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회에 살기


이번주는 학교 Diversity Festival 주간이다. 사실 학생입장에선 그보다 과제&시험 기간이라고 하는게 맞을 것 같다. 그래도 페스티발이라고 여러가지 프로그램들이 열려서, 뜻하지않게 두개나 참가했다. 하나는 월요일에 있었던, '국경없는 앙상블', 여러가지 악기들의 즉흥 연주 프로그램이다. 매주 두시간씩, 근 두달을 기타, 드럼, 피아노, 키보드, 색소폰 등등이랑 함께 맞춰보는 연습을 하고, 이번주 월요일, 마침내 학교 본관에서 작은 공연을 했다. 내 악기는 해금이었는데, 뭔가 다른 악기들이랑 소리도 다르고, 리듬같은 것도 달라서 애먹었다.

또 다른 프로그램은 오늘 있었던 'religious walk'이다. 브래드포드는 도시의 역사도 길고 정말 다문화 한 동네이기 때문에 각종 walk프로그램이 많다. 한시간 반가량 브래드포드 시내의 북쪽부분을 돌면서 아일랜드 이주자들의 교회, 스코틀랜드계 사람들의 교회, 파키스탄 무슬림들의 모스크, 유태인들의 건물, 독인인들의 건물 등등을 둘러보았다. 브래드포드가 이민자들이 많기로 유명하긴 하지만, 이렇게 또 종교라는 키워드로 그 다양성을 둘러보게되니 새삼 놀라웠다.

사실 영국 문화나 종교 교파들에 대해 잘 몰라서, 많이 이해하진 못했지만, 이렇게 다문화 사회에 산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지 상상하며 무리를 따라다니니 흥미로웠다. 나는 어릴적 기억을 아무리 더듬어봐도 외국인을 만났던건 영어학원에서 밖에 없었을 정도로, 외국인과 '같은 동네에 산다'는 것을 느껴본적이 없다. 서울에 와서도 이웃에 간혹 외국인들이 있었지만, 교류 할 일도, 그들의 존재를 특별히 느낄 일도 없었다.

영국처럼 다문화 역사가 오래된 곳에서도, 다문화가 정말 다 함께 섞여 살지는 않는다. 브래드포드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여러 출신의 이민자들은 나름의 지리적, 문화적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있다. 브래드포드의 어느 지역은 파키스탄 무슬림들의 거주지역, 어느 지역은 시크교도들의 문화적 중심, 어느 지역은 힌두교도들이 모여사는 지역 등등으로 부를 수 있을만큼 구분지어 살고 있다. 그리고 커뮤니티들은 화합과 갈등를 반복하고 있다. 한국으로 치면 한 동네 안에 차이나타운도 있고, 러시아타운도 있고, 베트남 타운도 있는 그런 기분일 것이다.

다문화 사회에 사는건, 단일 민족과 문화가 지배적인 사회에 사는 것 보다 어려운 것이 많다. 상대방의 문화도 이해할 줄 알아야 하고,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마주해야 하는 경우도 많고, 자기 동네인데 간혹 소수자가 되는 기분을 느끼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사람들의 반응은 모두 다르다.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 세계 사람들과 교류하는걸 즐기는 사람들도 있고, 자신들의 삶의 터전이 외부자들에게 점령당했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이 다문화 사회로 본격적으로 전환이 되었을 때, 어떤 모습일지 상상은 잘 안되지만, 분명 큰 진통이 있을 것 같다. 한국인들은 '같음'과 '다름'을 상황에 따라 극단적으로 이용한다. 예를들어 한국계 외국인이 외국에서 큰 성과를 거두면, 그는 '같은' 한국인으로 주목받는다. 하지만 이주자 자녀, 성 소수자 등에겐 '다름'의 잣대가 강하게 적용된다. 문제는 다문화 사회로의 이행이 더 이상 선택의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계속해서 한국에 이주하는 외국인들의 수는 늘어나고 있다. 아마 많은 사람들에게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겠지만, '다름'에 익숙해지는 연습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그 연습은 우리 주변의 '다름'을 이해하고 연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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