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문해교사 합숙교육이 있었다. 2박 3일 중 마지막 밤엔 나도 같이 합숙했는데, 저녁엔 다 같이 둘러앉아 문화와 역사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성인 문해교육을 할 때, 읽고 쓰기만 하는게 아니라 문화와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곁들이면 수업의 흥미가 더해진다고 한다.
문해교사분들이 냐루바카 이름의 유래, 옛날 여성에게 가해지던 차별들, 옛날 왕이 있던 시절의 역사이야기 등을 들려주시고 나서 나한테 한국의 문화를 소개해달라고 하시길래, 어쩌면 좋지 하다가 일단 한국의 전통 음악, 아리랑을 불러드리고(남북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날이라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열창함) 간단히 Q&A 시간을 가지려 했는데,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 쏟아졌다.
내가 예상했던 질문은 한국사람의 인사예절이나 식사문화 그런 거였는데, 전혀 그런거 없고 남북이 왜 갈라져 있는지, 발전된 나라에서 온 사람의 관점에서 봤을 때 르완다의 발전 전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금까지 어떤 나라들을 방문해 봤고 그 나라들과 르완다를 비교하면 어떤지 등등 거의 에세이를 써야 할 것 같은 질문들이 훅 들어왔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하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이 진중한 분들의 취향을 생각하지 못했었던 것 같다.
문해교사분들은 2012년 기준으로 지역 내 중등교육 이수율이 8% 미만인 상황에 최소 중학교는 마치신 분들로 지역의 인텔리 분들이다. 영어나 스와힐리어를 하시는 분들도 꽤 있어서, (내가 불어를 못해서 모르겠지만, 불어 하시는 분은 더 많을 것이다) 르완다어를 잘 못하는 나와 스와힐리어로 대화하거나, 내가 영어로 스피치를 하면 통역을 하기 전에 박수를 치곤 하신다.
암튼, 냐루바카에서의 첫 밤, 그리고 문해교사분들과 나눴던 이야기는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