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처하지 않는 삶



(혁명주의자는) 역사와 전 민중의 소유자, 혹은 피억압자의 해방자라고 자처하지 않으며, 역사 안에서 민중의 편에 서서 싸우는 데 헌신한다. 

파울루 프레이리 『페다고지』 (남경태 역)

파울루 프레이리 Image: commons.wikimedia.org


장난인지 진담인지, 누가 나한테 루저같다고 한 적이 있다. 들을 땐 기분이 나빴는데 시간이 지나고 곱씹을수록 괜찮다. 나는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지는 편에 서 있다. 누군가를 차별하고 착취해야 이길 수 있는 세상이라면 앞으로도 지는 편에 설 것이다. 그리고 프레이리가 말한, 그런 혁명주의자의 삶, 자처하지 않는 삶을 동경한다. 하지만 그 무엇도 자처하지 않는 삶은 초라해 보이거나,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 것으로 보일까 두렵다. 그릇이 종지만 한 나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과장·거짓 없이 순전히 내 것만을 드러내는 일의 어려움 사이에서 매일 주춤거린다. 난 사람은 따로 있는건가 싶기도 하다.

댓글 쓰기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