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잘드는 집.

브래드포드의 석양.


어제 밤에 집에 있는데 창밖풍경이 너무 멋있어서 한컷 찍어보았다. 지금 사는 곳은 14층이고 주변에 고층건물도 별로 없어 동네가 저 멀리까지 훤히 내다보인다. 마침 창문도 책상 바로 앞에 있어 공부하다 머리만 들면 창밖 풍경을 보며 힐링을 할 수 있다. 월세도 주변에 비해 싸고, 시설도 나쁘지 않다. 누군가 혹시 브래드포드에 집을 구한다면 와들리 하우스(Wardley House)를 추천한다. 


나의 집 고르는 철학은 아주 명확하다. "햇빛 잘 드는 창문이 있을 것!".


처음 서울에 와서 살았던 옥탑방은 아주 작긴 했지만 3층인지 4층인지에 있었고, 창문이 있었으며, 그 창밖으론 수많은 하숙집들,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풍경이 펼쳐져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좁았던 그 고시원에 1년 반을 살았다. 

왕십리, 하이빌 고시원 옥상에서 찍은 사진. 방에서 본 풍경도 이와 비슷했었다.


상경해서 알마안되었을때 찍었던 고시원 방 모습.


제대하고 1년 남짓 살았던 하숙집은 넓긴 했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어두웠던 집이다. 그래도 학교 바로 앞에서 동기랑 같이 살았던 집이라 친구들이 제집마냥 드나들어서 즐겁긴 했던 것 같다.
하숙집 시절 사진 중 유일하게 사람이 안나온 사진은 파닭 박스였다.

어두운 하숙집 생활을 청산하고 살았던 곳은 또 다른 고시원,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특이한 모양의 방이었는데, 건물 모서리부분 짜투리 방이라 방에 들어가면 우선 짧은 복도(?)가 나오고 거길 지나면 삼각형 모양의 방이 나오던 구조였다. 첫번째 고시원보단 넓었고, 역시 빛 잘드는 창문이 있었는데, 그 창밖으론 내가 다니던 학교가 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진을 몇번 찍었던 것 같은데, 어디갔는지 찾을수가 없다.



탄자니아에 처음 갈땐 내가 탕가에 일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탕가에서 집을 구해 살았었는데, 그때 살던집은 스와힐리어로 고로파 음퍄(gorofa mpya), 우리말로는 '새 아파트'라고 불리던 건물이었다. 그때 아마 3층인지 4층인지에 살았는데, 거기도 뷰가 꽤 좋았다. 아마 그동네에서 가장 높은 건물에 살았던 것 같다. 완전 새건물인데 방충망도 없고 에어컨도 고장나서 고생하긴 했지만, 깨끗하고 너무나도 아름다운 뷰가 있어 좋았던 것 같다. 여기서 약 한달정도 살고 다레살람의 단층집으로 이사갔다.

탕가의 집에서 내다본 풍경. 너른 공터도 보이고 너 멀리 인도양도 보인다.

탄자니아에서 돌아와서 살았던 곳은 옥탑방이다. 장미여관 육중완이 '나 혼자 산다'에 나와 '망원동 옥탑'이 유명해지기 전에 난 이미 망원동 옥탑방에 살고 있었다. 집 안에 있어도 계절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이었지만, 방안의 창문이 커서 빛이 잘 들었고, 방에서 나오면 동네 스카이라인을 즐길 수 있었던 곳이다. 그곳에서 약 2년을 살았다. 
  
망원동 옥탑 뷰는 말이 필요없다. 아래 사진을 보라. 








내가 제일 좋아했던 집은 망원동 옥탑방이다. 주인 할머니도 좋았고, 집에 가는 길도 좋았고, 동네도 너무 좋았다. 만약 다시 서울에 간다면 망원동에 다시 집을 구하고 싶을 정도다. 영국 생활은 9월이 되기 전에 끝날 것 같다. 다음 집 창문 풍경이 벌써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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