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무! 마라하바 와낭구! - 탄자니아 사람들의 인사 이야기.


최근 본격적으로 논문지도를 받기 시작하면서 지도교수님과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모임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영국이라지만 교수님인데 '하이', '헬로' 하기가 불편해서 보통 '굿에프터눈'이나 '굿모닝' 으로 인사드리곤 한다. 모임 시간이 매주 월요일 딱 12시라 두 인사말 모두 참 애매하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

탄자니아에 지낼 땐 이런 고민이 덜했다. 탄자니아엔 어른에게 하는 인사인 '시카무 (Shikamoo)'가 있기 때문이다. '시카무'하고 인사하면 '마라하바 (Marahaba)'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나이가 많은 할머니들은 '와라하바 와낭구 (Marahaba Wanangu - Wanangu는 '내 새끼'라고 해석하는게 가장 정확한 것 같다.)' 라고 하시기도 한다.

ⓒ The Citizen

인사가 한번에 끝나는 일 없는 탄자니아에선 1차 인사(?)를 마치고 나면 안부를 묻기 시작한다. 역시 어른들과 이야기할 땐 보통 '하바리 자 아수부히? (Habari za asubuhi? - 아침인사, 아침 기분은 어떠신가요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같은 인사를 건내고, '은주리(Nzuri)'나 '살라마 (Salama)'등의 대답을 듣는다. 어른들에겐 좀 더 격식있는 인사를 하는 우리 문화와 비슷한 점이 많아 인사말에 있어선 지금 영국에서 느끼는 것보다 더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젊은 사람들끼린, 이런 격식있는 인사를 하지 않는다. 격식있는 인사는 친근감이 없는 것처럼 느끼는 것 같다. 젊은이(?)들의 세계엔 '맘보?(Mambo)'나 '세마(Sema)' 등의 얼마나 많은 종류가 있는지도 모르겠는 인사말들이 존재한다. 정말 볼때마다 다른 인사를 건내는 친구도 있었다.

갑자기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오늘 본 재미있는 기사 덕분이다. 탄자니아의 일간지(진정한 일간지다, 월화수목금토일 매일 신문이 발행된다.) The Citizen의 일요일판에 실린 기사 중 "What’s wrong with shikamoo?"라는 제목의 글이 있었는데, 여기서 시카무 인사말의 기원과, 사용 그리고 논란에 대해서 가볍게 다루고 있어 흥미롭게 읽었다.


시카무 인사말의 기원과 사용

스웨덴 웁살라 대학교 스와힐리어 명예교수인 Abdulaziz Y. Lodhi의 설명에 따르면, '시카무'는 '나쉬카 미구 야코' (nashika miguu yako, 당신의 발을 만집니다.)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누군가의 발을 만질정도로 몸을 숙여 인사하는 것은, 고대 반투민족 문화에서 나이가 많은 사람이나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존경을 담아 인사할 때 주로 쓰던 방법이라고 한다. 물론 이런식의 인사법은 반투 문화 뿐 아니라, 힌두 문화 등 아시아권 문화에서도 많이 발견된다.

'시카무'는 반투문화에서 왔지만 그 대답, '마라하바'는 재미있게도 아랍어에서 왔다. 마라하바는 '당신에게 내 축복을 내립니다.'라는 뜻으로 아랍어권에서도 쓰고, 터키에서도 쓰는 인사말이다. 8세기경 이슬람문화가 동아프리카 해안지방에 전해지고 문화적 지배력을 넓혀가면서 원래 있던 반투어의 인사말이 아랍어로 바뀐 것으로 추정된다.

'시카무'는 탄자니아에서는 일상적으로 쓰이지만, 같은 스와힐리어권인 케냐에서는 잘 쓰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논란

급격한 도시화와 세계화 과정에서 전통 스와힐리어는 위기를 겪고 있다.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외국어와 스와힐리어를 섞어서 신조어를 만들거나, 원래 뜻을 다르게 이용하여 은어처럼 사용하는 문화가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고, 전통의 스와힐리어의 지위, 그리고 스와힐리어 문학은 그 지위가 많이 약해진 상태이다.

동시에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탄자니아에 일할 때, 나의 상사는 내 아버지와 동갑(50대 후반)이었는데, 요즘 청년들은 이전만큼 어른들을 존경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종종 하면서, 나에게 '예의바른' 스와힐리어를 가르쳐주곤 했다.

수평적인 문화의 확산과 새로운 인사말들의 등장에 '시카무' 인사에도 물음표가 붙여지기 시작했다. Rakesh Rajani라는 시민운동가는 '시카무' 인사법은 '주인과 노예'의 인사법이라며 비판했다. 그는 시카무 같이 위 아래의 구분하는 인사법은 요즘 시대에는 맞지 않고, 나아가 더 평등한 문화를 위해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반인들도 '시카무'라고 인사를 건네면 상대방이 '내가 나이가 많아보이나'라는 식으로 오해하기도 할 수 있어서 잘 안쓰게 된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모든 일과 대화의 시작인 인사말부터 서로의 상하관계를 확인하는 '시카무'인사법이 사람들의 더 평등한 관계와 원활한 의사소통을 방해한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어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웃어른을 존중하는 문화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 인사법을 유지해야 한다는 쪽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공과 사만 잘 구분한다면, 웃어른을 존경하는 문화, 그리고 그런 인사법은 우리 사회를 조금 더 인간적으로 만드는 요소로 충분히 역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도 말했지만, 탄자니아엔 인사말의 종류가 정말 다양하고, 한번 만났다하면 본론을 꺼내기 전에 최소 두세번씩은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시작한다. 예전에 '스와힐리어 인사말 따라잡기'라는 이름의 글에 갖가지 스와힐리어 인사말들을 소개한적이 있다. 일부를 옮겨워낙에 젊은이들의 인사문화는 빠르게 바뀌는터라, 지금은 많이 다를 것 같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것들을 소개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전통의 인삿말. 하바리 habari 시리즈.

