밌는 이야기들이 있는데, 이사를 앞두고 있으니까, 그 중에 '이사'라는 글을 다시 펴서 읽는다. 2년 좀 넘게 산 집을 떠나게 된 양양이, 집안 구석구석과 작별하는 장면(??)이 정말 좋다. 나도 이사나가는 날이 되면, 괜히 이 집을 눈에 담고 싶을 것 같다. 서울에 올라와서 산 집들 중 가장 오래산 집이기도 하고, 가장 맘에 들었던 집이다. 이웃들의 소리와, 햇살과, 바람을 안겨준 커다란 창문도 그리울 것 같고, 겨울이면 너무 추워서 오들오들 붙어 있던 이부자리도 그리울것 같다. 작고 덥지만 아늑한 화장실도, 이런저런 요리를 지지고볶았던 주방도, 한동안 그립겠다.
양양의 '이사'글의 마지막은 이렇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여행이라고 한다면 매일의 작은 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곳은 늘 여기였다. 여기서 하루의 짐을 풀고 또 다음날의 짐을 꾸렸었다. 그렇다면 이것도 여행이라고 하자. 나는 이제 또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긴 시간을 들여 꼭꼭 눌러 싼 이곳에서의 짐을 짊어지고, 긴 여정을 떠난다. 이번에는 좀 더 멀리 갈 것이다. 그리고는 다시 돌아올 일 없을 것이다.
나도 이곳을 떠나면, 1년동안 멀리 여행을 떠난다. 사실 언제까지 여행을 할지 기약은 없지만, 여긴 다시 돌아올일이 없겠구나. 20대 내내 떠돌이로 살고 있지만, 이별은 항상 슬프다.
양양 - 이정도 (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