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조금 더 역동적이고 재미있게,

어제 오후, 소나기 뒤 맑은 필드

노란 꽃. Photo: 우승훈

냐루바카 섹터, 부훙가 마을. Photo: 우승훈

최근 새로운 자조그룹 결성을 위해 사업소 팀이 각 마을을 계속 방문하고 있는데, 참여를 희망하는 모든 주민이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가 없어서 이번 주부터는 참여자를 선별하고 있다. 일단 설문조사를 통해서 1차로 참여자를 선별하고 다시 이들을 모아 스스로 최종 구성원을 결정하도록 할 예정이라, 이번 주는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설문은 3~5분 정도 길이고, 집에 미성년자는 몇 명인지, 집 지붕 재료는 무엇인지, 최종 학력은 어떤지 등을 물어서 얼마나 취약한/빈곤한 상황에 놓여있는지를, 다시 말해 얼마나 사업 참여가 필요한지를 추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아직 설문 결과 분석을 못 해봐서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설문 과정에서 많은 참여 희망자분들이 아주 적극적으로 응답하는 모습 자체도 흥미로웠다. 예를 들면, 특히 나이 많으신 분들이 이런 경향이 강한데, 집에 미성년자가 몇 명인지를 물으면 집에 애가 몇 명인데 큰 애는 수도에서 뭘 하며 일하고 있고 작은 애는 학교 몇 학년을 다니고 있다는 식으로 대답한다거나, 지붕 재질이 무엇인지 물으면 저기 보이는 집이 우리 집이라며 자세히 알려주는 식이다. 전형적인 어르신들 하시는 행동 같아 친숙하고 재미있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가정 형편을 드러내는 거라 부끄러울 수도 있는데 설문 문항이 농업 소득같이 빈곤을 직접 묻는 게 아니라 간접적으로 관련된 것들을 묻는 거라서 대답하기 조금 더 편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만큼 사업에 참여하고 싶은 의지가 많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사람들 모여있는데 함께하고 이야기 나누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실제로 그냥 오셔서 막 의견 나누고 하시다가 막상 설문에는 참여 안 한 어르신이 있어 동료가 물어봤더니, 이미 부인이 옆 마을 자조그룹 소속이라 자신은 가입할 필요가 없다고 하신 경우도 있었다.

마을에 주민 조직이 생겨 함께 새로운 일을 꾸미게 되고, 그 조직을 보여줄 외부자가, 그 조직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외부자가 생긴다는 것 자체로도 마을이 조금 더 역동적으로 변하고 재미있어질 수 있는 것 아닐까? 소득이 늘고하는 그런 효과도 중요하겠지만, 일종의 오락기능이라고 해야하나, 나는 이런 효과도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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