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ert Dahl 'On Democracy' / 로버트 달 '민주주의'

Robert Dahl 'On Democracy' / 로버트 달 '민주주의'

학부시절 정치외교학을 전공했지만 쑥쓰럽게도 Robert Dahl의 책을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그의 이름은 여러곳에서 들었지만, 왜인지 모르게 읽지 않고 있었는데, 이번에 아프리카의 민주화에 대한 에세이를 쓰면서 그의 책을 읽게 되었다. On Democracy (한국 번역본은 '민주주의')는 교양서적에 가까운 책인것 같다. 그의 다른 책들에 비해 가볍고, 얇으며, 쉬운 언어로 쓰여있다.

Robert Dahl은 평생을 민주주의 연구에 매진한 학자이며, 작년 98세로 타계했다. 그에 대한 소개는 이 추모사를 추천한다. Dahl에게 있어 모든 민주적 정치체계는 이상적인 민주주의로 가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Dahl은 여러가지 실증적 연구와 토론을 통해 (이상적) 민주주의의 다섯 조건을 제시한다.

1. Effective Participation: 효과적 참여
- 사회에 어떤 정책이 적용되기 전, 모든 구성원들이 그 정책에 대해 자신의 관점을 제시할 수 있는 평등하고 효과적인 기회를 가져야 한다.

2. Voting Equality: 평등한 선거권
- 정책의 결정에 있어 최종적인 결정의 순간이 왔을 때,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평등하고 효과적인 투표기회를 가지고, 모든 투표는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

3. Enlightened Understanding: 계몽된 이해
- 이성적인 시간제한 내에서, 각 구성원들은 대안적 정책과 정책들의 결과물에 대해 배울 수 있는 평등하고 효과적인 기회를 가져야 한다.

4. Control of the Agenda: 의제에 대한 통제권
- 구성원들은 의제의 결정을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에 포함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민주적 절차는 앞선 세 조건 모두가 폐쇄적이지 않는다는 것을 필요로 한다. 정책들은 구성원들이 바꾸기로 할 때 언제든 바뀔 수 있도록 열려있어야 한다.

5. Inclusion of Adults: 성인들의 참여권
- 모든, 혹은 최대한의 성인들은 앞선 네 가지 조건의 적용을 받을 모든 권리를 가져야 한다.

위의 다섯 조건들은 물론 아주 이상적이다. 하지만 이 조건들은 정치체제를 형성함에 있어 이정표로써의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모든 대중이 참여하는 정치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모든 민주적 정치체제는 최선의 모델인 'Polyarchy(다수의 통치)' 를 지향하게 된다. 그러므로 Dahl의 민주주의에 대한 접근은 '정도'의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닌, 어느정도로 민주주의냐라는 접근은 지금 쓰고 있는 아프리카의 민주화에 대해 쓸 때 많은 도움이 되었다.

Robert Dahl은 실제 정치에서 민주주의가 작동하기 위한 제도들에 대해서도 정리해주는데, 그 제도들은 다음과 같다.

1. 선출된 공직자들
2. 자유롭고, 공정하고 잦은 선거
3. 표현의 자유
4. 대안적 정보의 존재
5. 연합적 자율성 (시민사회)
6. 포괄적인 시민권

마지막 부분에서 그는 민주주의에 어떤 조건들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민주주의에 필수적 조건으로는 (1) 군부와 경찰력에 대한 선출된 공직자의 통제력, (2)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과 민주적 정치문화, (3)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외부 개입의 부재를 제시했고, 긍정적 조건으로는 (4) 근대적 시장경제사회와  (5) 약한 하위문화의 다양성을 제기했다. 특히 시장경제에 대해선 부정적이기도, 긍정적이기도하다고 지적하는데, 민주주의가 어느정도 진행된 사회에서는 시장경제가 중산층을 만들고 강화하면서 민주주의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반면, 새롭게 생겨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불평등을 심화해서 정치적 평등을 방해한다고 이야기한다.


말 그대로 풀자면 '민중의 통치'를 뜻하는 민주주의, 북한도 국가명에 민주주의를 넣을 만큼 무진장 많은 의미로 쓰이는 민주주의는 정말 다루기 어려운 주제이다. 당장에 대한민국은 '민주주의'국가인가 라는 질문에도 쉽사리 답하기 어렵다. 하지만 Robert Dahl이 제시한 이상적 민주주의의 조건들, 그리고 현실적 민주주의 국가가 갖춰야할 최소한의 제도들은 어느 민주주의에 대해 이야기해도 대체로 동의할 수 있는 훌륭한 '전제'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 빨리 다시 에세이를 써야겠다. 이제 반 정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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