habari는 원래 소식이라는 뜻이다. habari za 뒤에 어떤 용어를 붙이느냐에 따라, 어떤 소식을 묻는 것인지가 정해진다.
habari? 어때?
habari yako? 어때?
(habari) za kazi? 일은 어때?
(habari) za asubuhi? 어때? (아침)
(habari) za mchana? 어때? (점심)  *m은 '음'으로 읽는다. 즉 mchana는 '음차나'라고 읽는다.
(habari) za jioni? 어때? (점심)
(habari) za usiku? 어때? (저녁)  *u는 '우'로 읽는다. usiku는 '우시쿠'라고 읽는다.
(habari) za saa hizi?  어때? (지금)
(habari) za siku mingi? 요새 어때?
(habari) za masiku? 요새 어때?
(habari) za tangu jana? 어제이후로 어때?
(habari) za huko? 거긴 어때?
(habari) za leo? 오늘 어때?

>> 기본적으로 habari 시리즈의 답변은, nzuri, safi, salama 등등으로 할 수 있다. 왠만큼 나쁜 경우가 아니면 부정적인 대답은 거의 하지 않는다.
     청년들은, shwari, bomba (의역하자면 장난아냐, 완전좋아) kamakawa(평소랑 같아) 등으로 답변하기도 한다.


기타 기본 인사들
shikamoo? 안녕하세요. (어른에게)
>> 이 인사에 대한 어른의 답변은 marahaba 이다.

salama? 좋아? (원래 salama는 평화, 평온함 같은 뜻을 가진 용어다.)
>> 답변도 똑같이 salama라고 한다.

umeshindaje? 잘 지내? 잘 지냈어? (직역하면 잘 이겨냈어? 라고 묻는 것이다.)
>> nimeshinda vizuri, nimeshinda poa, nzuri, poa 등등으로 대답할 수 있다.

hujambo? 별일 없어?
>> sijambo 라고 대답한다.

unaendeleaje? 잘 진행되고 있어?
>> vizuri, safi, ninaendelea vizuri 등등으로 답변할 수 있다.


청년들 인사법
kama kawaida? 평소같아? (직역하면 평소와 같아? 라는 의미다.)
>> kama kawaida 혹은 kama kawa라고 대답할 수 있다.

uko fresh? 잘 있어?
>> niko fresh라고 대답한다.

uko poa? 잘 있어?
>> (niko) poa 라고 대답한다.

mambo? 어때? (이 말의 늬앙스는 what's up??이랑 비슷하다.)
>>poa, safi, salama, nzuri, hanma noma 등등으로 대답할 수 있다.

mambo vipi? 어때? (mambo와 같은 의미인데, vipi를 붙이는게 뭔가 좀 더 재밌고 멋있다.)
>>poa, safi, salama, nzuri, hanma noma 등등으로 대답할 수 있다.

vipi? 어때? (vipi는 원래 how의 뜻이다.)
>>poa, safi, salama, nzuri, hanma noma 등등으로 대답할 수 있다.

shwari? 괜찮아? (shwari가 원래 뜻은 평화로움, 차분함과 같은 뜻이다.)
>> shwari 라고 대답한다.

levu? 괜찮아? (shwari와 거의 같은 의미로 쓰이는듯 하다.)
>> levu 라고 대답한다.

   * levu와 shwari를 할땐, 양손을 펴서 가슴 앞에 겹쳤다가 파도가 펼쳐지듯 양옆으로 펴주는게 포인트인데. 말 없이 그 제스쳐만으로도 인사가 된다.)


sema 말해. (어떤지 말하라는 의미다.)
>>poa, safi, salama, nzuri 등등으로 대답할 수 있다.

niambie 말해봐. (어떤지 말하라는 의미다.)
>>poa, safi, salama, nzuri 등등으로 대답할 수 있다.

mambo inaendaje? 잘돼가? (what's going on? 같은 의미다.)
>>inaendelea vizuri, nzuri 등등으로 대답할 수 있다.

niaje? 어때? (what's up?이랑 같은 의미다)
>> poa, safi, salama, nzuri 등등으로 대답할 수 있다.

mzuka? 좋아? (shwari나 levu보다 좀 더 강한, 좀더 노는 사람들이 쓰는 것 같은 용어다.)
>> mzuka라고 대답한다.

fresh? 좋아?
>> fresh라고 대답한다.

nipe habari 뭔 일 없어?
>> habari 시리즈의 대답같이 하면 된다.

mzima? 어때? (원래 전체를 의미하는 단어다.)
>> mzima라고 대답한다.

hali vipi?  어때?  (직역하면 컨디션이 어떠냐는 뜻이다)
>> >> poa, safi, salama, nzuri 등등으로 대답할 수 있다.


이 모든 인삿말 뒤에 mdogo wangu(동생), rafiki yangu(친구), bwana(선생님)을 상황에 맞게 붙이면 더 맛깔나는 인삿말이 된다.


부친이 케냐 사람인 오바마가 작년 케냐에 방문했을 때, 스와힐리어 슬랭으로 인사를 해서 박수를 받은 적이 있다. 잘 들어보면 Niaje처럼 위에 언급한 것도 사용했지만, 나머지는 영어를 스와힐리어처럼 변형한 인사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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